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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게임규칙 ‘문재인 스킨스’란?


입력 2018.11.05 11:00 수정 2018.11.05 10:26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비현실적인 ‘평등주의’에 대한 은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평등’·‘막 퍼주기’·결국 모두가 패자

<김우석의 이인삼각> 비현실적인 ‘평등주의’에 대한 은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평등’·‘막 퍼주기’·결국 모두가 패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주말에 만추를 만끽하려 골프클럽 필드에 나갔다. 너무 오랜만이라, 동행이 ‘내기하자’고 할까봐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분이 ‘학교가자’고 했다. 돈을 내고, 본격적으로 내기를 하자는 말이다. 바로, 내기 골프 규칙이 궁금해졌다. 다른 한 분이 말했다. “요즘 시중에 유행하는 내기 골프 룰이 있는데 한번 해볼까요? ‘문재인 룰’이라는데...” 이름을 붙이려면 특징을 잘 살려야 하는데, 모두가 궁금해 했다. 배운 규칙을 간단히 설명하지면 다음과 같다.

1. 참가자 모두가 10만원씩 낸다. 공평하게...
2. 각 홀마다 버디는 4만원, 파는 3만원, 보기는 2만원, 더블보기는 1원을 시상한다. 후하게...
3. 돈이 다 바닥나면, 가장 많이 딴 참가자의 판돈을 몰수해 판돈으로 삼는다. 사정없이...

규칙이 간명하고 공평하고 후하게 들렸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결국, 제일 못 쳐서 마지막까지 몰수당하지 않는 사람이 많이 벌고 끝나는 거네.” 제안자는 웃음을 짓더니, “그러면 ‘문재인식’이 아니지. 그런 불공평을 막기 위한 장치로 ‘경기 끝나고 참가자의 모든 돈을 다시 모아 최대한 공평하게 나눈다’를 마지막 규칙으로 못 박아 놨지” 이야기를 듣고 모두 무릎을 치며 박장대소했다. 정말 절묘했다.

‘문재인스킨스’로 경기를 시작했다. 우려와 달리, 마지막 한명까지 차례로 딴 돈을 ‘토해내고’ 게임이 끝났다. 결국 먼저 ‘토해’ 낸 사람이 가장 많이 챙겼다. 이럴 때를 대비한 마지막 룰이 발동됐다. 딴 돈을 모두 모았다. 각각 3만원씩 배분됐고, 나머지는 캐디 봉사료 등으로 지불됐다. 문제는 게임 스코어였다. 모두가 형편없이 많은 타수를 적어냈다. 창피할 정도로...

과거에 ‘조폭 스킨스’를 변용한 ‘전두환 스킨스’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마지막에 딴 사람이 최후의 승리자가 되고 나머지 사람은 깡통을 차는 방식이다. 군부독재를 통렬히 비꼬는 규칙이었다. ‘문재인 스킨스’는 정반대로 통렬했다. 비현실적인 ‘평등주의’에 대한 은유다. 수년간 히트상품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일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로, 국민에게 국가의 비젼을 제시하고 국회에 협조를 요청하는 기회다. 많은 사람이 경제분야의 국정기조 변화를 기대했다. 그동안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세 가지를 경제정책의 기조로 제시했지만, ‘소득주도’는 역효과만 냈고, ‘공정경제’는 하나마나한 좋은 얘기로 일부 국민(소위 기득권층)을 때려잡는 명분만 됐다. ‘혁신성장’은 여권 내의 엇박자로 말은 있는데 후속조치가 없다. 이번 시정연설은 시대를 역행하고 모호하기만 한 국정기조를 바로잡을 좋은 기회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대는 엇나갔다. ‘혹시’가 ‘역시’가 됐다. ‘소득주도’라는 말은 급격히 줄었지만, 헛된 지향을 포기한 것 같지는 않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명확하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내기 골프의 ‘문재인 스킨스’와 연결시켜 해석하면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첫째, ‘불공정’은 ‘불평등’에 기인하므로 ‘불평등’을 없애야 한다. 문재인 스킨스의 첫째 조항, 모두 동등하게 갹출하고, 마지막 조항 가장 공평하게 배분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모두가 손해다. 더 큰 모순은 조금 더 가진 쪽이 더 지불할 수 있는 것을, 모두가 같이 평등하게 지불하는 ‘역진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각자에게 주어지는 보상도 보잘 것 없다. 많이 가진 쪽은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가능한 최대한 절약하고 좀 남기까지 했다. 없는 쪽은 실력이 좋아도 판돈을 딸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불평등이 커지고 불공정한 룰이 되는 것이다.

둘째, 경기는 참가자 누구에게나 후하게 준다. ‘막 퍼주기’ 수준이다. 빈부와 관계없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현 정부의 정책들과 오버랩된다. 게임에서 약간의 차등은 있지만 누구도 섭섭지 않게 시상한다. 게다가, 어차피 마지막에는 ‘공평’해진다. 문재인정부의 재정은 ‘먼저 빼먹는 사람이 임자’다. 그러다 보니 모든 국민은 ‘도덕적 해이’ 상태다. 그 와중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온갖 꼼수들이 판친다. 국가재정은 국민의 돈이고 미래세대의 재원이다. 그런 국가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공무원과 공공기관 정원을 갑자기 늘렸다. 모두가 공시열풍에 뛰어든다. 엄청난 인력낭비다. 게다가 일자리에 한계가 있는데, 지금 펑펑 쓰면 다음정부는 긴축할 수 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정책도 마찬가지다. 멀쩡한 원자로를 폐쇄하고 생산성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에 지원금을 퍼붓는다. 매몰비용은 차치하고, 천문학적인 재정을 지원금으로 투입하는데, 알고 보니 그들 식구들의 독차지다. ‘비정규직 제로’ 공약은 약자를 위한 배려라지만 ‘고용세습 강화’로 귀결된다. 이렇게 예를 들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결국 재원은 파탄날 것이고, 부자들의 주머니를 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모든 국민이 희생양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게 유지라도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금융위기’와 ‘정부파산’은 남유럽과 남미 일부국가만의 일이 아니다. 지금 경제지표는 끝없이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지 않는가.

셋째,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된다. ‘문재인 스킨스’로 골프경기를 한 후 아무도 스코어 카드를 받지 않았다. 캐디도 굳이 알리려 하지 않았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확인하면 낙담할 것이 뻔한 타수라는 것을... 문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말한다. 지금 세계가 놀라워할 정도로 ‘잘살고’는 있지만, ‘함께’가 부족하다고 역설했다. 보수정권에서 경제를 망치고 ‘함께’는 역진했단다.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 정부는 이 ‘함께’를 위해 모든 것을 걸 기세다. 그 ‘함께’가 함께 쓰러지고 함께 망하는 ‘공도동망(共倒同亡)’이라도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골프게임은 또 하면 되고 게임의 룰도 바꾸면 된다. ‘한번 실없이 웃고 떠들며 즐겼다’ 해도 누구에게도 낭패는 아니다. 국정은 다르다. 한번 기세가 꺾이면 다시 궤도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처럼 세계경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더욱 그렇다.

이번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문대통령은 ‘포용국가’가 강조했다. 포용이 있어야 국민통합이 유지되고 힘을 모아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런데, 문대통령은 기득권집단이 사회적 약자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포용’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포용은 쌍방향이어야 의미가 있다. 나아가 지금처럼 다변화된 사회에서는 다방향이어야 한다. 일방에게 포용을 강요하고 실현되지 않았을 때 응징하는 구조는 진정한 포용이 아니고 또 다른 폭력이다.

골프게임이 끝나고 상대적으로 부자인 참가자가 식사를 냈다. 그리고 다른 참가자들은 고마움을 표시했다. 포용은 그렇게 주고받는 것이다. 힘이 아니고 마음으로...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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