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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S.E.S의 영광은 그만, 완전한 독립체이고 싶다"


입력 2007.07.17 10:28 수정         손연지 기자 (syj0125@dailian.co.kr)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눈부실 만큼 예쁜 외모는 아니었지만 도저히 십대라고는 믿기 힘든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가요계를 잔뜩 긴장시킨 소녀가 있었다.

데뷔하자마자 아이들스타로 떠오른 여성 3인조그룹 S.E.S의 리드보컬 바다였다. 어릴 때부터 전문 트레이닝을 받은 것으로 보일 만큼 음악적 실력이 대단했고,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화려함도 못지않아 아직은 소녀인 그녀를 견제하는 베테랑 가수들도 꽤 있었을 정도다.



‘대단한 배경이 있는 건 아닐까’란 누구나의 예상과 달리 부유함과는 거리가 멀고, 문화생활은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낙후된 시골에서 자란 그녀의 성장기가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더욱 입을 다물지 못했다.

5년 간 그룹 S.E.S로 활동하며 화려한 전성기를 누려온 그녀는 2003년 홀로서기를 했다.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보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멤버들은 높은 인기에 집착하지 않고 데뷔 때만큼이나 화려한 퇴장을 했고, 다른 분야로 자리를 옮겼다.

단 그룹에서 유독 빛나는 노래 실력을 자랑하던 바다는 누구나 예상하던 대로 솔로가수가 되어 혼자 무대를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후 3장의 정규앨범을 선보였고, <페퍼민트>란 작품으로 뮤지컬계에도 데뷔했다.

그룹시절처럼 시끌벅적한 관심을 받고 있진 않지만 이제 어엿한 뮤지션으로 또 아티스트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집 앞에서 날이 새도록 기다리는 열성팬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음악을 신봉하는 마니아들이 늘 곁을 지켜주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늘 분주한 삶을 마다하지 않은 그녀가 올해 들어 모처럼 조용해 쉬기로 마음먹었나 싶었더니 최근 아무나 감히 시도 못할 뽀글뽀글한 파마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알고 보니 첫 싱글앨범을 준비 중이었던 것.

여름에 딱 어울릴만한 펑크록 장르의 음악을 시도해 곡 분위기에 맞춰 모습에도 변화를 줬다. 앨범을 낼 때마다 전혀 다른 변신을 감행해온 그녀라 새삼 놀라울 것은 없지만 이번에는 그 모양새가 결코 심상치 않다. 겉모습은 그렇다 쳐도 싱글 앨범부터 제목 ‘스타트’다. 새로운 시작을 뜻함이 분명하지만 10년 차 베테랑 가수의 앨범 제목답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데뷔 후 첫 싱글앨범을 발표하고 ‘Start´를 다시 외치는 그녀. 살짝 숨기고 있었던 야망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바다의 깊고 넓은 질주가 왠지 올해 연예계를 심심치 않게 해줄 듯하다.


-3집 앨범을 낸 지도 벌써 1년이 흘렀다. 그런데 정규 앨범이 아닌, 게다가 굳이 데뷔 10년 간 한 번도 내지 않은 싱글앨범을 발표했다. 음반시장 불황에 대한 대처인가 아니면 이제 여유를 좀 부리고 싶어진 건가.

내년까지 스케줄이 이미 꽉 차 있는 상태다. 당장 올 가을부터 뮤지컬 공연을 시작하기 때문에 정규앨범을 내더라도 충분한 활동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잠시라도 노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싱글곡을 택했다. 열심히 하면 끌어낼 수 있는 시너지는 정규앨범 못지않다고 본다. 대충이 아니다. 단 한 곡이지만 올인할 작정으로 정성껏 준비한 앨범이다.


-새로운 음악을 선보일 때마다 스스로 세워놓은 규칙인 듯싶게 늘 변신을 감행해왔다. 이번의 경우는 더욱 강도가 높다. 촌스러운 파마머리에 럭빈(럭셔리+빈티지)스타일의 의상이 꽤나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스스로에게 ‘변신’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너무 많은 변화는 일관성이 없어 보이지 않을까란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결과든지 한 번에 얻어지는 건 없지 않나. 모든 건 과정이 있게 마련이다. 난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고 싶은 것뿐이다.

지금 당장은 그 변화가 실패를 부를 수도 있지만 대중들을 거슬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도 멈추고 싶지 않다. 작은 시도라도 쌓이고 쌓이다보면 언젠가 큰 빛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창력이 있다하는 여가수들은 대부분 어릴 때 대중성이 도드라지는 댄스곡을 선호하지만 자신의 자리가 어느 정도 확고해지게 되면 음색을 더욱 뽐낼 수 있는 발라드 가수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바다’란 가수는 참 의외다. 특히 ‘고고고’란 곡을 들어봐도.

발라드곡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나도 추구하고 싶은 장르이긴 하다. 하지만 난 10년 후에도 가능만 하다면 댄스곡 부르는 것을 멈추고 싶지 않다. 무대 밖과 안에서 어울릴 노래는 골고루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난 어쨌든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노래를 많이 부르고 싶다. 단 댄스곡이어도 그 안에 내가 고집하는 색깔은 반드시 유지할 것이다. 더욱 대중적이지만 내가 하고 싶기도 한 음악, 두 가지 면을 절충해 엄선한 곡들을 앨범에 계속 담겠다.



-세월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제는 가수가 아닌 뮤지션의 느낌이 꽤 짙다. 그런 면에서 스스로 느끼는 뿌듯함이 클 테지만 사실 대중들이 보이는 관심도가 예전 같지 않을 때는 좀 속상할 것도 같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난 참 행복하다. 어린 나이에 데뷔하지 않았다면 대학조차 갈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기획사에서 등록금 전액을 대줘서 대학졸업을 할 수 있었다. 필요한 기회가 때마다 와줬고 늘 잡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어릴 때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대신 늘 긴장감을 가져야하고, 일의 성과에 대한 조바심도 필요 이상으로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늘 여유롭다. 하다못해 대중들의 오해 때문에 남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수 있어도 진실이 아닌 일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좌지우지될 결과가 생기기 않는 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흔들림이 없다. 인터뷰를 하더라도 예전에는 기자분들이 날 테스트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은 인간적인 대화를 건네고, 의미 있는 질문들도 많이 받는다. 어찌 이런 지금보다 예전이 더 좋다고만 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봐온 팬들이 어느 새 회사원이 돼 내 공연을 보러오고 또 일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는 상황이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한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했는데 정작 연기생활은 다른 멤버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음악에 주력하고픈 마음이 더욱 큰 것인가.

사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연기였다. S.E.S로 활동할 때도 스케줄이 없으면 집에서 대본을 읽어보곤 했다. 그런 나를 보고 유진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당장 해보지 그러냐’는 권유를 여러 번 했었다.

하지만 그 때는 그럴 수 없었다. 팀의 리드보컬인 내가 다른 일에도 마음이 가 있다는 사실을 주위에 알리고 나서기엔 너무 어렸고, 겁도 났다. 소속사의 이수만 대표님도 S.E.S 시절에 내가 연기를 줄곧 하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한 번도 눈치 채지 못했을 만큼 쉬쉬하면서 하고 있는 음악에만 충실했었다.

그리고 그 후 줄곧 연기생활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나도 원하는 것을 해야 옳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내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노래하기를 원했고, 나도 좋다. 그런데 음악을 어떻게 계속하지 않을 수 있겠나.



-뮤지컬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제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마음을 먹은 것인가. 그렇다면 다른 가수들의 경우처럼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만날 바다를 기대해도 되겠나.

물론이다. 연기에 대한 욕망은 차근차근 풀어낼 것이다. 뮤지컬에 대한 욕심은 유독 별나 참기 힘들었지만 <페퍼민트> 이후 여러 작품제의를 받으면서도 음반 활동과 시기가 겹쳐 늘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준비 중인 공연이 더욱 설레고 기대가 크다. 이번 공연은 내가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기막히게도 알아서 찾아와줬다. 캐스팅되기 위한 단 한 번의 미팅조차 없었다. 연출하시는 분이 이 작품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무조건 고집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만 했고, 그저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제의를 받아들였다. 모노뮤지컬이기 때문에 그저 그런 실력으로는 절대 도전할 수 없는 작품이다. 게다가 아직은 공감하기 힘든 노처녀 캐릭터라 이만저만 부담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작품을 잘 해내면 다음에는 어떤 작품이 오더라도 좀 더 자신 있게 도전할 수 있고, 쉽게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다른 일의 경우라도 어렵고 힘든 쪽을 먼저 경험하는 것을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가수들의 생명력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E.S로 5년 또, 바다란 이름으로 5년을 가요계 자리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그 힘이 궁금하다.

S.E.S의 경우는 정말 특별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앞으로 그런 그룹은 절대 나올 수 없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이수만 선생님의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된 그룹이었다. 당시 활동하던 다른 또래의 그룹들과 다르게 우리는 마치 조기 교육을 받듯 음악적인 면에서 강한 교육을 받았다. 일반적인 트레이닝과는 다르다. 요즘 신인 가수들은 개인 보컬 트레이너까지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히려 우리는 노래하는 방식은 일일이 배운 적이 없다. 그건 스스로의 몫이었고, 새로운 음악적 장르를 연구하고 접할 기회를 많이 제공받았다. 요

즘 SM 기획사를 두고 ‘지나치게 상업적이다’라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물론 지금은 그렇게 변했는지도 모르겠다. 소속사를 나온 후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전혀 모른다)내가 있었을 당시에는 음악적으로 완벽한 가수를 키우자는 마인드에 충실한 회사였다. 내가 지금까지 나름대로 나만의 경쟁력을 갖고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그 때 쌓아놓은 것들에서 발휘되는 힘 덕분이 아닐까란 생각을 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많은 후배들이 음악성을 키우는데 더욱 애쓴다면 가요계의 생명력도 더욱 길어질 수 있지 않을까싶다.



-가요계 생활 10년이다. 그리고 이제 어느덧 30대를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의 10년은 또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궁금하다.

내가 기억하듯 많은 분들이 여전히 S.E.S를 함께 기억하고 사랑해주시는 것에 늘 감사하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한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들께 감사한다.

하지만 내 스스로는 S.E.S를 계속 떠올리고 머무르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무대에 선 순간만큼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에 집착하는 것도, 또 누군가를 라이벌로 의식하는 것도 모두 바보 같은 짓일 뿐이다. 단, 비교를 하는 것은 대중들의 몫이고 자유다. 그 분들에게만 맡길 수 있는 부분이다.

내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멋지게 성공해서 자선사업을 하며 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천천히 그리고 힘들게 한 계단씩 오르고 싶다. 운 좋아서 잘 된 사람이 남에게 인심을 베푸는 것보다, 힘들고 고되지만 노력해서 성공을 일궈낸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도 더 잘 도울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이제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변함없이 내 소신을 갖고 열심히 해나간다면 미래의 내 모습은 전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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