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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배두나' 수식어 아깝지 않은 연기


입력 2018.11.02 08:35 수정 2018.11.02 09:37        이한철 기자
배우 배두나가 '최고의 이혼'에서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이고 있다. KBS 2TV 방송 캡처. 배우 배두나가 '최고의 이혼'에서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이고 있다. KBS 2TV 방송 캡처.

'믿고 보는'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배우 배두나가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대중의 찬사를 받고 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강휘루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데는 단연 배두나의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연기부터 스타일링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넘어가지 않으면서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였다.

강휘루를 만난 배두나는 자신의 주무기인 현실연기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 털털한 성격에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먼 그를 표현하기 위해 대본의 지문보다 더 디테일한 연기로 역할에 임했다. 어수선한 집에서 짐볼에 걸려 넘어지고 칫솔을 입에 물고 쇼파에 덜렁 드러눕는가 하면, 여기저기 치약을 뚝뚝 흘리고 다니는 등 그간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현실연기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덜렁거리기만 한 캐릭터라면 매력이 없었을 것. 겉으로는 허허실실 웃고 있지만 남에게 정을 쉽게 주지도 못하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상처 받는 강휘루의 짠한 모습도 배두나를 통해 여실히 그려지고 있다. 사사건건 부정적이고 까다롭고 예민하기까지 한 조석무(차태현)에게 상처 받으면서도 지지 않는 말발로 속 시원한 한방을 날리는 것 또한 캐릭터를 보는 백미다.

배두나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대중에게 전달한다.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람 사이의 이야기가 극의 주제인 만큼 매회 인생의 해법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가 극중 인물들, 특히 주인공 강휘루로 분한 배두나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극 초반, 동화 에필로그의 내레이션을 통해 작품의 숨은 이야기를 담담한 목소리로 전달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아 알 수 없었던 삶의 이면이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또 평범한 가족이 무엇인지를 묻는 조석무의 질문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게 가족"이라는 답을 내놓아 시청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자신에게 호감을 품은 연하남이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냐고 묻자 "사랑하는데 좋아하진 않아"라며 사랑에도 여러 색깔이 있음을 일깨워줬다.

이렇듯 매회 명대사, 인생격언을 쏟아내는 주인공이지만 단순히 쿨하고 멋지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이혼을 결심했을 때는 "그만할래"라며 '개운한' 이별통보를 날렸지만 이후 결혼 생활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는 전혀 쿨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 준다. 갑작스레 울음을 터뜨리고 한숨 쉬고 크게 웃다가도 눈물짓고 좌충우돌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한다.

이처럼 점점 '감정과잉의 찌질이'로 변하는 드라마 중반의 강휘루의 모습 또한 '최고의 이혼'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가족이었던' 사람들끼리의 이별이 결코 어떤 아픔도 없이 단선적인 갈등을 빚거나 명쾌하게 단박에 마무리될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배두나는 이혼의 출발선에 선 강휘루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물 흐르듯 넘치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표현해 내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배두나의 입체적인 연기를 뒷받침하는 스타일링 또한 화제다. 강휘루의 성격을 보여주는 듯한 적당한 길이의 헤어스타일에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 만나 캐릭터의 현실감을 더욱 높였다. 배두나가 매 작품에서 보여준 탁월한 패션 센스는 그대로 가져갔다.

홈웨어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강휘루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양한 패턴과 소재를 이용한 의상을 적극 활용해 코지한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실외복에서는 톤 다운된 의상에 컬러로 포인트를 주는 것에 더해 컨버스화나 에코백을 활용해 보다 실용성 있는 룩을 만들어냈다. 조석무와의 갈등이 그려지는 장면에서는 보다 어두운 컬러의 의상을 선택한 반면 가족들과의 만남, 카페를 배경으로 즐거운 모습의 강휘루를 보여줄 때는 보다 밝은 톤의 옷을 스타일링해 캐릭터의 기분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미 수 많은 작품을 통해 보여준 연기력으로 국내외의 인정을 받아온 배두나는 차별화 된 캐릭터를 위해 연기뿐만 아니라 디테일한 비주얼에도 신경 쓰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세심하게 신경 쓴 캐릭터는 회를 거듭할수록 그 매력이 켜켜이 쌓이며 대중들에게 힐링을 안겨주고 있을 정도다. 드라마 '최고의 이혼'의 배두나, 그에게 붙은 '믿고 보는 배두나'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이유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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