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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를 받는 두 사람의 사례, 그리고 법치의 위기


입력 2018.10.05 06:03 수정 2018.10.05 06:13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7~8년 전 일을 끄집어내서 지금 구속영장 청구?

전 정부 공직자 영장청구했다는 권력 보여주기 면피용

이런 사건 치중하느라 민생사범은 두 달이나 미적거렸나

7~8년 전 일을 끄집어내서 지금 구속영장 청구?
전 정부 공직자 영장청구했다는 권력 보여주기용
이런 것 치중하느라 민생사범은 두 달 미적거렸나


이명박정부 시절에 경찰청장을 지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이미 7~8년 경과한 재직 당시 일이 문제돼 지난달 5일 경찰청 특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명박정부 시절에 경찰청장을 지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이미 7~8년 경과한 재직 당시 일이 문제돼 지난달 5일 경찰청 특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일 뉴스에 따르면, 전혀 별개의 사건으로 각각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요즘 검찰과 경찰이 자신들의 구속영장청구 권한을 얼마나 오용 또는 남용하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 같다.

한 명은 두 달 전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다른 차를 들이받아 자기 차에 탄 사람 두 명을 사망케 한 황모 씨로, 유명 뮤지컬 배우의 남편이다.

다른 한 명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다.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7~8년 전에 경찰 1500여 명을 동원해 천안함·구제역·한미FTA 등 정치·사회적 이슈에 댓글 게시물 3만3000건을 올리게 했다는 혐의다.

두 사람 다 경찰이 신청하고, 검찰이 서명을 해 법원에 청구한 사안이다. 법원이 심사후 영장을 발부하는지에 따라 구속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그렇다해서 그 사람들을 구속한 것이 법원인가. 결국 검·경이 그들을 구속하겠다고 영장을 들이미니 법원이 판단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이처럼 인신구속은 검찰과 경찰의 판단이 1차적으로 중요하다. 수사기관이 영장을 청구해야 비로소 법원이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위 두 사람의 사안을 짚어보자.

위 두 사람의 혐의 내용이 사실인지, 또 그 행위가 법적으로 죄가 되는지 등은 이 좁은 지면에서 따지지 않기로 한다.

지적하고픈 것은 결론적으로 황모 씨는 영장청구 자체는 맞더라도 청구 시점이 너무 늦은 문제가 있고, 조현오 전 청장 건은 요건이나 시점 모두 부당한 청구라는 점이다. 그래서 위 두 건에 대한 검·경의 영장청구는 권한의 오용 또는 남용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황모 씨 사건은 음주 정도나 피해자가 두 명이나 사망한 점 등 그 정도가 중하니, 영장청구 그 자체는 불가피하다 하겠지만 문제는 청구 시점이다.

가령 구속된 뒤 합의가 돼 석방할 때 하더라도 일단 교통사고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적어도 그 며칠 뒤에는 구속했어야 했다. 중대 사고를 낸 범인임을 알면서도 두 달간이나 방치한 셈이다.

요즘 검·경 모두 뉴스에 나오는 큰 사건에만 치중하는 탓인지, 교통사고나 길거리 폭력 등 우발적 사건으로서 피해가 중한 사건은 현행범이고 증거가 워낙 명백해 길게 조사할 것이 없는 사안도 피의자 인권 등을 이유로 가해자를 바로 구속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보통 사람들이 실제로 흔히 피해를 당할 수 있는 일인데도, 검·경이 이유없이 구속을 미적거리면 피해자나 가족들은 난감해지고 호소할데가 없다. 이는 피해자들의 피해 감정에 너무 맞지 않으며,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법감정과 평균적 정의 기준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신문에 나지 않는 사건이라도 폭력·절도·교통사고 등에서 검·경이 정말 피해자들의 입장이 돼 고민하는 자세가 아쉽다.

한편 조현오 전 청장 사건은 7~8년 전의 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자체가 완전 '개콘' 수준이다. 집권 세력을 의식한 면피용이다. 법원에서 기각되더라도 자신들은 영장청구까지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면피용!

혐의 내용의 위법 여부는 놔두고라도 7~8년 전의 일이 지금까지 문제되거나, 계속 수사해온 일인가. 전혀 고려되지 않던 오래 전의 일을 느닷없이 끄집어내서 뭐가 시급하다고 구속까지 하겠다는 것인가. 단지 전 정부 공직자를 정치 공작의 굴레를 씌워 망신주고 잡아가두자는 것밖에 더 되는가.

도주 우려가 있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나. 말이 수사권 조정이지 늘 수사권 다툼으로 싸우는 검·경 모두 정말 국민을 위하는 일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야 할 영장청구권의 남용이다.

글/석동현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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