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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완용에게 돌을 던지랴?


입력 2018.11.12 08:37 수정 2018.11.12 08:38        데스크 (desk@dailian.co.kr)

<신성대의 행간이설> 변태적 인간은 반드시 문민에서 나온다!

용병을 모르면 용인도 못한다…난 ‘우리끼리’가 아니다!

<신성대의 행간이설> 변태적 인간은 반드시 문민에서 나온다!
용병을 모르면 용인도 못한다…난 ‘우리끼리’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박3일간 평양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지난 9월 20일 삼지연 공항에서 공군 2호기에 오르기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와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박3일간 평양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지난 9월 20일 삼지연 공항에서 공군 2호기에 오르기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와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새 정권이 들어서면 대통령이 주변에 두는 사람들의 면면만 보고도 그 정권의 성공여부와 국운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소위 문민정부라고 들어서고부터 단 한번이라도 국민이 바라는 수준의 인재를 등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뭐, 국민이 바라는 수준이란 게 특별한 것도 아니고 그저 상식수준의 ‘적재적소 인재’ 등용인데도 말이다. 그나마 군사정권 시절에는 집권자가 제 분수를 알아 저보다 유능한 인재를 등용해 전권을 맡기는 바람에 경제, 외교 등에서는 나름 잘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전투를 치러본 야전 출신 군인들은 인재에 대한 욕심이 누구보다 강하다. 저보다 총 잘 쏘고, 작전 잘 짜는 우수한 부하를 많이 거느려야 저도 살고 승리를 거둬 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적인 감정으로 인연이나 호불호에 따라 참모들을 기용했다가는 결국 제 목숨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걸 피냄새를 맡으며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겠다. 물론 요즘과 같은 평화 시에는 전공으로 논공행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탁상행정과 관리에 능한 자들이 승진하게 되어 있어 그런 용병술이 사라진지 오래다.

용병을 모르면 용인도 못한다

조선 5백년은 문신정권이라 해도 되겠다. 고려 무신정권에 질린 정도전의 무리들이 조선을 그렇게 설계한 것이다. 하여 조선은 유생(문인, 문신)의 나라였다. 양반의 나라라곤 하지만 무반은 항상 천시 받았다. 양반이 아니라 문반의 나라였다. 그러다 보니 ‘선비’란 말조차 무사가 아닌 문인를 칭하는 용어가 되고 말았다. 그러고는 저들끼리 허구한 날 멱살잡이로 벼슬 뺏기를 하며 5백년을 해먹었다.

“어이, 임자.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말이야 갑자기 대통령이 됐잖아? 건데 말이지, 매일 같이 온갖 회의를 하는데 도무지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반도 못 알아먹겠더라구! 해서 어느 날 그 사람들을 다 모아 놓고 솔직히 얘기했지! 내가 무식해서 못 알아들겠으니 차근차근 설명을 좀 해달라고! 그랬더니 다음부터 반쯤은 알아듣겠더라고. 그러구 회의를 계속하더니 뭘 어찌했으면 좋겠다는데. 근데 내가 또 사람을 모르잖어? 군인 이외에 내가 누굴 알어? 해서 내가 그랬지! 알았다! 그럼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누군지 당신들이 더 잘 알지 않느냐! 그러니 당신네들이 추천해봐! 그렇게 해서 일을 맡겼더니 아, 진짜 일 잘하데!” 정당 출신이 아니기에 가능했던 일이겠다.

적소의 인재를 발굴해내는 능력이 지도자의 조건이자 의무라 하겠다. 만고의 상식이지만 세상사가 항상 그렇듯 그게 잘 안 된다. 문민정부 시작하자마자 가신정치, 회전문인사, 아랫돌 윗돌, 십상시, 문고리,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우리끼리, 보좌관 내각 등등 매번 비판을 받고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절대 바뀌지 않아 국민들을 답답하게 한다. 이제는 정치란 원래 그렇게 하는 걸로 관행화 되어버렸다. 5백년 보다 지루한 5년들이 그렇게 반복되고 있다.

문인에게 승복이란 없다

무인은 자기보다 한 수만 높아도 승복한다. 아니면 목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그에 반해 문인은 절대 승복하지 않는다. 객관적 실력으로 목숨을 걸고 승부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두고 우기는 것이 본업이기 때문이다. 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세치 혀로 다투기 때문에 승부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는다. 게다가 칼싸움은 한 번으로 끝나버리지만 말싸움은 끝이 없다. 져도 진 게 아니다. 두고보자며 다른 논리를 갖다대거나 제 편을 많이 끌어 모으면 승부를 뒤집을 수가 있다. 그도 안 되면 모함으로 제거하면 된다. 그 우기기 고집통을 절개니 지조니 충절이니 하는 말장난으로 미화시키고 칼 대신 붓으로 사군자를 그리면서 선비 흉내를 냈었다.

그러나보니 문인은 저보다 잘나고 똑똑한 자를 곁이나 밑에 두질 못한다. 언제 저를 밟고 제 자리를 차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해서 제 앞에서 누가 잘난 체 하는 꼴을 절대 그냥 두고 못 본다. 한 발짝이라도 저보다 앞서 내딛는 놈은 바로 아웃이다. 능력이나 재주를 보는 게 아니라 자기한테 절대 복종할 건지 아닌지로 사람을 판단한다. 해서 내편 네편 갈라치기해서 ‘우리끼리’만 벼슬을 나눠먹는다.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인재등용에 대한 한탄이 계속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비판을 하는 그들도 막상 권력을 잡으면 똑같이 반복한다. 그게 문민정권의 한계이다.

적과 싸워 죽고 살고를 체험한 군인들은 피아를 분명하게 구분한다. 그에 반해 실제 전투를 해본 적이 없는 문사들은 그런 분별력이 떨어진다. 군인들은 적을 보고 싸우지만, 문인들은 항상 제 동료들과 경쟁하기 때문이다. 적이 무서운 게 아니라 제 주변 사람이 무서운 거다. 무섭다기보다는 미운 거다. 설사 전쟁이 나도 자신들이 전선에 나가 목숨 걸 일이 없다. 해서 건너편을 주시하지 않고 항상 의심과 질투로 제 주변을 살핀다.

그렇게 ‘우리끼리’ 허구한 날 멱살잡이를 하다보면 적보다 더 미운 게 제 경쟁자인 동료들이다. 해서 적의 적은 동지라는 변태적 감정이 생겨나게 된다. 세계사의 수많은 왕조와 정권이 그렇게 해서 망했다. 당장 조선이 그 표본이 되겠다. 수백 년 동안 분당질로 머리채 잡고 싸우다가 외세가 몰려오니 이놈이든 저놈이든 각자 하나씩 붙잡고 제발 저쪽 반대파 놈들 때려잡아달라고 매달렸다. 문신들은 직접 싸울 줄 모르기 때문이다. 친중, 친러, 친일, 친미 그러다 결국 일본을 잡은 패가 승리한 것이다.

이완용이 매국노라고? 한국인들은 아직도 정신 제대로 못 차렸다. 이완용이 아니라 조선 왕과 그 일족, 조선 양반 선비들 모두 똑같은 매국노였다. 이완용 패들이 일본에 못 팔았으면 다른 패들이 팔아먹었을 거다. 만약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졌으면? 아마 한반도는 세계에서 제일 큰 나라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 러시아 부자들은 모조리 한반도에 내려와 살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마이애미처럼! 어쨌든 머리 좋고 운 좋은 이완용이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한 것뿐이다.

난 ‘우리끼리’가 아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어렸을 적부터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를 외우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고집불통적 사고를 베이스로 깔고 살아간다.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하거나 권력을 쥔 사람들, 지식인인양 하는 사람들일수록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리하여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더 큰 문제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모두 공(公)인 줄 착각한다는 것이다.

공적(公的)이란 자기 생각을 버리거나 견해를 바꿀 줄 아는 것을 말한다.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공(公)이 아니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견해를 수용할 줄 아는 것을 공(公)이라 한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공적(公的)인 것과 사적(私的)인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公)이란 자기이상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 국민 국민의 바램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원칙이나 소신은 자칫 고집으로 굳기 쉽고, 신뢰 또한 인정(人情)이나 연정(緣情)으로 변질되기 쉽다. 비단 대통령 뿐 아니라 한국인들 대부분이 이 정(情)적인 신뢰를 신용인줄 착각하고 산다. 매사를 정(감정, 감성)으로 판단하는 습관 때문이겠다. 공사(公)과 사(私)를 구분 못하는 지도자와 그 정권의 결말은 이제껏 봐온 다른 문민정권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하겠다.

조선의 사대부 유학자들이 그토록 고집하던 절개니 지조니 하는 것도 도그마라 할 수 있겠다. 그러고 보면 도그마가 강박증 수준으로 강하게 굳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헌데 그 중에서도 유독 강한 부류가 문인(예술, 문학)들이다. 독자적인 세계와 경계를 가진 것처럼 떠들지만 기실 지난날에는 모조리 권력과 종교의 시종들이었다.

오늘날에는 문인이나 예술인들 스스로 순수를 지향한다고 믿기에 제도적 굴레를 거부하려는 자유주의자적 도그마를 지닌다. 도그마가 강한 사람일수록 공공(公共)에 대한 존중의식이 희박할 뿐 아니라 실은 누구보다 배타적이다. 그들은 적과 아군을 구분하질 못한다. 저 좋으면, 저한테 잘해주면, 저 주장에 동조해주면 악마도 친구로 안다. 어리석은 민중들은 그런 사람을 지사인 줄 착각한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하든가? 문민정권 반의 반세기 만에 대한민국이 도로 대한제국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허구한 날 우리끼리(실은 저들끼리) 분탕질 하더니 드디어 적과 동침하는 변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 한 복판에서 김정은을 외쳐대는가 하면 한라산 백록담까지 헬기로 모시겠다는 둥 벌써 김정은 모시기 경쟁에 혈안이다. 아무렴 그냥 모시면 그림이 제대로 나오겠는가? 삼다수를 백록담에다 가득 채워놓고 천지물을 모셔야지! 광화문 광장에 김일성 동상도 세워주고! 설마 ‘대한미국’을 김정은한테 바쳤다고 매국노라 욕하겠는가? 우리끼린데! 평화가 왔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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