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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협력이익공유제는 사회주의 발상…손실도 공유할건가"


입력 2018.11.08 06:00 수정 2018.11.08 06:15        박영국 기자

"이익 수치로 나누는 건 탁상행정…기업 투자의지 꺾어"

"자율에 맡긴다지만…여론몰이, 규제기관 압박 우려"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사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사

"이익 수치로 나누는 건 탁상행정…기업 투자의지 꺾어"
"자율에 맡긴다지만…여론몰이, 규제기관 압박 우려"


정부와 여당이 지난 6일 발표한 ‘협력이익공유제’를 두고 재계가 들끓고 있다. 시장경제체제를 무시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이자, 기업 자율성을 훼손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도입을 강제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참하지 않는 기업은 여론몰이로 마녀사냥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사간 공동의 노력을 통해 달성한 협력이익을 재무적 성과와 연계해 추가 이익을 공유하는 ‘산출 연동보상제’ 모델이라는 점에서, 기존 도입된 ‘원가 연동가걱제’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성과공유제와 차별화된다. 즉, 대기업이 이익을 내면 그 중 협력사의 기여도를 산출해 이익을 배분해주는 식이다.

재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공식 논평은 내지 못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경제단체들 중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만 유일하게 환영 논평을 낸 상황이다. 대기업들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엮여 숙청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이후 주요 사안에 입을 닫고 있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해 우려 입장을 표명하는 정도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단체인 만큼 공식적으로는 중립적인 입장이다. 다만 김용근 경총 부회장이 7일 이사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히려 다른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기업 독립성 측면에서 신중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자율’로 포장됐지만 사회적 분위기상 도입을 거부했다가 불량기업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이라면 미래를 포기하고 자선단체로 전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A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해야 할 부분인데 이걸 제도적으로 못 박는 건 사회주의적 발상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상생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단순히 이익을 갖다가 수치로 나누겠다는 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익이 날 때 일정 부분을 협력사에 배분해야 한다면 손실이 날 때도 분담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B 대기업 관계자는 “시황을 타는 업종은 호황 사이클에 이익이 날 때 벌어둔 돈을 가지고 보릿고개(불황)를 버텨야 하는데, 이익을 협력사와 배분해 버리면 불황을 무슨 수로 버티느냐”면서 “그런(협력이익공유제) 논리라면 불황 때는 협력사와 손실도 공유해야 하는데 협력사들에게 갑질을 하라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시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이 사라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C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은 이익의 상당부분을 미래를 위한 투자금으로 활용해야 지속 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면서 “미래 투자비용은 대기업과 1,2,3차 협력사 부담이 각각 다른데, 그걸 수치상으로 균등하게 나눈다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협력이익공유제의 도입여부를 기업 자율에 맡긴다지만 결국에는 강제적으로 내몰리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순수하게 자율에 맡기면 도입할 기업이 없을 텐데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놓은 제도가 유명무실화 되는 꼴을 보고만 있겠느냐”면서 “여론몰이를 하건 규제기관들을 동원하건 어떤 식으로든 압박이 들어올 것이고, 결국 기업들은 마녀사냥을 당하거나 세무조사, 공정위 조사 등으로 탈탈 털리는 상황이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하는 상황에 내몰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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