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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공개, 정답인가①] 적폐로 내몰린 가맹본부들…차액가맹금이 뭐길래


입력 2018.11.20 06:00 수정 2018.11.20 06:05        최승근 기자

로열티 문화 없는 국내선 유통마진이 가맹본부 수익…“영업비밀 해당”

“가맹본부는 ‘갑’ 가맹점주는 ‘을’ 프레임부터 바꿔야”

로열티 문화 없는 국내선 유통마진이 가맹본부 수익…“영업비밀 해당”
“가맹본부는 ‘갑’ 가맹점주는 ‘을’ 프레임부터 바꿔야”


지난달 진행된 제43회 프랜차이즈서울 행사장을 찾은 참관객들이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지난달 진행된 제43회 프랜차이즈서울 행사장을 찾은 참관객들이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맹본부의 차액가맹금 공개를 둘러싸고 프랜차이즈업계가 시끄럽다.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인 만큼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기업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데 있어 근거가 되는 법률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차액가맹금 공개를 추진하면서 업계에서는 불만과 함께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원가 공개가 정부의 '갑질 근절 활동'이냐, '기업 활동 발목잡기냐'에 대한 충돌이 큰 상황에서 제도의 추진 배경과 업계·법조계의 목소리 등을 4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최근 프랜차이즈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재료의 가격에서 가맹본부가 실제로 사들인 가격을 뺀 일종의 마진을 의미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으로부터 매출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받아 수익을 낸다. 하지만 국내는 로열티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대부분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재료에 일정 부분 마진을 붙여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 마진이 차액가맹금인 셈이다.

업계나 관련 학계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도 로열티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가맹본부의 갑질이나 가맹본부 CEO들의 횡령 등 불법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맹점주들이 로열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굳이 내지 않아도 되는 비용’으로 인식하는 등 거부감이 있어 조기 정착이 쉽지 만은 않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부터 가맹본부가 제출하는 정보공개서에 가맹점에 납품하는 필수품목의 원가를 공개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가맹본부의 갑질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처벌의 근거로 삼겠다는 것이다.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품목의 공개에 대해 가맹본부들은 반발하고 있다.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부가 강제로 공개토록 한다는 데 따른 것이다.

가맹점 공급가액이 공개될 경우 경쟁사에 자신들의 수익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돼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맹점과 가맹본부 간 불신이 커질 것도 우려하고 있다. 가맹본부의 경우 브랜드 관리를 위해 홍보‧마케팅 등 판촉 활동에 더해 본사 인건비 등 다양한 지출이 있을 수 있는데 마진율만 보고 본사가 과도하게 이익을 가져간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기 아이돌이나 탑 클래스 배우 등을 광고모델로 활용하는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한 때 높은 광고비용을 두고 가맹점들과 마찰을 겪은 바 있다.

외국 브랜드와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100% 직영점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나 올해부터 신규 사맹사업을 중단한 맥도날드는 차액가맹금 공개 의무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의 원가 정보만 공개될 경우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가맹본부의 일탈을 두고 업계 전체가 부당한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국가가 나서서 기업 영업비밀을 공개하라고 하는 곳이 있느냐”며 “일부 잘못된 가맹본부들은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가맹점과 서로 잘 해보려고 노력하는 곳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보면 업계 전체가 적폐 집단으로 몰린 것 같은 느낌도 든다”며 “일부 가맹점들의 불만에만 귀를 기울일 게 아니라 가맹본부의 의견에도 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가맹본부는 갑이고 가맹점은 을이라는 인식에 너무 의존해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행 가맹사업법에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대상으로 부정을 저질렀을 경우 이를 규제하는 다양한 내용이 있지만 반대로 가맹사업자의 계약 위반 등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해당 가맹점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방법이 유일한데 가맹사업자의 갱신 요구가 있을 경우엔 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하는 등 가맹본부가 실제로 취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전무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갑질 등 부당한 일을 저지르는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당연히 응징해 시장을 정화하는 일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판단하고 기준을 세워줄 공정위가 가맹본부는 무조건 갑이고 가맹점주는 을이라는 프레임에만 빠져 있는 것은 위험하다. 가맹본부에 일방적으로 많은 제약과 부담을 주는 방식은 전체 프랜차이즈산업 생태계를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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