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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정우택·유기준 '역할분담'?…비박계 대응은


입력 2018.11.07 00:00 수정 2018.11.07 06:01        정도원 기자

접점 넓혀가는 당권주자 정우택·院代후보 유기준

황교안 대권직행설 속 확대되는 '3각 역할분담설'

비박계는 첫 단추 '원내대표 후보' 단일화 혼선

접점 넓히는 당권주자 정우택·院代후보 유기준
황교안 대권직행설 속 '3각 역할분담설' 확산
비박계는 첫 단추 '원내대표 후보' 단일화 혼선


전당대회 출마가 거론되는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과 원내대표 도전이 유력한 유기준 의원이 6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의 미래' 포럼에 앞서 '앉아야 할 자리'를 놓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전당대회 출마가 거론되는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과 원내대표 도전이 유력한 유기준 의원이 6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의 미래' 포럼에 앞서 '앉아야 할 자리'를 놓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우택 의원의 당권 도전과 유기준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는 등 자유한국당 '정치의 계절'을 앞두고 잔류파의 전열재정비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비박계는 '1차 관문'인 12월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다소 혼란스런 모양새다. 2월말 전당대회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대권-당권-원내대표'로 구성되는 일련의 라인업을 성공적으로 갖춰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우택 의원은 6일 잔류파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포럼 '보수의 미래'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총선이 보수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대표가 나와야 한다"며 "내가 느끼기에는 (나에 대해) 어려울 때 당을 지켜온 사람으로 안정감을 갖고 끌고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사실상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정 의원은 오는 13일 보수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특강을 연다. 정 의원의 싱크탱크 '더좋은나라전략연구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이대로 가야 하나' 특강에는 대령연합회,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회, 교회연대,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 등 대표적 보수단체들이 참석한다.

특강이 열리는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국회 경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강연장으로 5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다. 전당대회를 겨냥해 발빠른 대규모 세(勢) 몰이에 나서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은 "보수단체가 강연을 통해 내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며 "20여 개 보수단체가 이번에 같이 내 말을 들어본 뒤, 만약 내가 전당대회에 출마한다고 하면 행동을 같이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우택 의원이 당권 도전을 시사한 것과 발맞춰, 한때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던 유기준 의원은 원내대표 쪽으로 침로를 분명히 하며 잔류파 핵심 중진의원 간의 '역할분담'이 자연스레 이뤄지는 모양새다.

유기준 의원은 최근 당내 잔류파 핵심 중진의원들을 잇달아 방문해 지지 약속을 받는 등 보폭을 부쩍 넓히고 있다.

이날 '보수의 미래' 포럼 5차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주최해내며 잔류파의 '중핵'으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계파간 화합·융합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비박계·중도중립 성향 의원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찾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이날 '보수의 미래' 포럼 모두발언에서 "당헌·당규를 보면 당대표가 사퇴한 때로부터 60일 이내에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도록 돼 있는데, 이미 그 기간을 경과한지 오래"라며 "지금 비대위가 할 일은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도록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빠른 전당대회 준비'는 지난달 31일 비대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도 제기됐던, 정우택 의원의 지론이다. 유 의원이 정 의원을 측면에서 '화력 지원'하며 힘을 실어준 셈이다.

정 의원도 호응하듯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12월 원내대표 경선에 "왕년에 계파나 보수 분열의 책임이 있는 쪽에서는 (출마를)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당권직행설과 함께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월말 전당대회에 대비하는 자유한국당 잔류파의 '3각 라인업'이 황교안 대권, 정우택 당권, 유기준 원내대표로 정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데일리안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당권직행설과 함께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월말 전당대회에 대비하는 자유한국당 잔류파의 '3각 라인업'이 황교안 대권, 정우택 당권, 유기준 원내대표로 정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데일리안

잔류파가 말하는 '보수 분열의 책임이 있는 쪽'이란 비박계·복당파를 가리킨다. 유 의원이 이날 "엄격하게 말해서 지금 우리 당에는 계파가 하나밖에 없다"고 말한 것과 맞물려 해석해보면, 유 의원의 경쟁 상대인 비박계·복당파 후보들을 향해 정 의원이 '견제구'를 던지며 화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양자 사이의 접점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우택·유기준 의원과 모두 접점을 가지고 있는 '또 한 장의 카드'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전당대회 불출마와 대권 직행설이 대두되고 있다. 잔류파의 대권·당권·원내 '3자 역할분담론'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황 전 총리와 유 의원은 내각에서 국무위원으로 함께 활동했다. 최근 유 의원은 황 전 총리의 '원내(院內) 메신저'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또, 황 전 총리의 정 의원은 경기고·성균관대 5년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황 전 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이었을 때, 정 의원도 당대표권한대행을 맡는 등 당정(黨政) 파트너로 많은 소통이 있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초 조기 대선 출마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 의원과 상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총리는 이날로 예정됐던 한국당 의원들과의 회동을 연기하며, 정계 입문과 관련한 구상을 다시금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황 전 총리가 지난해 '조기 대선' 때도 물리적 마감 시한에 임박해서야 '불출마'를 비로소 밝혔던 점을 가리켜 "전당대회 날짜조차 정해지지 않은 만큼, 황교안 전 총리가 연내에 (전당대회 출마)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결국 이런 '그림'이 황교안·정우택·유기준 3자간 '역할분담'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잔류파로 분류되는 한국당 재선 의원은 "황교안 전 총리와 정우택 의원 두 분이 동시에 전당대회에 출마해서는 안 되며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며 "이미 대권·당권 역할분담 등의 구상을 가지고 움직이면서 조언하는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대권·당권·원내대표' 3각 라인업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며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잔류파와는 달리, 비박계는 원내대표 대표주자 확정이라는 '첫 단추'를 쉽사리 꿰지 못하며 내부적으로 다소 혼란스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권주자로는 대구·경북 4선의 주호영 의원이 차분히 준비하고 있으나, 원내대표 후보군은 강석호·김학용·김영우·홍문표 의원 등 3선 의원들이 난립하는 양상인 가운데 '교통정리'가 여의치 않은 국면이다.

강석호 의원이 가장 강력하게 출마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도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대표선수' 자리를 양보했던 바 있는 김학용 의원은 사전 물밑 조율 없이 강 의원이 앞서나가는 모습에 불쾌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영우 의원은 '교통정리' 없이 독자 출마를 준비하며 최근 동료 의원 접촉면을 넓히는 등 본격적으로 몸을 풀고 있다.

비박계에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다는 것도 점차 약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유승민 의원은 당밖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전당대회 이전에 복당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며 "김무성 전 대표는 능력이나 자질은 충분하지만, 정치역학상 대권을 염두에 두고 운신하는 길이 구조적으로 험로(險路)가 돼 있다"고 분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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