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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탈북민의 비극, 그래도 살아가는 '뷰티풀 데이즈'


입력 2018.10.07 08:33 수정 2018.10.07 09:36        부수정 기자

이나영, 6년 만에 스크린 복귀

'마담B' 윤재호 감독 연출

배우 이나영 주연의 '뷰티풀 데이즈'는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이 16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통해 분단국가의 혼란과 상처를 희망의 메시지로 표현한다.ⓒ(주)페퍼민트앤컴퍼니 배우 이나영 주연의 '뷰티풀 데이즈'는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이 16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통해 분단국가의 혼란과 상처를 희망의 메시지로 표현한다.ⓒ(주)페퍼민트앤컴퍼니

영화 '뷰티풀 데이즈' 리뷰
이나영, 6년 만에 스크린 복귀


어떨 땐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존재이지만, 또 어떨 땐 커다란 비극을 주는 존재. 바로 가족이다.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 우리네 가족들 모두 말 못 할 사연을 지니고 있다.

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한 탈북 여성의 고단한 삶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지' 짚는다.

중국 조선족 대학생 젠첸(장동윤)은 아픈 아버지(오광록)의 부탁으로 오래전 자신을 두고 떠난 엄마(이나영)를 찾아 한국에 온다. 직접 마주한 엄마의 삶은 실망적이다. 술집을 운영하며 건달처럼 보이는 남자와 함께 사는 것. 엄마를 바라보는 젠첸의 눈빛엔 분노와 원망이 가득하다.

젠첸을 본 엄마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크게 놀라지도 않고, 자신이 왜 아들을 떠날 수밖에 없는지도 얘기하지 않는다. 대신 엄마는 젠첸에게 밥 한 끼를 차려준다. 하지만 젠첸은 밥 한 숟갈도 뜨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엄마에게 실망하고, 상처를 받은 젠첸은 혼자 중국으로 돌아온다. 이후 엄마가 짐 속에 몰래 넣어둔 일기장을 발견하고 엄마가 어떻게 살았는지,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알게 된다. 또 엄마가 왜 자신을 떠났는지, 엄마와 아빠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면서 충격에 빠진다.

젠첸에게 엄마와 아빠는 어떤 존재일까. 또 엄마에게 젠첸과 아빠는 어떤 의미일까.

배우 이나영 주연의 '뷰티풀 데이즈'는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이 16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통해 분단국가의 혼란과 상처를 희망의 메시지로 표현한다.ⓒ(주)페퍼민트앤컴퍼니 배우 이나영 주연의 '뷰티풀 데이즈'는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이 16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통해 분단국가의 혼란과 상처를 희망의 메시지로 표현한다.ⓒ(주)페퍼민트앤컴퍼니

'뷰티풀 데이즈'는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이 16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통해 분단국가의 혼란과 상처를 희망의 메시지로 표현한다.

영화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 단편 '히치하이커'와 다큐멘터리 '마담B' 등을 출품한 윤재호 감독의 첫 실사 장편영화로, 탈북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다.

2017년 현재 엄마의 삶으로 시작한 영화는 2003년, 1997년 등 엄마의 과거를 따라간다. 엄마는 돈에 팔려 조선족 남편(오광록)과 결혼했다. 탈북 여성인 엄마의 삶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쓰라리다. 누구 하나 의지할 곳 없고, 폭력과 강압으로 얼룩졌다. 삶을 살아갈 만한 희망도 없다.

윤 감독은 탈북 여성의 삶을 절제되고, 담담한 톤으로 그려냈다. 견딜 수 없을 고통과 상처를 지닌 엄마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현재에서 말과 감정 표현이 없는 모습에선 그간 겪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작품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뷰티풀 데이즈'라는 영화 제목은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젠첸과 엄마, 또 다른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장면에선 희망이 엿보인다.

배우 이나영 주연의 '뷰티풀 데이즈'는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이 16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통해 분단국가의 혼란과 상처를 희망의 메시지로 표현한다.ⓒ(주)페퍼민트앤컴퍼니 배우 이나영 주연의 '뷰티풀 데이즈'는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이 16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통해 분단국가의 혼란과 상처를 희망의 메시지로 표현한다.ⓒ(주)페퍼민트앤컴퍼니

배우 이나영이 '하울링'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이나영은 10대 중후반부터 20대, 30대에 이르기까지를 연기하고 연변어, 중국어, 서울말 등을 구사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간 선보인 작품 속 캐릭터와는 결이 다른 캐릭터를 준수하게 연기했다.

이나영은 "엄마는 여러 나라와 비극적인 상황을 겪으면서도 자신만의 최선의 방식으로 담담하게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라며 "현재 엄마가 보여주는 감정이 대본이 잘 표현돼 있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실제 엄마이기도 한 이나영은 "예전에 상상만으로 했던 감정을 이제는 공감하며 연기할 수 있게 됐다"며 "대본이 워낙 탄탄해서 감정 연기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예 장동윤은 젠첸을 매끄러운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장동윤은 "가족과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윤 감독은 "파리 유학 중 민박집의 조선족 아주머니와 인연을 맺으며 그가 중국에 두고 와 9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들에 대한 단편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경계에 선 사람들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며 "이후 다큐멘터리 '마담B'를 3년 동안 찍으면서 다큐로는 하지 못한 탈북민들에 관한 이야기를 극영화를 통해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연기, 메시지, 이야기가 좋은 작품이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 중간중간 스릴러를 연상케 하는 과도한 음악 사용은 거슬린다.

11월 개봉. 104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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