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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주류교체…중진연석회의서 친박 '볼멘소리'


입력 2018.10.31 15:13 수정 2018.10.31 15:46        정도원 기자

홍문종, 복당파 겨냥 "반성 않고 개선장군처럼 당 좌지우지"

중진연석회의는 전통적으로 비주류가 '쓴소리'하는 공간

이제는 비박이 주류, 친박은 비주류 전락 단적으로 보여줘

중진회의, 전통적으로 비주류 '쓴소리' 공간
홍문종, 복당파 향해 "반성 않고 당 좌지우지"


자유한국당이 31일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를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자유한국당이 31일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를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4선의 홍문종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과' 문제를 공론화하는 등 비박계를 향한 '볼멘소리'를 냈다.

홍 의원은 31일 비대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우리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당을 저주하고 침뱉는데 앞장선 사람들이 반성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사람들이 돌아와 자기들 마음대로 위원장에 앉고 말이 안 되는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지지를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복당파'를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이어 "그런 (복당파) 사람들이 반성하지 않고 개선장군처럼 좌지우지해서는 당의 미래가 없고 보수의 미래가 없다"며 "당에 앞으로 몇 가지 중요한 이벤트들이 있는데, 우리 당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비대위원장이 생각해달라"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압박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뒤 탈당해서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가 이후 복당한 혁신·비박계 의원들이 사과해야 한다는 당 일각의 주장을 '공론화'한 것이다.

또 복당파의 당직 독식을 도마 위에 올려 '2선 후퇴'를 압박함은 물론 당협위원장 재선정·원내대표 경선·전당대회 등 향후 당의 정치 일정을 거론하며 비박계의 '자숙성 불출마'를 촉구했다는 분석이다.

중진연석회의에서 친박계가 '볼멘소리'를 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당의 주류가 비박계로 교체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분석이다.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지도부와 함께 여는 한국당 중진연석회의는 전통적으로 비주류가 쓴소리를 내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박 전 대통령이 집권하고 당의 주류가 친박계가 되자, 비박계는 정몽준·이재오·정병국·심재철 의원 등이 중진연석회의에서 돌아가면서 친박계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특히 이재오 전 의원은 '쓴소리 전문가'로, 중진연석회의 때마다 청와대와 친박계를 비판해, 당시 친박계를 대표하던 서청원 최고위원과 언성을 높이는 일까지 있었다.

친박계의 '막장 공천'으로 2016년 총선을 참패한 뒤에도 이정현 대표 체제가 수립되는 등 주류가 교체되지 않자, 중진연석회의에서의 마찰음은 더욱 높아졌다. 정병국 의원은 이정현 대표를 향해 중진연석회의에서 '쓴소리'를 하다가 서로 간에 "무슨 도둑질을 했는지 말해보라", "아니, 도둑질을 하셨느냐"라는 수위 높은 공방을 주고받았다.

유독 '쓴소리' 듣는 것을 싫어하는 스타일이던 홍준표 전 대표가 자신이 당대표이던 시절, 중진연석회의를 열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한국당 '주류교체'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
범주류 정진석 "탄핵 끄집어내 어쩌자는거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외부 영입인사인데다 본래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 한국당의 친박·비박 계파와 무관한 김병준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어, 지금은 외견상으로는 당권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한 양상이다.

하지만 중진연석회의에서 홍문종 의원을 비롯한 범친박계 의원들이 일제히 '볼멘소리'를 냈다는 것은, 겉으로만 당권의 소재가 가려져 있을 뿐 실제로는 한국당 주류가 비박계로 교체되고 친박계는 비주류로 전락한 상황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범주류로 분류되는 정진석 의원은 홍 의원의 발언 직후 곧바로 이를 반박하는 등 '진압'에 나섰다.

정 의원은 "탄핵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넘어가자는 말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통령 탄핵이 벌써 2년인데, 탄핵 문제를 끄집어내서 갈등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바라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제1야당으로서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비판하고 견제하며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라는 게 국민이 부여한 1차적 사명"이라며 "지금 모두에게 책임이 있고 모두가 죄인인 것을 끄집어내서 재단하며 불협화음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서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라고 맞받았다.

김 위원장도 비공개 전환 직전 "토론이나 논의가 당의 통합성을 깨서는 안 된다"며 "탄핵에 관한 입장은 언젠가는 정리를 하고 가야 하지만, 당의 중심성과 구심성을 강화하면서 조금씩 풀어나가는 게 맞지 않느냐"고, 홍 의원의 제안에 회의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한국당 관계자는 "친박계가 '박근혜 탄핵 사과'를 마침내 공론화했지만, 정진석 의원이 곧바로 반박하는 등 주류가 받아들일 리 없어 관철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면서도 "비주류인 친박계 입장에서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월 전당대회까지 이를 계속해 쟁점화하면서 주류를 흔드는 기제로 사용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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