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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천국 기업지옥 - 上] 무너지는 車·조선, 고혈 뽑는 강성노조


입력 2018.10.31 14:51 수정 2018.10.31 15:47        박영국 기자

자동차산업 곳곳서 빨간불…위기돌파 노력마다 노조 발목

회사 위기에 봉착해도 노조는 자기 밥그릇만 챙기기에 급급

24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재벌적폐 청산! 노동법 전면개정! 11월 총파업투쟁 승리! 금속노조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노동법 전면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24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재벌적폐 청산! 노동법 전면개정! 11월 총파업투쟁 승리! 금속노조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노동법 전면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자동차와 조선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주력 산업들이 하나 둘씩 무너지고 있다. 대외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판에 정부는 규제로 옥죄고 노동조합은 무리한 요구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상 최초로 노조가 선거대책위원회까지 참여했던 문재인 정부를 등에 업은 노동계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기세로 경영환경은 무시한채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 이른바 ‘노조천국 기업지옥’의 시대다. 기업이 흔들리게되면 결국 피해는 그 안에 속한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우리보다 산업 역사가 긴 선진국들의 사례는 노사가 똘똘 뭉쳐 위기에 맞서지 않으면 돌아오는건 공멸뿐임을 보여주고 있다.<편집자 주>

자동차산업 곳곳서 빨간불…위기돌파 노력마다 노조 발목

자동차산업 위기론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지난 3분기 나란히 1%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간신히 적자만 면한 수준이다. 양사의 3분기까지 글로벌 판매실적은 543만여대로 연간 판매목표 755만대의 72%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의 관세폭탄도 여전히 위협으로 존재한다. 해외생산 차량에 대한 40% 관세 부과가 확정될 경우 현대·기아차는 연간 60만대의 미국 수출길이 막힌다.

한국지엠은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내수판매 반토막 행진을 지속해왔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유럽시장 철수로 수출물량도 감소세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1조원의 적자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자동차도 내수 부진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내년 9월에는 부산공장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미국 수출용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끝난다. 그나마 내수 판매가 양호한 쌍용자동차도 3분기 220억원의 적자를 내며 7분기째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조선업종의 몰락으로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까지 위기에 빠지며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014년 이후 중소 조선사들은 하나 둘씩 사라졌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도 조단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위기에 처하면 다른 일은 제쳐두고 일단 똘똘 뭉쳐 위기부터 막아내는 게 동물의 본능이다. 하지만 자동차와 조선업종에선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이들 사업장은 모두 강성노조가 지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올해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올해 임금·단체협약에서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5.3%의 인상을 요구했었다. 결국 요구안보다 낮은 기본급 4만5000원 인상에 합의했지만 회사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는 비판을 받았다.

노조는 한 발 더 나아가 금속노조의 지침인 ‘산별 임금체계’를 요구하며 회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한마디로 금속노조에 속한 다른 저임금 사업장의 임금도 현대차에 책임지라는 것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 재편도 쉽지 않다. 심지어는 신차 출시나 공장별 물량 배정도 노조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

현대차는 단협 41조에 ‘신기술 도입과 신차 개발, 차종 투입, 작업공정 개선, 전환배치, 생산 방식 변경 시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말 회사측의 소형 SUV 코나 증산을 막기 위해 파업을 벌이고 생산라인을 쇠사슬로 묶는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고임금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노조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1000만원대 차량도 반드시 평균 연봉이 9000억원을 넘는 사업장에서 생산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전기차나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트렌드에 대응해 생산구조 변화가 필요하더라도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체결하며 4차 산업혁명 대응 관련 노사공동 협의체 구성한 바 있다. 미래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노조가 사측에 일찌감치 족쇄를 채운 셈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자동차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설령 경영진에서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하고 스피디하게 가져가도 노조를 설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누구보다 회사의 생존을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할 한국지엠 노조도 경영정상화 과정마다 발목을 잡긴 마찬가지다.

회사의 존폐 여부가 불투명하던 지난 4월에는 성과급을 제때 주지 않는다며 카허 카젬 사장실을 점거하고 난동을 부렸고,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방안 확정 이후 GM측이 지원 계획을 내놓은 7월 이후로는 회사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추진에 반대하며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노조가 제기한 한국 철수설은 정치권까지 번지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GM 본사의 한국에서의 사업 의지를 약화시키는 빌미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르노삼성 노조는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임단협에 합의하지 않으며 사측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달 초에는 부분파업까지 벌였다.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지난해와 올해 나란히 금속노조에 가입하며 사측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특히 대우조선의 경우 무너져 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수조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됐다는 점에서 노사 갈등 상황이 국민들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회사가 위기에 봉착해도 노조가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것은 ‘나라에서 혈세를 쏟아 부어서라도 어떻게든 살려 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라며 “회사가 망할 상황에 처하기 전까지는 인력 구조조정을 불가능하게 해놓고 사내하청 인력 투입도 어렵게 만든 경직된 고용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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