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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뜻의 변천, 흡사 '가든'이 '갈비집' 되듯…


입력 2018.11.04 06:00 수정 2018.11.04 05:12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맘에 안들면 '먼지털이'로 적폐 만들어내

적폐 뜻이 '권력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 됐다

<칼럼> 맘에 안들면 '먼지털이'로 적폐 만들어내
적폐 뜻이 '권력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을 잡기 전인 지난 2017년 1월, 의원회관에서 권력적폐를 청산하자며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을 잡기 전인 지난 2017년 1월, 의원회관에서 권력적폐를 청산하자며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부가 다시 또 한 명의 적폐청산 대상을 찾은 것 같다.

아니, 만들어 냈다고 해야 할까.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의 김영배 전 상근부회장이 그 사람이다.

고용부는 조직적인 회계부정과 비자금 조성등 의혹을 제기하며, 30여 년만에 경총에 대해 두 달 동안 먼지털듯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지난 14년간 김 전 부회장이 상근부회장으로서 업무추진비로 1억90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했고, 자녀학자금을 다른 직원보다 6000만 원 더 썼다는 비위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사실상 표적감사를 했으니 아마도 곧 고발하거나 수사의뢰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이 오랫동안 경총 부회장으로서 이 정부 뿐만 아니라 전 정부 당시에도 정부나 정치권의 반(反)기업적 조치 등에 대해 경영자의 입장을 대변해 수시로 입바른 소리를 해온 것은 언론이나 웬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

또 한 명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있다.

국가보훈처가 현 집권세력이 야당이던 전 정부 시절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등 눈엣가시였던 박승춘 전 처장에 대해 너댓 가지의 비리 혐의를 어거지로 고발했지만, 무소불위의 현 검찰에서조차 처벌거리가 안 된다고 지난 6월 모조리 무혐의처분했다.

그러자 피우진 현 보훈처장은 지난 8월 다시 '위법·부당 행위 재발방지위원회'를 출범시켜 박 전 처장 비위 건을 재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전형적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민간인이 된 재향군인회원들에게 길거리 집회도 나가면 안 된다는, 개념없는 피우진 처장의 행태를 볼 때 조만간 또 무슨 억지 고발거리를 만들어낼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적폐(積弊)는 오랫동안 쌓인 폐단을 뜻하는 것이지,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적폐청산은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조지고 잡아가두는 표적수사의 의미로 변질됐다. 마치 영어에서 온 '가든'이 우리나라에서는 정원(庭園)이 아니라 갈비집 식당의 의미가 된 것처럼…….

글/석동현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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