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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갑질 양진호 회장의 사과 진정성 있나


입력 2018.11.02 08:05 수정 2018.11.02 08:05        데스크 (desk@dailian.co.kr)

<하재근의 닭치고 tv> 오랜 시간 엽기 갑질…한국사회 후진성 드러난 사건

ⓒKBS1 뉴스광장 캡쳐 ⓒKBS1 뉴스광장 캡쳐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 갑질 사건이 알려졌다. 웹하드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2015년에 전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이 영상에서 놀라운 것은 여럿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폭행이 이루어졌는데, 아무도 동요하거나 말리지 않고 모두가 태연히 업무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얼마나 폭력이 일상적이었는지, 직원들이 얼마나 양 회장을 두려워했는지를 알 수 있다. 맞은 사람은 양 회장에 대한 공포로 IT 업계를 떠나 어느 섬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영상을 찍으라고 지시한 사람이 양 회장이라는 점도 놀랍다. 자신의 행위가 감춰야 할 잘못된 짓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그저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타인 위에 군림하는 자기 모습을 즐기는 데에만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

엽기 행각은 또 있다. 아래에 양동이를 받쳐놓고 술을 먹여 그 자리에서 토하게 하고, 화장실에 가면 벌금을 물리거나 월급에서 제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단합대회를 가선 닭에게 석궁을 쏘게 하고, 죽이지 못하자 일본도로 도살하도록 시켰다. 상추를 늦게 씻은 직원을 해고한 적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원의 몸에 거머리를 붙이거나 비비탄을 쏘기도 하고, 마늘을 한 주먹 먹이는가 하면, 형형색깔의 머리 염색도 강요했다고 한다.

이런 주장들도 양 회장에게 가학적인 성향이 있으며, 권력을 과시하고 타인을 조종하는 행동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성격이라는 점을 추측하게 한다. 닭을 학대한 것에선 타자의 고통에 둔감한 성향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즉, 오로지 자기자신의 욕구만 생각하는 소시오패스적 경향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가 커지자 양 회장의 사과문이 나왔다. 사과문에서 그는 ‘그저 회사 조직을 잘 추슬러야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저의 독단적 행동’이라고 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 가학 행위가 단지 회사 조직을 다독이기 위한 경영적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납득이 가지 않는 사과문이다. 그는 ‘저의 잘못을 뉘우친다’고 했는데 그 말이 공감 받으려면,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적시해야 한다. ‘독단적 경영 판단’ 정도로 잘못을 축소하는 자세로는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으니 직원들을 비난하지 말아달라. 제가 마땅히 책임지겠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이것도 이상하다. 직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은데도 굳이 직원들을 감싸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대인배‘ 이미지로 갑질 이미지를 물타기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이런 말을 할 에너지로 자신의 악행을 분명히 적시하고 하나하나 그 잘못을 인정하는 데에 집중했어야 했다.

또, ‘참담한 심정으로 용기를 내어 사죄를 드리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는데, 여기선 마치 그의 사과가 용기 있는 결단처럼 표현됐다. 과감하게 책임지는 경영자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은 ‘독단적 경영 판단’ 정도로 ‘퉁’ 치면서 자신의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도록 신경 쓴 것처럼 느껴진다. 사과문에 공감이 안 가는 이유다.

양 회장에 대한 의혹이 계속 터져 나온다. 2013년에 회사에서 한 교수에게 직원 4명을 시켜 집단폭행을 가했는데, 이 사건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된 후 피해자가 항고해서 재수사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고 한다. 양 회장과 일부 검찰의 유착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갑질 파문이 터진 후 10년 전에 그의 회사에서 근무했던 사람이 ‘그 당시에도 그랬다’고 했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10년 이상을 엽기적인 행태를 보이면서도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고 승승장구해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직원들은 양 회장의 막강한 영향력을 두려워 해 입을 다물었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얼마나 갑질이 용이한 구조였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또, 그가 이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겨주며 승승장구하도록 그의 배경이 돼준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온다.

양 회장은 불법 영상 유포를 방조해 치부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자신의 웹하드 사이트에서 음란물이나 불법 촬영물 등이 판매되는 걸 방조해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상 업로드에도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디지털 장의사를 통해 자신의 사이트에서 유통된 영상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영상 삭제해주면서 추가 수익까지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장기간 이런 의혹을 받으면서 막대한 재산을 쌓았다는 점이 황당하다. 제대로 조사해서 사실이 아니라면 사회적 의혹을 풀어주고, 사실이라면 진작 처벌했어야 한다. 그런 당연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직원들이 더욱 양 회장을 두려워하게 됐을 것이다. 이런 의혹 속에서 기업활동이 멀쩡하게 이루어지고 오랜 시간 엽기 갑질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후진성이 충격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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