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52시간 근무 넉 달..."중견기업 근로자들 겨울 어떻게 견디나"


입력 2018.10.29 14:50 수정 2018.10.29 15:13        김유연 기자

업무량·인력 그대로...임금만 줄어 '업계 온도차'

'주52시간·최저임금제' 개선·보완책 호소

#. 중견기업 직원 A씨는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줄어든 월급 때문에 퇴근 이후 대리운전으로 투잡을 하며 가족 생계를 꾸려왔다. 하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류마티스 관절염 통증이 심해진 탓에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A씨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와 기나긴 겨울을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 태산이다.

#. 남편이 중견기업 생산직에 종사하고 있다는 주부 B씨는 주 52시간 근무 도입 이후 남편 월급의 앞자리가 바뀌었다. 남들처럼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있는 시간이 많아져 행복하다', '취미나 여가생활을 즐 길 수 있다'는 머나먼 이야기일 뿐. 당장 특근, 야근 등으로 챙길 수 없게 된 100만원 가량을 남편 대신 채우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이후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귀해져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시행된 지 넉달 가까이 지났다. 외관상 '워라밸' 문화가 정착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을 초래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현장에서는 업무량도 인력도 그대로인데 퇴근 시간만 빨라지는 등 기이한 근로시간 단축 문화가 자리잡아가는 추세다. 즉, 근로시간만 짧아져 고강도 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 638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 시행 후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6%가 재직 중인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실제 근로시간은 줄지 않았다'는 답변은 66.5%에 달했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를 부정적으로 체감한 응답자들은 '월 소득 감소(53.5%)'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감소 금액은 월 평균 36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예를 들어 10년 차 생산직 근로자 연봉이 4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잔업, 특근 등의 추가 근무 시 약 20~30%의 임금 상승 효과가 있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생산직 근로자들은 추가 근무 수당에 있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기본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의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에 근로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특히 대기업 위주로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정착하면서 중소·중견 기업 근로자의 부담을 덜어주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근로자들의 임금만 줄어들어 주 52시간 근로 단축 시행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전문가들 역시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하기에 앞서 전반적인 유연한 고용 환경을 구축하는 게 우선이이라는 주장이다. 해외 선진국처럼 산업 생태계 환경을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업 생태계를 중점적으로 진화해가야 한다"면서 "현재 임금 양극화 현상은 심각한 문제다. 이 모든 게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인데,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성과는 아직까지 미진한 상황이라서 방향을 좀 구체적으로 잡으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유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