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현대카드 구조조정 '칼바람'…임원도 줄사표


입력 2018.11.08 06:00 수정 2018.11.08 10:39        배근미 기자

임직원 희망퇴직 가시화 속 임원 6명 해임…직원까지 최대 400명 거론

실적 부진 속 경영책임론 불가피…업계 "수수료 인하 여파…남일 아냐"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관련 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현대카드/캐피탈 소속 임원 6명이 지난 1일자로 무더기 해임 조치됐다.ⓒ현대카드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관련 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현대카드/캐피탈 소속 임원 6명이 지난 1일자로 무더기 해임 조치됐다.ⓒ현대카드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현대카드 인력감축 칼바람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구체적인 규모가 공개되지는 않고 있지만 약 400여명의 대규모 인력감축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현대카드의 인적 구조조정의 칼끝이 가장 먼저 임원들을 향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소속 임원 6명이 지난 달 말 무더기로 해임 조치됐다. 이번 인사는 공식적으로 본인 의사에 따라 회사를 그만두는 ‘의원사직’의 형태를 띄고 있으나 인력 감축 을 위한 출범 첫 구조조정 국면과 맞물리면서 사실상 ‘경질’ 성격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해임자 명단에는 지난 2013년 현대라이프 마케팅팀장으로 재직하며 높은 성과를 인정받아 당시 인사에서 최연소(40세) 임원으로 승진한 이주연 N부본부장(상무이사)를 비롯해 김미은 디지털HR실장(이사), 김학민 알고리즘 랩 실장(이사), 원만호 플랫폼기획실장(이사), 홍상영 오픈이노베이션 실장(이사) 등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홍상영 실장(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임원들의 경우 대부분 2년 이상 임기가 남아있었지만 현대카드의 매서운 구조조정 칼날 앞에서 사실상 힘을 쓰지 못했다. 김학민 알고리즘 랩 실장과 이주연 상무는 오는 2020년까지, 지난 2017년 선임된 김미은 디지털 HR실장과 원만호 플랫폼기획실장은 오는 2021년 말까지 임기가 예정돼 있었다.

특히 현대카드 카드사업부문을 이끌며 정태영 부회장에 이어 2인자로 꼽히던 김정인 현대카드 부사장 또한 이번 해임자 명단에 포함돼 업계 안팎에 적잖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유력 컨설팅 회사 매킨지앤컴퍼니 출신으로 지난 2011년 현대카드 상무로 영입된 후 최근까지 전략기획본부장과 카드마케팅본부장 등을 겸임해 온 김 부사장은 그 영향력을 반영하듯 올 상반기 정 부회장에 이어 사내 연봉순위 2위, 카드사 임원 중에도 정준호 삼성카드 부사장에 이은 두 번째 고액 연봉자로 이름을 올렸다.

현대카드 측은 당시 김 부사장에 대한 연봉 책정에 대해 "2017년 기준 신판 MS 14.5%, 신규 모집매수 140만명, 법인카드 만기이익 448억원, 슈퍼클럽 활성화를 통한 이용회원 비중 증가와 H-Coin 포인트 런칭 등을 달성한 점을 고려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카드업황 불황 속 신용판매와 같은 본연의 사업 대신 '디지털 생태계' 조성과 빅데이터 산업 등에 사내 투자와 인력 등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카드사업을 이끄는 김 부사장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김 부사장은 지난 8년 간 동고동락했던 현대카드를 떠나게 됐다.

한편 과거와 비교해도 유래를 찾기 쉽지 않은 현대카드의 이번 고강도 인적 쇄신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 금융계열사의 잇따른 실적부진으로 궁지에 몰린 정태영 부회장이 올 연말 단행될 그룹 임원인사를 앞두고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다가올 그룹 인사가 정의선 수석부회장 승진 이후 실질적 인사권을 행사하는 첫 사례인 만큼 성과를 기반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도높은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 부회장 역시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이 이끈 현대라이프생명(현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6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다 대만푸본생명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정 회장에 대한 경영 책임론이 불거진 바 있고, 현대카드 또한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악재로 상반기 실적(790억원)이 전년 대비 40% 급감했다. 여기에 현대 금융계열사의 내부거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그룹사의 부진한 실적도 뼈아프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최근 현대차에 이어 현대카드·캐피탈의 글로벌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0, A-에서 BBB+로 하향조정했고, 한국기업평가 역시 대주주인 현대차의 지원 가능성 저하가 예상된다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AA+)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한편 카드업계는 현대카드의 이같은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 등으로 인해 업계 전반에 걸쳐 실적이 악화된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당장 내년에만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카드 수수료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카드사들의 '몸집줄이기'를 통한 여력 확보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이다.

카드사 노조 역시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강압적인 카드수수료 인하는 소상공인과 카드산업 모두를 공멸하는 길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카드업계 전반이 구조조정 등 생계에 위협 받는 실정에 내몰려 있다"며 "지금은 현대카드 한 곳의 일이지만 언제든 내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종사자들 모두에게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배근미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