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거래 실종이 집값 안정?…정부와 시장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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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1월 21일 17:02:35
    [기자의 눈] 거래 실종이 집값 안정?…정부와 시장의 ‘동상이몽’
    1년4개월 동안 부동산대책만 9차례…“규제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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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10-31 06:00
    원나래 기자(wiing1@dailian.co.kr)
    ▲ 지난해 6월 취임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6·19부동산대책을 시작으로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을 1년4개월 동안 9차례나 쏟아냈다.ⓒ데일리안

    “9·13부동산대책 발표 후 부동산 시장이 현재까지는 안정적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9·13대책 발표 이후 시장상황에 대한 평가를 묻는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답변이다. 국토부 수장의 발언인 만큼 정부가 현재의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시장에는 매물이 실종되다시피 해 거래 자체가 없다. 때문에 안정이라는 김 장관의 평가에 어이없다는 반응들을 쏟아내고 있다. 사실상 거래를 하지 말라고 각종 규제로 막아놓고는 자화자찬하고 있는 꼴이라는 비난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억지로 만든 거래절벽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으로 거래에서 온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6·19부동산대책을 시작으로 1년 4개월여 동안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을 9차례나 쏟아냈다.

    부동산 규제의 ‘종합선물세트’라 불리는 8·2부동산대책에서는 양도세 강화와 대출규제, 분양권 전매제한, 청약가점제 등 직접적인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강남4구와 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 등 서울 11개구, 세종시는 투기과열지구 뿐 아니라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해 이중 삼중의 그물망을 치기도 했다.

    8·2대책에서 빠진 분당과 판교, 대구 수성구 등으로 부동산 열기가 옮겨가는 일명 ‘풍선 효과’가 나타나자 정부는 후속 조치(9·5대책)를 내놓고 이들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한다.

    그러나 정부의 잇따른 강경 대책으로 일순 관망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은 다시 상승세를 탔다. 이에 김 장관은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11·29 주거복지로드맵, 12·13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등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집값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연달아 꺼내들었다.

    올해에도 부동산 대책 발표는 계속됐다. 지난달에도 9·13부동산대책으로 정부 출범 16개월 만에 8번째 정책을 내놨고, 일주일만인 21일에는 공급 확대 책을 발표했다. 이어 연내에도 서울 집값 문제 해결을 위한 택지지구 지정과 광역교통대책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잇따른 강경책에도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은 지난 4월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과 함께 지난 9월 종부세율 인상 등 세금폭탄으로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31일 부터는 투기수요를 막기 위한 대출 규제도 한층 더 강화돼 관망세는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과연 지금 상황을 집값 잡기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잇따른 규제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켰다”고 꼬집는다.

    시장에서도 단지 거래를 억눌러 놓았을 뿐, 매수 관망세만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집값 안정 보다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발표된 부동산대책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은 물론,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이 최근 몇 주간 주춤한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문성 결여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이념에 얽매여 시장의 파급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며 “부동산 규제가 강남 집값 잡기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 시장이나 산업 전반에 걸친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그토록 바라던 서울 집값 잡기에 대해서도 최근 약세로 조정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하락이 아닌 상승 중에 있고, 거래량도 대폭 줄어든 시장에서 이전 시장과 비교해 안정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거다.

    정부와 시장의 동상이몽(同床異夢). 같은 시장 흐름을 보고 있으면서도 각자의 생각은 달랐다. 어쩌면 집값 불안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각종 규제 폭탄으로 거래 없이 숨죽어 있는 시장을 보고 ‘이제 안정 됐다’라고 샴페인을 터뜨린 것은 아닌지.[데일리안 = 원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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