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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의혹' 캐버노 美대법원 후보 인준 통과


입력 2018.10.07 10:33 수정 2018.10.07 10:33        스팟뉴스팀

상원 표결끝 찬성 50표·반대 48표…1881년 이후 가장 근소한 표차

성폭행 미수 의혹으로 지연됐던 브렛 캐버노(53)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6일(현지시간) 상원을 최종적으로 통과했다.

이로써 캐버노 후보자는 미 역사상 114번째 연방대법관에 취임하게 됐다.

'젊은 보수' 캐버노의 인준 통과로 미 연방대법원은 앞으로 상당 기간 보수 우위 구도를 지속하게 됐다.

인준안 가결의 여파가 정확히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1·6 중간선거에 어떠한 파문을 낳을지 주목된다.

미 상원은 이날 오후 의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캐버노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가결 처리했다.

상원 기록에 따르면 1881년 스탠리 매슈스 대법관 후보자가 24대 23으로 인준을 통과한 이후 가장 근소한 표차로 인준안이 통과된 셈이다.

표결은 호명 투표, 즉 자신의 이름이 불리면 기립해 찬성 또는 반대를 외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방청석 곳곳에서 캐버노 대법관 인준에 반대하는 고성이 쏟아졌으며, 사회를 맡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여러 차례 질서 유지를 당부했다.

표는 거의 당론에 따라 찬성, 반대로 정확히 갈렸다.

공화당이 51석, 민주당이 49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인준안이 가결되려면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공화당에서 단 2표의 이탈표만 나와도 인준이 무산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스티브 데인스(몬태나) 의원이 딸 결혼식 참석으로 표결에 불참하고 공화당에서 유일하게 인준 반대 의사를 밝혔던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의원이 데인스 의원의 불참을 고려, 막판에 기권표를 던짐으로써 인준 무산을 막은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의원이 당론에서 이탈해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져 결국 찬성 50대 반대 48로 인준안이 통과됐다.

인준안이 가결된 뒤 캐버노는 곧바로 의회 맞은편에 있는 대법원에서 선서했다.

캔자스 유세장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인준 투표를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가결 직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날 늦게 캐버노 후보자를 공식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이 서명하는 대로 취임식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캐버노는 훌륭한 대법관이 될 것"이라며 "그는 특출한 사람이며,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캐버노에게 끔찍한 공격을 했다", "포드(성폭행 미수 의혹 제기 여성)가 100% 엉뚱한 사람을 지목한 것"이라며 캐버노를 추궁한 민주당과 피해 여성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워싱턴DC 출신으로 예일대와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캐버노는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판사로 임용된 보수 법조인이다.

그는 지난 7월말 은퇴한 앤서니 케네디 전 대법관의 뒤를 잇게 된다. 그가 취임하면 미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 5명, 진보 성향 대법관 4명으로 무게추가 '보수 성향'으로 기울게 된다.

전임인 케네디 전 대법관이 빠지면서 연방대법원은 존 로버트 대법원장과 새뮤얼 앨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닐 고서치 대법관 등 보수 4명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스티븐 브라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 등 진보 4명으로 재편된 상태였다.

1988년 지명된 케네디 전 대법관은 '중도 보수' 성향이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렸던 주요 사안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대법원의 균형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캐버노는 성 소수자, 낙태, 총기 문제 등에 한결 보수적인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고서치(50) 대법관에 이어 50대의 '젊은 보수' 대법관을 잇달아 임명함으로써,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를 장기간 유지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미 대법관은 스스로 퇴임하지 않은 한 종신직이다.

미 CNN방송은 "이날 표결로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가 한 세기 동안 지속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보수 성향 대법관을 2명 임명한 것은 가장 오래 지속될 그의 정치적 유산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1980년대 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 의혹으로 미국 사회를 뒤흔든 캐버노 파문은 인준안 가결로 일단 막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1·6 중간선거와 맞물려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미 언론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열하게 벌어진 캐버노 인준 전쟁에서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결과가 실제로 중간선거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캐버노 흔들기'에 위기를 느낀 보수층이 결집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와 반대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 돌린 여성과 젊은층이 투표장으로 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공화당원들을 이만큼 단결시키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 역사상 가장 슬픈 순간 중 하나"라며 "이번 장(章)은 피해야 할 것에 대한 붉은 경고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의 캐버노 인준안 표결이 예고된 이날 워싱턴DC 의사당과 연방대법원 주변에는 오전부터 반대파들이 속속 모여들며 온종일 항의 시위를 펼쳤다.

포드의 변호사 마이클 브롬위치는 트위터에서 "미국 상원에는 그 위상을 깎아내릴 오명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캐버노 파문은 고교 시절 술에 취한 캐버노가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한 크리스틴 포드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를 계기로 처음 불거진 뒤 이후 추가 피해자 폭로가 잇따르면서 확산했다.

지난달 27일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포드와 캐버노 지명자가 시차를 두고 증인으로 등장해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연방수사국(FBI)이 이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인준 절차가 일주일 연기됐다.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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