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구하라 전 남친은 정말 협박하지 않았을까


입력 2018.10.06 05:00 수정 2018.10.06 04:51        데스크 (desk@dailian.co.kr)

<하재근의 닭치고 tv> 구하라 소극적 대응은 남성 눈치에 휘둘린듯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폭행 논란이었던 구하라와 전 남친의 사건이 동영상 협박 논란으로 비화했다. 해당 남성이 구하라와의 사생활 동영상으로 구하라를 협박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구하라 비난 일색이던 여론이 반전됐다.

이에 대해 남성 측에선 협박 의도는 전혀 없었고, 동영상을 하나의 추억으로서 간직하기 위해 구하라에게 보냈다고 했다. 구하라가 무릎 꿇고 빌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동안 구하라를 배려해 말을 아껴 왔으며, 진짜로 원하는 것은 화해이고 합의할 의사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남성의 말이 공감을 얻지 못한다. 연인과 헤어질 경우 사생활 동영상은 지우는 게 정상이다. 아무리 좋은 관계로 헤어졌더라도 민감한 영상을 보낼 경우 그 자체로 상대는 공포심을 느낀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크게 싸운 직후였다. 그런 상황에 동영상을 보내면 당연히 받은 사람에겐 엄청난 압박이 될 것이다.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서 보냈다는 말은 굉장히 낭만적으로 들린다. 그런데 공개된 그날 밤의 통화 녹취에서 남성은 격앙된 상태였다. 낭만적으로 들리는 그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러니 신뢰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구하라 지인과 남성의 통화에선 ‘협박’이란 단어가 명시적으로 나온다. 남성이 ‘협박으로 들어가도 돼’라고 한 것이다. 자신은 협박죄로 처벌 받아도 된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면서 ‘올려버려’라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유포에 대한 암시로 들린다. 남성의 의도가 무엇이든 듣는 입장에선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다.

남성이 그날 밤 디스패치에 보낸 제보 메일에도 동영상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실망시키지 않아요. 연락주세요’라고 하며 ‘지금 바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라고 한 것이다. 그 순간에 보내진 않았지만 사진, 동영상 등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고, 향후엔 보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러니 협박 의도가 없었다며 추억 운운하는 남성의 말이 의심을 사는 것이다.

남성은 ‘합의 의사가 있으며 진짜로 원하는 건 화해’라고 했는데 이건 합의로 조용히 끝내자는 구하라 측의 제안에 남성 측이 응하지 않았다고 알려진 것과 배치된다. 공개된 녹취에서도 구하라 측은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고 하는데 남성이 거부했고, 경찰 신고도 남성이 했다. 남성의 진심에 더욱 의혹이 커진다.

동영상 논란이 터지기 전부터 남성 측의 말에 의혹이 많았다. 자신이 구하라의 이름을 보호했다고 했지만 그가 보낸 메일엔 구하라라는 이름이 적시됐다. 일을 키울 의사가 없다고 했지만 디스패치에 메일을 2차례나 보냈다. 구하라의 분노 폭발 때문에 헤어질 것을 결심했다고 했지만 공개된 메시지 대화에선 그가 구하라의 남자관계를 의심하는 듯한 말들이 나온다. 구하라 집에서 짐만 챙겨 나오려 했다고 했지만, 남성을 인터뷰한 기자는 남성이 구하라가 누워 있는 침대를 발로 찬 것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남성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구하라가 제시한 피해 사진들에서 멍자국이 팔다리에 있는 것은 구하라에게 의혹이 가는 부분이다. 맞은 상처인지 때리다 생긴 상처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날 밤 싸움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구하라가 남성이 가진 동영상 때문에 공포에 시달린 것은 유력해 보인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구하라의 대응이 계속 이상했다. 처음엔 침묵했고, 경찰에 출석할 땐 ‘누가 먼저 때렸느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고, 경찰 조사 후엔 합의로 마무리하자고 했다. 사람들은 구하라가 분명히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며 구하라를 비난했다. 심지어 언론매체들도 구하라의 태도를 꼬집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연예인은 설사 본인이 억울하더라도 구설수가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일단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구하라가 시비를 정확히 가리지 않고 상황을 적당히 덮으려 한다며 그녀를 비난한 사람들은 이런 연예인의 특수성을 간과한 것이었다.

동영상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구하라가 남성이 쥐고 있는 동영상 때문에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남성의 눈치를 보고 휘둘려왔던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게 됐다. 만약 그렇다면 남성 측에게 비난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은 여성들에게 남의 일이 아니라서 충격이다. 구하라 같은 한류 대스타도 남자 한 번 잘못 사귀면 데이트 폭력, 이별 폭력, 리벤지 포르노 등의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그래도 구하라 정도 되니까 경찰이 남성의 휴대폰을 바로 압수수색했지, 일반 여성 관련 사건에선 압수수색도 빠른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자조하는 여성들이 많다. 여성들을 공포에 빠뜨리는 동영상 협박에 무관용 엄벌로 대처하라는 여론이 이번 구하라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온다. 그런 배경에서 이 건은 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건이 됐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