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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보험 치킨게임 역풍" 손보사 사업비 10년來 최대


입력 2018.10.08 06:00 수정 2018.10.08 05:17        부광우 기자

올해 1~6월 토종 손보사 사업비 7.3조…전년比 10.5%↑

2009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보험료 인상 우려 증폭

국내 10대 토종 손보사들이 올해 1~6월 지출한 사업비는 총 7조3183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6234억원) 대비 10.5%(6949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사업비 규모는 2009년부터 최근 10년 동안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큰 액수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10대 토종 손보사들이 올해 1~6월 지출한 사업비는 총 7조3183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6234억원) 대비 10.5%(6949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사업비 규모는 2009년부터 최근 10년 동안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큰 액수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들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거나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데 쓴 사업비 규모가 10년 내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손보사들이 장기보험을 둘러싸고 벌이는 과열 경쟁의 역풍으로 풀이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보험료 인상 압박이 커지면서 결과적으로 고객들만 불이익을 보게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내 10대 토종 손보사들이 지출한 사업비는 총 7조3183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6234억원) 대비 10.5%(6949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업비는 보험사들이 인건비나 마케팅비, 모집 수수료 등에 쓴 돈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금액이 커질수록 그 만큼 보험사들이 영업 활동에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조사 대상 손보사들의 이 같은 사업비 규모는 2009년부터 최근 10년 동안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큰 액수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손보업계의 사업비는 해당 기간 최대 연간 기록이었던 지난해(13조7818억원) 수준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손보사들이 얼마나 빠르게 사업비를 늘고 있는지는 벌어들인 보험료와 비교해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토종 손보사들의 올해 6월 말 기준 순사업비율은 평균 21.8%로 전년 동기(19.6%) 대비 2.2%포인트 상승하며 20%를 넘어섰다.

순사업비율은 수입보험료 대비 사업비의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즉, 1년 전까지만 해도 가입자들로부터 보험료 1만원을 받으면 그중 1960원을 사업비로 쓰던 손보사들이 올해 들어서는 같은 용도로 2180원을 지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손보사들의 사업비 씀씀이가 커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부분은 장기보험인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손보사들의 장기보험 순사업비율은 19.4%에서 22.0%로 2.6%포인트 상승했다. 자동차보험의 순사업비율도 18.9%에서 20.6%로 1.7%포인트 오르긴 했지만 장기보험에 비해서 상승폭은 낮은 편이었다. 일반보험의 순사업비율은 24.7%에서 24.8%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손보사별 장기보험 순사업비율을 보면 메리츠화재가 27.1%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화손해보험의 장기보험 순사업비율도 26.5%로 25%를 웃돌았다. 이밖에 흥국화재(22.6%)·KB손해보험(21.7%)·MG손해보험(21.6%)·삼성화재(21.4%)·현대해상(21.1%)·롯데손해보험(20.6%) 등의 순사업비율이 20%를 넘었다. 장기보험 순사업비율이 10%대인 곳은 DB손해보험(19.9%)과 NH농협손해보험(17.3%)뿐이었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장기보험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우선 수익성이 뛰어나서다. 장기보험에는 질병보험과 상해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이 꼽히는데 실제로 이들 대부분은 최근 손보사들의 주력 판매 상품들이다.

장기보험은 어떻게 상품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보험료 수준이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고객이 한 번 가입할 경우 보험료 납입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다는 점은 손보사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이다. 1년 마다 갱신 기간이 돌아오는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은 고객 이탈로 인한 수입보험료 감소를 걱정해야 하지만, 장기보험의 경우 길게는 20년까지 지속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반면 손보업계의 대표 상품인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라는 특성 상 고객층이 워낙 넓지만 그 만큼 보험사 입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보험료 수준은 낮은 편이다.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도 고객은 많지만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이익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품이다. 실제로 지난해 보험사들의 손해보험 손해율은 평균 114.3%에 달했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보험사가 받은 가입자들로부터 보험료보다 내준 보험료가 많았다는 의미다.

아울러 본격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도 손보사들이 장기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게 만드는 배경 중 하나다. 2021년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요즘 보험업계가 자본 확충과 더불어 이익 확대에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장기보험에 대한 영업이 과열돼 손보사들의 사업비가 계속 불어나면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업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 만큼 회사보다 가입자가 많은 몫을 부담한다는 뜻이고, 이는 곧 보험료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사업비 지출은 향후 보험료 갱신 시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당장의 경쟁에서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보험사들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결국 가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신뢰를 바탕으로 탄탄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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