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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왜 이러나, 국회 제출 회의록 ‘가짜’


입력 2018.10.08 10:49 수정 2018.10.09 09:49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선동열 감독이 직접 밝힌 회의록, 사후 작성

오지환 항목은 대표팀 발탁 정당성 확보 엿보여

오지환에 대한 항목에서는 지나치게 자세한 설명이 담겨있다. ⓒ 손혜원 의원실 오지환에 대한 항목에서는 지나치게 자세한 설명이 담겨있다. ⓒ 손혜원 의원실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발 의혹과 관련해 좀처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 KBO(한국야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회의록은 사후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손혜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KBO가 국회에 제출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선발 회의록은 선수 선발 및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명단 제출 이후에 사후 작성된 회의록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제출한 회의록의 내용을 볼 때, 야구 대표팀 선수 선발의 공정성 논란을 의식한 KBO 및 선동열 감독 측에서 최종 명단을 정당화하기 위해 회의록을 사후에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과 대한체육회는 지난 4일 손혜원 의원실의 요구대로 야구대표팀 최종엔트리 선발 회의록과 관련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AG 대표팀 최종 엔트리 선발 회의록’(이하 회의록)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 선발 회의’(이하 자료) 등 두 가지 자료를 제출했다.

이 문서들은 선동열 감독이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한체육회와 문체부에 제출한 자료들이다.

하지만 손혜원 의원 측은 해당 문서를 살펴본 결과, ‘회의록’은 회의 당일 선수 선발의 평가 근거가 된 자료가 아니라 다른 자료를 가지고 추후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선발 결과가 논란이 되자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작성해 놓은 것이거나,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가 오자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라는 것.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실 관계가 틀리다는 점이다.

회의록에는 ‘평가근거’라는 항목을 통해 선발된 선수들 기록이 기재되어 있지만 해당 기록들에 대해 ‘6월 19일(화) 기준. 이하 같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회의록 내용대로라면, 11일 진행된 회의에서 19일까지의 기록을 평가근거로 선발했다는 것이 되며 선발 과정에 대한 투명성 논란을 의식해 애초에 없던 회의록을 사후에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또한 ‘회의록’에는 “회의 전일까지의 KBO 리그 정규 시즌 성적, 과거 국제대회 성적 및 경험 등을 바탕으로 평가하여 24인의 최종 엔트리를 선발함”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회의 당일 쓰인 것으로 보이는 ‘자료’에는 ‘과거 국제대회 성적 및 경험’은 존재하지 않았다.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 ⓒ 연합뉴스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 ⓒ 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11일 회의에서 쓰인 것으로 보인 ‘자료’의 경우도 선수 선발의 근거자료로 실제로 쓰인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것이 손 의원 측 설명이다.

‘자료’의 경우, 투수는 ‘승리 10걸’, ‘평균자책점 10걸’등 순위자료와 각 구단별 투수들의 성적이 담겨있고, 타자들의 경우 ‘타율 30걸’, ‘홈런 10걸’ 등의 순위 자료와 각 구단별 타자들의 성적이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KBO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에 게시되어 있는 기본적인 데이터에 불과하다.

더욱이 해당 ‘자료’에는 포지션별 타자들의 성적이 따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며 포지션별로 경합하는 선수들의 성적을 비교한 자료도 없었다.

가장 큰 논란의 중심인 오지환에 대한 항목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해당 자료에는 “사례를 살펴보면 유격수는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형이 아닌 전문 유격수를 백업으로 활용했던 때가 좋은 성과를 얻었던 것으로 검토됨에 따라 선발하여 백업으로 활용”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지나치게 자세하고 설명함과 동시에 대표팀 발탁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손혜원 의원은 "KBO와 선동열 감독 측은 졸속으로 회의록을 작성한 경과에 대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급조한 가짜 회의록을 통해 선수 선발과정의 불투명성을 가리려 한 점에 대해 사과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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