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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국군 해체’로까지 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입력 2018.10.01 07:30 수정 2018.10.15 08:13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국군의 날 기념식을 밤에 갖다니

북한의 동포들은 투명인간인가…절대로 먼저 핵 포기 않겠다는데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국군의 날 기념식을 밤에 갖다니
북한의 동포들은 투명인간인가…절대로 먼저 핵 포기 않겠다는데

지난 2013년 10월 1일 오후 건군 65주년을 기념하는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으로 서울 도심 일대 교통이 전면 통제된 가운데 오후 전차, 장갑차, 미사일 등 첨단무기로 무장한 기계화 부대 차량 및 4500여명의 병력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를 지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DB 지난 2013년 10월 1일 오후 건군 65주년을 기념하는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으로 서울 도심 일대 교통이 전면 통제된 가운데 오후 전차, 장갑차, 미사일 등 첨단무기로 무장한 기계화 부대 차량 및 4500여명의 병력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를 지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DB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리용호)

‘국군의 날’은 국가방위의 중추세력인 대한민국 국군의 존재의의를 군은 물론 국민 모두가 함께 확고히 인식하게 하고자 제정된 호국의지 확인의 날이다. 당연히 국군의 국가에 대한 헌신과 희생, 그 혁혁한 공로를 기리는 기념일로서의 의의를 갖는다. 또 적의 비열한 침략, 우리의 엄청난 희생, 마침내 이뤄낸 승전에 대한 기억의 날이다. 군의 사기를 드높이기 위해 국민이 함께 그들을 상찬하고 격려하는 한국군의 생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국의 운명과 미래가 국군의 애국심‧용기‧희생정신에 맡겨져 있음을 군과 국민이 같이 확인하는 나라사랑의 날이라 할 수 있다.

국군의 날 기념식을 밤에 갖다니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 뜻을 절절한 마음으로 깨닫고 새기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시절분위기가 그렇다. 하긴 정전 후 65년의 세월이 흘렀다.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 여겨졌던 6‧25전쟁의 참상도 세월 따라 잊혀 갔다. 감내할 수 없는 고통으로 지켜진 나라이지만 그 기억은 풍화되고 말았다. 게다가 지금 우리는 ‘전쟁=악, 평화=선’이란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나라의 군통수권을 쥔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좋은 전쟁보다 가장 나쁜 평화에 가치를 더 부여한다”고 공언해온 정치인이다. 전쟁에 대비하지 않은 결과가 얼마나 참담했는지는 ‘임진왜란’, ‘6‧25동란’이 참극의 상황을 통해 가르쳐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지상주의가 나라 안을 휩쓸고 있다.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은 사라졌다고 그들은 말한다. 전쟁이 없어진 곳에 민족적 평화‧번영의 새터전을 마련하겠다고 이들은 약속하고 있다. ‘평화’에 관한한 진보좌파의 모모한 인사들은 선지자적 언설을 쏟아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전쟁이 없는 게 곧 평화라는 등식을 국민의 의식에 심는데 아주 재미를 붙인 인상이다.

그런데 전쟁을 피해서 간 곳에 평화가 기다리고 있을까? 역사적으로 그런 예는 없었다. 국민이 잠시도 방심하지 않고 전쟁을 준비하며 굳건히 지키고 선 땅에서만이 평화의 나무는 자라서 무성해 지는 것이다. 전쟁이 없는 상태가 곧 평화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진실을 말해 줬었다. “평화냐 전쟁이냐는 질문은 잘못됐다. 오직 ‘싸우느냐, 항복하느냐’가 있을 뿐이다. 만약 우리가 계속 적의 요구를 수용해 물러서다 보면, 결국 마지막 요구, 최후통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1964년 공화당 대선후보 배리 골드워터를 위한 찬조연설에서 그가 한 말이다.

올해 국군의 날 기념식은 저녁에 열린다. 마지못해 개최하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설마 누군가의 기분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기야 하겠는가. 5년 단위로 꺾이는 해마다 실시했던 대규모 기념행사 및 군사퍼레이드도 생략됐다. 국방부 측의 해명이 절창(絶唱)이다. “국군의 날 행사 때마다 장병들이 고생을 하는데 올해는 장병들이 주인공으로 축하받는 행사로 추진 중”(조선일보 9월 22일)이라고 했다던가.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군이 ‘사기충천’을 국민에게 확인시켜주는 기회가 바로 국군의 날 열병식과 군사퍼레이드다. 그런데 그걸 하면 장병들이 고생한단다. 그런 논리로 이어가면 결론은 ‘군대 해체’에 이른다. 이렇게 배려하는 마음이 넘쳐나는 우리 정부와 국방당국이 북한의 우리 동포들에 대해서는 냉랭하기 이를 데 없다. 그야말로 ‘투명인간’취급이다.

북한의 동포들은 투명인간인가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평양의 능라경기장에서 이른바 ‘빛나는 조국’이라는 대집단공연을 위해 모인 북한 주민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의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그는 그 공연에 동원된 15만의 그곳 주민과 학생들에 대해서는 위로의 말 한 마디조차 아꼈다.

비위맞춰준다고 핵무장을 포기하면 김정은이 아니다. 그는 인민군 창설 기념일뿐만 아니라 정권수립일에도 대규모군사퍼레이드를 펼친 독재자다. 북한이 이날 핵무력을 자랑하지 않고, ICBM을 동원하지 않은 것을 두고 우리 정부는 ‘비핵화 의지’의 표명이라고 반겼다. 그 갚음으로 우리는 아예 국군의 날 행사를 갖는 둥 마는 둥 하기로 했다는 것인가.

김정은에 매료되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우리는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We fell in love).”

현지시간으로 29일 밤 웨스트버지니아주 윌링에서 가진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다. 그는 자신이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면 트집을 잡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언론들이 보도하기로 그렇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언급하면서 “그는 내게 아름다운 편지를 보내왔다. 멋진 편지였다”고 낯간지러운 표현을 남발했다.

다만 그는 대북 제재 해제를 말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회 있을 때마다 ‘제재 유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6‧12싱가포르회담 이후 그는 이처럼 이율배반적 언급을 계속해 왔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물론 세계의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분석과 전망을 다투어 내놓고 있다. 진실은 아마도 트럼프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도 내일 자신이 할 언급의 방향을 모를 수 있다.
자신의 협상술과 언변에 대한 지나친 자만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 가는 요인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취임 후 1년 이상 북한에 대해 군사적 압박을 계속했다. 전쟁 직전 단계까지의 무력시위를 거듭함으로써 김정은의 기를 꺾어놓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남‧북한 간, 미‧북한 간 대화무드가 조성된 게 그 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싱가포르로, 남의 비행기를 빌려 타가면서까지 자신을 만나러 달려온 김정은의 정성에 감복했을 것이다. 단순하고 순진해 보이는 김정은의 이미지에 넘어가서, 공동기자회견 절차를 생략한 채 보내주고 말았다. 김정은이 세계를 향해 공개적으로 비핵화를 다짐해야 하는 상황을 면하게 해 준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합의사항의 해석권을 위임 받은 양 혼자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신의 성과에 도취했다. 이것이 ‘싱가포르의 진실’이라면 김정은이 ‘사람 갖고 노는 재주’를 한껏 발휘한 셈이 된다.

절대로 먼저 핵 포기 않겠다는데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기 전까지 북한은 비핵국가였다.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싱가포르회담으로 북한의 핵보유는 기정사실화했고, 트럼프로부터도 이를 인정받은 격이 됐다. 이미 확보한 지위를 포기할 리 있겠는가. 이후로는 협상의 차원이 달라졌다고 봐야 한다. 핵보유국끼리의 군비축소 및 핵감축 협상이 되고 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 당국자들인들 이를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트럼프의 말이 너무 헤펐던 탓에 이제는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아주 너그럽고 자상한 이웃 아저씨의 표정을 한 순간에 황야의 건맨 표정으로 바꿀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최대의 압박’을 유지한다고 하지만 ‘군사 옵션’은 이제 선택지가 될 수 없다. 핵보유국 사이가 됐으니까.

트럼프는 상대를 얕잡아 봤다가 되레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을 듯하다. 그래서 북한 비핵화에 시간표가 없다고 한 것 아닐까. 그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6일 미국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비핵화 협상은)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혹은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시간 싸움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도 밝혔다. 김정은만이 아니라 트럼프도 시간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일단 중간 선거, 어쩌면 재선 때까지 모호성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을 지도 모른다.

트럼프가 어떤 생각을 하든, 김정은의 책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그 속셈을 세계에 털어놨다.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이는 미국이 우리에게 신뢰감을 갖게 해야만 실현이 가능하다”며 절대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현지시간으로 29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조‧미 공동성명이 원만히 이행되도록 하려면 수십 년 쌓인 조‧미 불신 장벽을 허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조‧미 두 나라가 신뢰조성에 품을 들여야 한다”며 “조선반도 비핵화도 신뢰조성을 앞세우는데 기본을 두고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행동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와 미국이 이 말에 넘어가 저들을 달래려고 종전선언, 대가성 경제지원을 추진할 경우, 그들은 또 말을 바꿀 것이다.

“동시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핵을 내려놓으면 미국도 핵을 포기해야 한다. 우리만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경제제재가 무서워 핵을 포기할 자들이 아니다. 트럼프가 2~3년의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 김정은은 그 이상도 버텨낼 수 있다고 응수할 것이다. 그사이에 한국의 진보좌파와 연계해 이른바 민족공조체제, 대미 공동대응체제가 갖춰질 것이라는 계산이 포함돼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한반도의 풍향은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누가 내일 일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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