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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 만에 찾은 '자본시장 대통령'의 고민 셋


입력 2018.11.05 06:00 수정 2018.11.05 05:58        부광우 기자

안효준 국민연금 CIO 과제 산적…기금운용 정원 1/10 '공석'

주식 운용률 급락에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책임까지 '부담'

안효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데일리안 안효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데일리안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안효준 신임 최고투자책임자(CIO)의 등장으로 15개월 만에 수장 자리를 채우게 됐다. 이로써 안 본부장은 650조원의 거대 자산을 굴리는 자본시장의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지만 화려한 명함과 달리 실상은 가시밭길 앞에 놓인 현실이다.

리더를 잃은 사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력 10분의 1 이상이 자리를 떠난 상태에서 최근 주요 투자처인 국내 주식 시장의 혼란이 심상치 않은데다, 수많은 논란을 낳은 스튜어드십 코드까지 본격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하는 등 안 본부장은 임기 초부터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5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 달 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임명된 안효준 전 BNK금융지주 사장은 같은 달 중순부터 CIO로서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안 본부장은 65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 기금을 국내외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임기는 2년이며, 추가 1년까지 연임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사임한 이후 1년 3개월째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지난 2월 신임 본부장 공모 당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등 3명이 최종 후보자로 올랐으나,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인사 개입설이 불거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소란 끝에 안 본부장이 조타수를 잡게 됐지만 업무 수행 환경만 놓고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입장이다. 당장 280여명이 정원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직 가운데 10% 이상이 비어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업무를 실질적으로 책임져야 할 실장급 보직도 8석 중 3석이 공석이다.

이에 안 본부장의 첫 번째 과제는 능력 있는 인재들을 섭외해 조직을 안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특성 상 임금에 있어 자본시장 평균 이상의 대우를 보장하기도 힘든데다, 위치도 서울이 아닌 전북 전주에 있는 불리함 등을 극복하고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처럼 인적 자원이 부족한 여건에서 주식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는 점은 안 본부장에게 더욱 부담이 되고 있다. 안 그래도 올해 들어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고꾸라지며 기금 운용 실적 전반의 발목을 잡고 있던 상황에서 한층 커진 증시 변동성은 추가적인 악재가 되고 있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 수익률은 2.25%로 지난해(7.26%) 대비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산군별로 보면 국내 주식 투자의 수익률이 -5.14%까지 추락하며 전체 실적을 갉아먹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이 25.88%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밖에 다른 분야들 곳곳에서도 투자 수익률 부진을 겪고 있지만 ▲해외 주식 7.55% ▲대체 투자 5.17% ▲국내 채권 2.89% ▲해외채권 2.58% ▲단기 자금 1.56% 등을 기록, 마이너스로 떨어진 영역은 국내 주식이 유일했다.

이와 함께 안 본부장 영입 직전인 지난 7월 국민연금이 도입을 결정한 스튜어드십 코드도 향후 기금운용에 만만치 않은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로서의 역할 행사를 강화하는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을 둘러싸고 국민연금이 저울질을 시작할 때부터 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의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상당했는데, 이제 안 본부장은 이를 처음으로 시행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향후 언제든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사안에 첫 책임자가 된 셈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자금주인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주주활동 등 수탁자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토록 하는 행동 지침이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관련해 최대 화두로 떠올랐던 경영 참여는 우선 배제해 뒀다. 경영 참여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등 제반 여건이 구비된 후에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법령 수정 전이라도 기금운용위원회가 주주가치의 심각한 훼손 등을 이유로 의결한 경우에는 경영 참여를 시행할 수 있다며 길을 열어뒀다. 현행법은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정관의 변경 ▲자본금 변경 ▲합병·분할·분할합병 ▲주식 교환·이전 ▲영업 양수·양도 ▲자산 처분 ▲회사 해산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제안과 위임장대결 등의 행위를 경영참여로 보고 있다.

경영 참여 카드까지 꺼내들지 않더라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면 여러 기업과 증시에는 큰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의 약 7%를 점유하고 있는 큰 손이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만 100곳을 넘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국민들의 노후 연금을 책임져야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걱정 없이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 만한 주변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실태에 새 CIO의 고민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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