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정규직 되고보니 이제는 희망퇴직?" 카드사 정책에 고용불안 되풀이


입력 2018.11.09 06:00 수정 2018.11.09 07:35        배근미 기자

현대카드, 정규직 희망퇴직 진행…1년여 전 정규직 전환 직원도 포함

정규직 전환 불구 불안감 여전…"되려 발목 잡을까" 노심초사 분위기

정부가 소상공인 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의 여파가 또다른 정부 정책인 ‘비정규직 제로화’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 악재로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업권 전반에 걸쳐 인력 감축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현 정부 정책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지은 카드사 직원들은 또다시 고용 불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연합뉴스 정부가 소상공인 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의 여파가 또다른 정부 정책인 ‘비정규직 제로화’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 악재로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업권 전반에 걸쳐 인력 감축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현 정부 정책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지은 카드사 직원들은 또다시 고용 불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소상공인 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의 여파가 또다른 정부 주요정책인 ‘비정규직 제로화’와 정면 충돌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근거로 카드업권 내 인력 감축이 진행되는 와중에 현 정부 정책에 따라 최근 1~2년 새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지은 카드사 직원들은 또다시 고용 불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최근 유력 컨설팅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으로부터 수 백명 상당의 인력감축이 필요하다는 컨설팅 결과 등을 바탕으로 사내 부서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번 희망퇴직은 구체적인 대상이나 조건 없이 사실상 정규직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이중에는 당장 지난해 정규직 전환을 마친 직원들이나 특정 직군들도 함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 측은 “(적극적 개념의)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기보다는 사내에 창업 등을 위해 퇴직을 희망하는 이들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면담을) 요청할 수 있다는 개념”이라며 “구체적인 규모나 구조조정 여부에 대해서는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BCG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인력 감축을 비롯한 다양한 미래 전략을 제안받은 것은 사실이고 내부적으로도 그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사측이 이처럼 향후 인력감축 계획 등과 관련해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사이 이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계속되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다 결코 만만치 않은 정규직 전환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서야 고용 안정 등 측면에서 한숨 돌릴 것으로 기대했던 정규직 전환 직원들은 최근 사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희망퇴직 신청 역시 남의 일로 보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규직 전환 직원은 "이제야 겨우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아직 정규직이라는 실감도 나기 전에 현재 소속된 부서 인원 상당수를 타 부서로 이동시키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어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가능하다면 어떻게든 남아서 버텨보고 싶다는 입장이지만 막상 희망퇴직 압박이 현실로 다가오면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고용의 안정화를 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실화되지는 않았으나 정부는 당시 비정규직 과다 사용기업에 대해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까지 검토해가며 정규직 확산에 심혈을 기울였고, 이같은 정부 기조에 따라 금융권 등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작업에 나섰다.

특히 카드 모집이나 설계사, 여신상담원은 물론 IT나 사무직군에 이르기까지 타 업권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카드사들의 경우 다소 더디기는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규직 전환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있을 절도로 유독 비정규직 비중이 높았던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규모를 218명 가량 줄였고, 정규직원을 116명 가량 확대했다.

우리카드 노사 역시 최근 사내 비정규직원 250명 중 180여명에 대한 정규직 일괄 전환에 나서기로 합의했고, 하나카드 역시 파견직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 비율을 놓고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도 지난 6월 콜센터, 모니터링 등 한정된 업무를 대상으로 별도 직군으로 관리하던 운영사원제도를 폐지하고 내년 초부터 인력 전원을 정규직원으로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처럼 비정규 직원들의 정규직 확대에 나서고 있는 카드업계가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내년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타격을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산정 결과에 따라 업계 전반에 걸친 인력 감축 러시 가능성이 열려있는데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은행계 카드사들의 은행 편입 혹은 여타 카드사들의 매각 문제 역시 재점화될 여지도 남아있다. 이 경우 역시 몸집 줄이기를 위한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편 이같은 태풍 전야 속에 이제 겨우 받아든 정규직이라는 신분이 되려 발목을 잡지 않을지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 정규직원들도 고용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더 보호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심적 불안감에 따른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일단 정규직 신분이니 현재 맡고 있는 직군이 아니더라도 다른 부서로 가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지 않냐는 이야기도 듣는다"며 "하지만 이제 막 정규직으로 전환한 직원들을 얼마나 경쟁력 있는 부서로 배치시킬지 자체도 의문인데다 만약 이를 거부했다 자칫 회사에 찍혀 내몰리는 경우도 있다고 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배근미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