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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우롱'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정부 주도 이벤트 '한계'


입력 2018.11.07 15:13 수정 2018.11.07 17:22        김유연 기자

낮은 할인폭, 적은 물량 등 소비자 반응 '싸늘'

정부가 이벤트 주도해 한계 드러내…제도 개선 '시급'

#. 직장인 정모 씨는 판매 시작 시간에 맞춰 이커머스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서버 다운으로 구매에 실패했다. 정모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매 실패"라며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데 과장된 홍보로 유입 고객을 늘리려는 꼼수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 주부 김모 씨도 지난달 막을 내린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인기 제품은 할인 대상에서 빠지고 할인율도 평범한 수준이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연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한 쇼핑축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낮은 할인폭, 적은 물량 등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뜨뜻미지근하다. 일각에서는 해외와 달리 정부가 쇼핑 이벤트를 주도하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이마트가 11월 창립 25주년을 맞아 이마트표 블랙프라이데이인 ‘블랙이오’행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한다.ⓒ이마트 이마트가 11월 창립 25주년을 맞아 이마트표 블랙프라이데이인 ‘블랙이오’행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한다.ⓒ이마트

7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G마켓·옥션·쿠팡·티몬·위메프 등 주요 온라인쇼핑 업체들은 저마다 특가 행사를 내걸고 대목 잡기에 나섰다. 해외 발 11월 소비 대축제(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 등을 맞아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다양한 할인행사로 맞불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일부 업체의 물량 부족, 접속자 폭주로 인한 서버 다운 현상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티몬은 지난 1일 펼친 '타임어택' 행사에서 9만9000원의 LG전자 최신 노트북을 판매한다고 고객을 끌어들였지만, 정작 수량이 10대 밖에 안돼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제조사에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인 국내 유통업계 구조상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할인폭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의 경우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서 물건을 사서 파는 직매입 형태로 가격 결정권이 유통업체에 있다.

게다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대부분의 유통·제조업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참여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행사로 거듭나기 위해선 운영 주체를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꾸고, 미국과 다른 유통 구조를 감안해 기존 유통사 중심에서 제조사 중심으로 공급 주체를 변경해야 낮은 할인율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정부 주체의 이벤트를 기획하고 주도한 것이 문제"라며 "해외에서 한다니 무작정 모방한 이벤트라 성공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우리 실정에 맞는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마트는 직매입을 통해 할인율을 대폭 낮춘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이마트는 11월 창립 25주년을 맞아 이마트표 블랙프라이데이인 '블랙이오' 행사를 실시한다.

지난 1일부터 28일까지 4주간 총 2000여 품목, 3000억원 규모의 물량을 준비해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의 대부분 상품을 직매입 형태로 들여오기 때문에 작년보다 상품 수나 할인 폭을 더 확대할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획 상품의 경우 협력사와 협의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는 시기에 추가 발주 등을 넣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며 "직매입과 대량 구매, 사전 협의 등 가용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했다"고 말했다.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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