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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자유화’·‘이해찬세대’·‘20년집권론’


입력 2018.10.01 06:03 수정 2018.09.30 21:01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학교교사, 학원교사보다 못한 ‘말발’…이해찬, ‘사교육 망국론’으로 이어져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 없다’는 오만방자한 정권, 만용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김우석의 이인삼각> 학교교사, 학원교사보다 못한 ‘말발’…이해찬, ‘사교육 망국론’으로 이어져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 없다’는 오만방자한 정권, 만용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아들이 올 초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과 동시에 머리카락을 붉은 색으로 물들이고 뿌듯해 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색은 잘 나왔고 내가 보기에도 어울렸다. 아들은 고등학교 기간 내내 억눌렸던 욕구를 해소한 기분이었단다. 얼마 후 머리가 길어지자 색이 변했다. 다시 염색을 하지 그러냐고 했더니 아들이 대답했다. “한번이면 됐어, 돈이 한두푼인가?” 잠시의 해방감으로 충분하고,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소리다.

두발염색의 경험이 없는 나는 염색은 지속적으로 해 줘야 하고, 비용도 비싸다는 사실을 그때야 깨달았다. 그리고 함께 깨달은 것 하나, 귀한 경험은 기다려야 하고, 기다린 것은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고등학교 ‘근신의 생활’이 한 번의 염색을 해방감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지난 주, 서울교육청이 ‘두발자유화’를 발표했다. 머리카락 길이 뿐 아니라 염색, 파마도 학생자율에 맡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찬반이 뜨겁다.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왜 아니겠는가? 아이들은 하지 말라고 하던 것을 허용한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연예인들의 화려한 머리카락색상을 봤으니 당장 따라하고 싶었을 것이다. 졸업하고 하는 즐거운 퍼포먼스가 그렇게 허무하게 소비되는 것이다.

반면, 교사와 학부모들은 난감하다. 우선 부모들은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많은 학부모가 교복자율화로 사복을 장만하기 위한 경제적 부담을 경험해 봤다. 교복이 일반화되자 비싼 교복을 입혀도 사복보다 낫다고 여기고 고맙게 생각했다.

특히 서민 부모들에게 교복은 큰 혜택이었다. 그런데, 교복보다 더 비싸고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두발자유화라니, 부담이 앞설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은 공부압박을 머리카락의 길이, 색깔, 형태로 상쇄하려 할 것이고, 고학년이 될수록 그 욕구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비싼 염색비라도 주면서 달래는 수 밖에 없다. 교사의 입장에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이른 발육으로 어른들과 외모 차이가 없어 가뜩이나 관리가 힘든데 두발자유화로 이제 관리는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교문만 나서면 그때부터는 그야말로 자유다.

어차피 학원교사보다 못한 ‘말발’(위험)이 더욱 안먹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 상황이 답답하다면 그나마 사명감이 남아있는 교사겠지만... 정치인 교육감의 또 다른 포퓰리즘(populism)이 아이들의 소중한 경험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부담만 지워줬다. 정치가 교육을 망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학생인권과 자유화’의 원조는 역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다.

그는 흔치않게 사회적 브랜드를 가진 정치인이다. ‘이해찬 세대’라는 본인의 이름이 붙은 브랜드다. 그 세대에 해당되는 인구가 줄잡아 몇백만명은 될 것이고, 그 파급효과가 역사적으로 평가될 만 한 것이기에, 그는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는 정치인이 된 것이다.

‘이해찬 세대’는 그가 교육부장관으로 재직했던 1998년과 1999년의 고1 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대략 대학교 02~03학번에 해당되는 인구군이다. 조금 확장된 개념도 있다. 그의 정책에 영향을 받은 전후 상당수 세대가 자칭 ‘이해찬 세대’라 자조적으로 이야기한다. 이들은 ‘단군이래 최저학력’이라는 오명을 안고 살아왔다. 당시 이해찬 교육부장관은 ‘하나만 잘하면 대학을 들어갈 수 있다’고 천명하고, 자율학습, 월말고사, 학력고사, 모의고사를 모두 폐지했다.

그러나 ‘한가지 만 잘해도’는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학생에게 불가능한 목표였다. 그 ‘잘하는’ 정도가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수많은 학생은 엉뚱한 기대를 갖다가 결국 좌절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력을 높일 기회를 박탈당했고, 사교육시장만 공룡처럼 커졌다는 것이다. ‘하나만’이 아니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사교육으로 감당해야 했던 것이다. 사교육비 부담은 학생과 학부모를 짓눌렀고, ‘사교육 망국론’까지 이어졌다.

그 부작용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의 대입제도는 현 정부의 ‘요술지팡이’인 ‘공론화절차’도 무력화시켰다. 교육부장관은 그 책임을 지고 낙마했고, 교육제도는 또한 표류중이다.

그런데, 그 막중한 책임을 지겠다는 다음 장관후보자는 1년짜리 단기 장관이란다.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지금의 난맥을 단기적으로 해결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고1 학생이 대입에 임하는 기간인 3년은 지속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먹 튀 장관’이 된다.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는 개인 또는 정책적 잘못에 대한 책임이라는 특별한 경우다.

게다가 현 후보자인 유은혜 의원은 능력, 자질, 도덕성 모두 문제가 많다. 한 교육시민단체의 학부모 704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학부모 10명 중 9명 이상이 유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찬성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불패신화’가 깨졌겠는가? 교육부장관을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앞세워 임명하는 것이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해서 이제는 중지되어야 한다.

이 와중에 이해찬 대표는 ‘20년 집권론’을 설파하고 있다. 그가 교육부장관으로 ‘이해찬세대’를 만든 지 20년만이라 더욱 묘하다. 지금은 ‘이해찬세대’가 자신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본격적으로 학부모가 되는 시기다. 그들은 대를 이어 좌파 모험주의 정책에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교육부장관임명에 더욱 민감할 지도 모르겠다.

장년세대 이상이 이성을 찾는 상황에서, 어차피 ‘20년집권론’이 가능하려면 새로운 세대의 적극적 지지가 필요하다. 선거연령을 낮추려는 의도도 그런 의미에서 이해가 된다. 여당 대표는 목표를 설정하고, 여당의 교육기관장은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역시 포퓰리즘이다. ‘두발자유화’와 ‘선거연령 하향조정’이 이에 속한다. ‘너희들은 이제 성인이니, 스스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라고 속삭인다. 결국 학교는 정치판이 되고 학력은 저하되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20년 집권’ 목표만 달성된다면...

다른 하나는 청소년들의 ‘의식화’다. 장기적인 목표에 입각한 정책이다.

역사교과서 편향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전 정권이 무리를 해가며 ‘국정교과서’를 추진했겠는가? 대부분의 ‘검정 교과서’가 좌편향이고, 균형을 잡은 교과서 한 종은 전교조 등 교육단체, 좌편향 시민단체의 폭력으로 일선학교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그런 현실에서 ‘국정교과서’라는 고육책이 필요했을 것이다. 국정교과서가 검정교과서와 함께 선택지가 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거듭된 정치적 무리수와 정책관리 미숙이 모여 대통령 탄핵을 낳고, 탄핵으로 인해 시장의 좌쏠림 현상이 대세가 됐다.

최근 친 전교조 성향의 전북·강원·광주·세종교육감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한국전쟁의 남침’, ‘미군참전’이 빠진 중·고교 한국사 보조 교재를 공동 제작해 지역의 중2, 고1 학생들에게 지난 7월 배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교재는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에 대응하여 만들어 올 2학기부터 학생들이 함께 배우도록 배포됐다고 한다. 이 교재들을 보면서 ‘원인이 없는 결과’를 교육하고,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지우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정치를 잘해서 ‘20년 집권’을 하겠다면 말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응원하고 싶다. 그러나 꼼수와 편법을 활용해 국민의 뜻과 다르게 정권을 연장하려 한다면 군사정권의 독재와 뭐가 다른가? 성공해서도 안되고 성공할 수도 없다.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 없다’는 오만방자한 정권이 또 다시 ‘민심이 정권을 이길 수 있다’는 만용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국민은 이를 용납치 않을 것이고, 슬픈 정치사는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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