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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北, 바빠서 북미회담 연기"…핵협상보다 쿠바가 먼저?


입력 2018.11.09 00:00 수정 2018.11.09 08:22        이배운 기자

북한이 먼저 회담연기 요청…‘분주한 일정’ 정체는 무엇?

‘바쁜 일정’은 구실, 협상 난항인듯…외교부 “과도한 해석 말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 5일 북한 평양 '5월 1일' 경기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 5일 북한 평양 '5월 1일' 경기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먼저 회담연기 요청…‘분주한 일정’ 정체는 무엇?
‘바쁜 일정’은 구실, 협상 난항인듯…외교부 “과도한 해석 말길”


북한이 8일 예정돼있던 북미고위급회담을 ‘일정이 분주하다’며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돼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회담이 연기된 배경에 대해 “‘서로 일정이 분주하니 (회담을)연기하자는 북한의 설명이 있었다’고 미측으로부터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핵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김영철 부위원장과 최종결정권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목을 잡을 만큼 중요한 행사는 쿠바 지도자의 방북을 꼽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방북하자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직접 영접했고 2박3일 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대접했던 것 만큼이나 극진한 대접을 보였다.

디아스카넬 의장의 방북하기 전 김 위원장은 보름 이상 공개활동을 벌이지 않았다. 일정이 분주한 탓에 북미회담을 연기했다는 설명이 미적지근한 이유다.

특히 쿠바는 북한의 오랜 사회주의 동맹 국가이면서도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아 강한 불만을 품고 있는 반미(反美) 국가로 분류된다. 실제로 북한이 쿠바 지도자의 방북 일정 탓에 고위급 회담을 미뤘다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및 개혁개방 의지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 5일 북한 평양 '5월 1일' 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 5일 북한 평양 '5월 1일' 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이외 북한 입장에서 핵협상을 미룰 정도로 중요한 사안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 크렘린궁은 지난 7일 김 위원장이 내년에 방러 하길 바란다는 뜻을 표명했다. 북미대화를 돌연 연기할 정도로 일정이 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대한 협상을 앞두고 있는 김 위원장이 혈맹관계를 과시하기 위해 또다시 ‘깜짝 방중’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중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4번째 방중을 단행해 미국을 자극하는 것은 북·중 양측에 부담이다.

이같은 정황들에 따라 ‘분주한 일정’은 구실이고 북미가 핵 사찰·검증 및 제재완화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간신히 재개되는 듯 했던 북미대화가 장벽을 넘지 못하고 교착상태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해석이 잇따른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과도한 해석을 지양해달라는 입장이다. 강경화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폼페이오 장관도 나중에 회담이 열린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했다"며 "회담 연기에 대해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나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북미고위급회담이 이뤄지지 못한데 아쉽게 생각한다“며 "회담 연기에 대해 과도한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달성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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