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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한국지엠은 10년 시한부인가?


입력 2018.10.23 06:00 수정 2018.10.29 16:28        박영국 기자

'보장된 10년' 놓고 논쟁할 게 아니라 그 이후 대비해야

한국지엠 부평공장 전경.ⓒ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지엠 부평공장 전경.ⓒ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보장된 10년' 놓고 논쟁할 게 아니라 그 이후 대비해야

한국지엠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논란이 2018년 국정감사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을 소관 기관으로 둔 정무위원회는 물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까지 오가며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포화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게 집중됐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산자중기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데 이어 22일 정무위 국감에 피감기관장으로 불려나와 잇달아 한국지엠 관련 질의를 받았다.

여야 의원들은 당장 눈앞의 사안인 ‘법인분리’와 관련해 질의를 쏟아냈고, 이 회장은 그들의 질문에 답하면서도 틈틈이 의미심장한 발언을 던졌다.

“법인이 몇 개로 분할되든, 모든 법인에 계약서가 유지된다면 GM이 약속한 10년간 생산과 설비투자는 계속돼야 한다. 그동안 얼마나 건전성 있게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22일 정무위 국감)

“10년간 한국에서 생산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계약이 확정됐다. 이 기간 동안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10년 뒤 철수할 것인가를 논하는 건 낭비적 논쟁이라고 생각한다.”(10일 산자중기위 국감).

이 회장의 일관된 메시지는 ‘제너럴모터스(GM)가 10년간 한국에서 생산을 유지하기로 약속했고, 그것만 지키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산은이 지난 5월 GM과 맺은 협약에 대해 ‘8000억원 투자와 10년간 고용 유지를 맞바꾼 딜’이라는 평가가 있어왔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이야 이미 지불한, 그리고 앞으로 지불할 대가가 있으니 GM에 큰소리 칠 수 있다.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GM이 일국 정부와 한 약속을 쉽게 깰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GM 입장에서 생각해도 공적자금 8000억원을 지원받아 10년간 시한부로 한국에서 사업을 유지하는 게 남는 장사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미 보장된 10년 이내의 일을 가지고 의혹을 제기하고 논란거리로 삼는 게 얼마나 생산적인 일인지 의문이 든다.

문제는 10년 뒤다. 그때는 GM이 한국지엠을 몇 조각으로 나누건, 팔아 치우고 떠나건 간섭할 명분이 없다. 한국지엠의 운명은 ‘10년 시한부’로 봐도 무방한 것이다.

물론 어떤 업종의 어떤 기업이건 10년 뒤를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대주주가 용도폐기를 고민하던 시점에 고용과, 지역경제와, 산업 생태계에 미칠 혼란을 우려해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한 회사인 만큼 10년 뒤에 벌어질 일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번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에게도, 산은 회장에게도 10년 뒤 한국지엠의 상황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이 회장이야 실리가 아닌 정무적 판단에 의해 투자를 진행한 국책은행의 수장으로서 자신과 조직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놓으려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좀 더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지엠 법인분리’라는 사안은 이번 국감에서 단지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산은과 GM이 한국지엠의 미래 10년을 놓고 담판을 지은 지 벌써 반 년 가까이 지나갔다. 협상의 유불리와 이행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와중에 한국지엠에게 보장된 미래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남은 시간도 계속 같은 주제로 논쟁을 벌이다 기한 만료가 임박하면 그때 가서 허둥대는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리바이벌 플랜이 됐건 연착륙 방안이 됐건 10년 뒤 벌어질 사태에 미리 차근차근 대비할 필요가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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