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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국감 앞두고 절절한 '사문곡(思文曲)' 통할까


입력 2018.10.19 03:00 수정 2018.10.19 06:07        정도원 기자

안희정·최성 간데없고 홀로 남은 이재명

李 "지난해 '싸가지' 없는 행동했다" 자아비판

뒤늦은 '사문곡'…정치적 급변침 성공할까

李 "지난해 '싸가지' 없는 행동했다" 자아비판
국감 앞두고 '현재권력' 앞에 자세 바짝 낮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중이던 지난 2016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중이던 지난 2016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위기의 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셀프'신체검증에 이어 '현재권력'을 향한 절절한 '사문곡(思文曲)'을 부르는 등 몸을 바짝 낮추는 모양새다.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의 경기도 국감을 앞두고 있는 이재명 지사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했던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을 가리켜 "지금 되돌아보니 '싸가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손해만 될 행동을 했다"며 "그 후과를 지금 받고 있는 것이고, 업보라고 생각한다"고 '자아비판'을 했다.

심지어 "다시 되돌아갈 수 없지만 정말 후회된다"며 "지금의 내가 지난해를 되돌아보면 싸가지 없고 선을 넘은 측면이 있고 하지 말았어야 될 일을 많이 했다"고, 흡사 '반성문'에 가까운 말을 읊조렸다.

이러한 모습은 이 지사가 스스로 반성한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는 물론 올해 경기도지사 후보 당내 경선 때 패기 있게 친문(친문재인) 세력과 맞섰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 지사는 올해 2월 친문 세력이 전해철 의원을 상대로 내세운다는 말이 나오자 "민주당 권리당원이 15만 명인데, 모두 다 문 대통령 쪽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은 누가 나가야 승리하는지 알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발언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당이 아니고 자기 지분도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였을 것"이라며 "이명박·박근혜 때도 정권에 맞섰는데 '현재권력'이 별거냐 라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야당 소속으로 '현재권력'에 맞서는 것과, 집권여당 소속으로 '현재권력'에 찍히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단견(短見)이었다. 한 의원은 "의정 경력이 없고 중앙정치경력이 일천한 이 지사의 사고의 한계"라며 "박근혜정권 때 집권여당 원내대표(유승민)가 찍혀나가는 것만 곁에서 지켜봤어도 그런 생각은 못했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안희정·최성 간데없고 홀로 남은 이재명
"나설 계획 갖고 있지 않아" 민주당, 외면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손을 맞잡고 TV토론을 준비하던 네 명의 후보 중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최성 전 고양시장(흑백처리)은 검찰 수사와 공천 탈락 등으로 정치적 위상을 잃었다. 그리고 이제 '칼날'은 홀로 남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손을 맞잡고 TV토론을 준비하던 네 명의 후보 중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최성 전 고양시장(흑백처리)은 검찰 수사와 공천 탈락 등으로 정치적 위상을 잃었다. 그리고 이제 '칼날'은 홀로 남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대선후보 경선을 뛰었던 3인 중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최성 전 고양시장은 검찰 수사와 공천 탈락 등으로 정치적 위상을 잃었다. 홀로 남은 것은 이재명 지사 뿐이다.

최근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당하자 이 지사는 "박근혜·이명박정권 때 정부와 싸웠을 때도 문제없이 넘어갔는데 지금 와서 이러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하소연했다.

왜 경찰이 집권여당 소속인 이 지사를 이렇게 수사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들 내심의 의사니까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내 생각을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지만, 이제 '칼날'이 자신에게 향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진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곤혹스러운 것은 야당일 때 공격당했을 때는 '야당탄압' 프레임으로 하나가 돼서 맞서고 싸워주던 당이, 집권여당으로 변한 뒤 공격당하게 되자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두언 전 의원이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여권에서 방어를 해주는 사람이 안 보인다"며 "좀 이상하다"고 꼬집자,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당 차원의 문제로 방어하기도 어려운 지점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당이 나설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여당 소속 도지사가 '현재권력'에 밉보인 일에 야당이 나서서 도와줄 리도 만무하니, 결국 야당으로부턴 공격받고 여당도 외면하는 모양새가 됐다. "박근혜정권 때 민주당보다 비박계가 더 힘들었다"고 회상한 한 의원의 말대로 "하늘 아래 같은 편이 없는 셈"이다.

이대로 국감에 돌입하면 야당은 공격하고 여당은 외면해서 사지(死地)에 처하는 셈이 되니, 부랴부랴 신체검증을 통해 의혹을 정리하는 한편 절절한 사문곡(思文曲)으로 친문 세력의 마음을 돌리려 호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뒤늦은 '사문곡'…정치적 급변침 성공할까
정두언 "친문이 얼마나 쎄고 지독한데…"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후보자 토론회에서 답변을 준비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문재인 대통령이 뒷쪽에서 응시하고 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후보자 토론회에서 답변을 준비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문재인 대통령이 뒷쪽에서 응시하고 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과연 이같은 이 지사의 급격한 변침(變針)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정두언 전 의원은 "가능하겠느냐"며 "친문 세력이 얼마나 쎈데, 그리고 지독한데"라는 한 마디 평을 남겼다. 정 전 의원 본인도 이명박·박근혜정권에서 여당 의원으로 '현재권력'에 밉보여 불법사찰·수감생활·공천탈락까지 모든 걸 다 겪어봤다는 점에서 예사로이 들리지 않는 말이다.

이정렬 변호사는 18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내가 대리해 고발한) 3245명이라는 일반 국민이 한 측에 있고, 반대 측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아드님 준용 씨를 능멸한 혜경궁김씨가 있다"며 "이정렬 대 이재명의 구도는 오해이고, 국민 대 이재명"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6월 '내게 있는 연줄로 BH(청와대)쪽에 알아봤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길 정도로 친문 세력과 일정한 접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인물이 현재의 구도를 '국민 대 이재명'으로 규정하고, 이 지사와 연관됐다는 의혹이 있는 '혜경궁김씨'가 문재인 대통령을 '능멸'했다는 표현을 쓴 것은 범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단편적인 모습으로부터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친문 세력이 이 지사의 사문곡(思文曲)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라는 것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야당 의원들의 맹폭이 국감에서 가해질텐데, '현재권력'에게 밉보인 이 지사에게는 전통적으로 '미래권력'의 편인 '시간' 외에는 모든 게 자신의 적인 외로운 형세라는 분석이다.

행안위 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채익 의원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국감에는 성역이 없다"며 이 지사의 개인적 의혹들도 낱낱이 질의할 의사를 내비쳤고, 행안위원인 김영우 의원도 "(프라이빗한 부분도) 도정과 연결된다고 하면 (질문을) 안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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