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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규제 100일…'꼼수 고객·머그컵 대란' 늘었다


입력 2018.11.12 15:08 수정 2018.11.12 15:19        김유연 기자

파손된 컵·머그컵 도난 등으로 공급 부족

꼼수 고객·종이컵 사용 증가…일관된 규제 재정비

ⓒ데일리안 ⓒ데일리안

#. 직장인 김모 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카페를 들렀다 기분만 상해 돌아왔다. 주문한 음료를 머그컵에 받았는데 립스틱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던 것. 직원에게 잔을 바꿔달라고 하니 쌓여있던 컵들 중 하나를 꺼내 들어 대충 씻어 음료를 옮겨 담았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그컵을 받아든 김씨는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된 음료를 먹을 수가 없어 그대로 남기고 돌아왔다.

기대 반 걱정 반의 분위기 속에 시행됐던 일회용컵 규제 시행이 100여일 지나면서 현장에선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부 고객들과 직원들의 실랑이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었다.

12일 서울 을지로 일대의 한 커피전문점.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이 되자 여전히 '머그컵 대란'이 발생하고 있었다. 제대로 세척되지 않은 머그컵, 파손된 컵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1099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87.2%가 일회용 컵 사용 규제 이후 일이 더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설거지 등 일이 더 늘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53.6%에 달했으며, ‘일회용 컵을 요구하는 매장 내 손님들과 실랑이가 많다’는 이유를 든 응답자도 33.6%나 됐다.

실제 일회용컵 규제 도입 이후 파손되는 컵이 늘었고, 머그컵 도난도 많아 공급이 터무니 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한 쇼규모 커피전문점 직원은 "머그잔 사용이 늘면서 파손량도 증가해 머그잔을 추가 주문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용한 머그잔을 설거지 하느라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종이컵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일회용 종이컵 사용도 늘고 있다. 일회용 종이컵은 단속 대상이 아니라서 종이컵 사용이 느는 모순이 벌어지는 셈이다. 또 일회용컵 사용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꼼수'를 이용하기도 한다. 주문 시 '테이크아웃'이라고 말한 뒤 매장에서 먹는 식이다. 하지만 매장 측은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등은 일회용컵 사용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친환경 정책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큰 게 사실"이라며 "당장 혼자 카페를 운영하는 탓에 손님이 붐비는 시간에는 일회용컵 사용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한 만큼 일관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매장 안과 밖을 기준으로 머그잔 사용을 규제하고 단속하는 게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또 일회용컵 규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가맹점주에게 부과하는 벌금을 고객에게도 동일하게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일회용컵 규제는 테이크아웃 목적 외에 매장 안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적발되면 이용 인원 및 적발 횟수에 따라 5만~200만의 과태료가 사업자에게 부과된다. 때문에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더욱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장 안과 밖을 기준으로 머그잔 사용을 규제하고 단속하는 게 사실상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일회용컵은 안되고 종이컵은 되고, 손님이 일회용컵을 사용했지만 벌금은 사업자가 내야하는 등 일관성없는 규제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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