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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냉면발언에 국민 '분통'…北 '갑질' 좌시하는 정부


입력 2018.10.30 14:30 수정 2018.10.30 15:26        이배운 기자

北 무례에 정부는 두둔만…저자세 외교는 북한‘노쇼‘, 남남갈등 자초

“더이상 북한에 환상없는 세대, 갑질 용인 못해…합리적 대응 취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지난 9월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 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과 식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지난 9월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 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과 식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北 무례에 정부는 두둔만…저자세 외교는 북한‘노쇼‘, 남남갈등 자초
“더이상 북한에 환상없는 세대, 갑질 용인 못해…합리적 대응 취해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우리측 재계 총수들에게 압박성 발언을 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올해 남북 화해 과정에서 북측의 무례한 언사와 ‘갑질’ 행태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북한의 눈치만 살피며 적절한 대응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리선권 위원장은 지난달 평양정상회담을 수행한 우리 측 기업 총수들과 식사를 하던 중 정색을 하고 갑자기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발언했다. 지지부진한 남북경협 속도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와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바 있냐는 정진석 의원의 질문에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답한 뒤, 발언 의도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에 전체적으로 속도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북측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북측이 '갑질'을 벌이고 정부가 이를 감싸는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측은 지난 1월 현송월 예술단 답사팀의 방남 일정을 하루 앞두고 돌연 일정 중단을 통보했다. 이에 통일부는 일체 항의 없이 ‘일정 중단 사유를 알려달라’며 북측에 애걸하는 듯한 전통문을 보내 여론의 비판을 맞았다.

또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측이 돌연 일정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과도한 추측성·비판적 보도를 한다"며 국내 언론을 탓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방남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에 취재진이 접근하자 정부측 관계자는 이를 막아서며 “불편해하신다", "자꾸 질문하지 마라"고 발언해 ‘북한이 상전이냐’는 불만여론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또 북한 당국은 지난 2월 ‘건군절’을 돌연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전날로 변경해 열병식을 실시했다. 평화의 제전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에 대해 조 장관은 “우연히 날짜가 겹쳤을 뿐이다. 북한의 내부적 수요에 따른 행사다”며 북한 감싸기에 나섰다.

지난달 5월에는 북측이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정부의 일관된 ‘저자세 외교’가 또다시 ‘노쇼’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리선권 등 북측 고위 관계자의 무례한 발언도 수차례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가 이들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적은 없다.

리 위원장은 지난달 조명균 장관이 고위급회담 장소에 5분 정도 늦게 나타나자 "조평통 위원장이 복도에서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말이야. 일이 잘될 수가 없어"라고 발언했다.

조 장관은 "제 시계가 잘못됐다"며 사과의 뜻을 표했지만 리 위원장은 “시계도 관념이 없으면 주인 닮아서 저렇게..."라고 노골적으로 면박을 줬다.

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지난 4월 남측 기자단을 만나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며 천안함 사건을 비아냥 거리는 듯한 어조로 자신을 소개해 유족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이외에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올해만 남한 당정을 비방하는 논평 70여건 이상을 게재하며 남북 화해분위기를 쥐고흔들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조명균 통일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은 세대가 지나면서 국민들이 북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와 달리 북한에 대한 기대심과 환상이 사라진 만큼 북측의 오만한 태도를 외교적 차원에서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정부와 국민 간의 세대 차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북한의 갑질에 대한 분노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불공정과 불합리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성욱 교수는 이어 “북한은 현재 본인들이 주도권을 쥐었다고 보고 있는 듯 하다”며 “남남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해 합리적이면서도 국민정서에 맞는 대응을 펼쳐야한다”고 조언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북한이 갑자기 무엇을 하자고 해도, 갑자기 날짜를 바꿔도 ‘오냐오냐’ 하면서 지금의 사태를 자초한 것”이라며 “외교적 형식을 등한시하고 내용만 챙기려는 태도가 지나치다 보니 북한에 얕보이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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