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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 한일관계, 방탄소년단에 ‘불똥’


입력 2018.11.10 06:00 수정 2018.11.10 05:52        이배운 기자

‘투트랙’ 외교전략 한계 봉착…“외교·안보협력 문제 본질접근 안돼”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모델로 등장했다. ⓒ빅히트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모델로 등장했다. ⓒ빅히트

7인조 남성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가 이른바 '광복절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일본 측에서 일방적으로 방송 출연을 취소시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앞서 일본 매체들은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입었던 티셔츠에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한민족의 모습과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 구름'이 그려진 것에 대해 “반일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TV아사히 측은 '뮤직 스테이션' 출연 취소를 통보했다.

이처럼 멤버 개인의 티셔츠 복장을 이유로 그룹 전체의 출연을 일방 취소한 것은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한일 외교관계와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위상 급상승 등 요인이 맞물린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 양국은 그동안 ‘독도 영유권 부당주장’, ‘위안부 사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욱일기 게양’ 등 다수의 과거사 문제들을 놓고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왔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놓고 일본과 한국 정부가 각각 “이번 판결은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발언은 타당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못하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주고받았다.

또 방탄소년단은 단순한 인기 아이돌 스타를 뛰어넘어 해외 국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는 사실상 '공공외교관'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일본은 방탄소년단의 과거사 관련 행보에 유독 과민하게 반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 트레지엄 아트 극장에서 열린 '한-불 우정의 콘서트'를 관람한 뒤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 트레지엄 아트 극장에서 열린 '한-불 우정의 콘서트'를 관람한 뒤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측이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취소해도 국민들이 별다른 우려 없이 조소섞인 반응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해 대일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적 차원에서는 일본이 뗼레야 뗼 수 없는 국가라는 것이 문제다. 일본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일본은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5%(5위), 수입 비중의 10.4%(3위)를 차지하고 있다.

즉 한일관계 냉각은 무역 축소와 더불어 관광·투자·인적교류 등의 위축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방탄소년단 출연 취소 사태도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손실이 표면화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른다.

이에 정부는 대일 관계에서 역사 문제와 미래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한다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표명하고 있지만 정작 일본이 응하지 않으면서 갈등은 계속 커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외교에는 상대가 있는 만큼 일방적인 ‘투 트랙’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한다.

최은미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역사문제 등 갈등요인을 다루려는 노력 없이 ‘하위 정치(low politics)’에서의 교류증대는 갈등관리와 외교·안보협력 등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지 못하는 것”이라며 “실질 협력을 위한 중장기적 차원의 접근 및 양국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역사 문제에서 격렬히 대립하고 갈등했지만, 한편으로는 협력하며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인권·평등·평화를 구가하는 나라를 만들었다”며 “한국은 일본이 적반하장 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할 수 있지만 그런 일본과 공존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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