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고용쇼크 불러온 '고용이 두려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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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0월 15일 17:24:42
    [기자의눈]고용쇼크 불러온 '고용이 두려운 사회'
    고임금화, 고용 유연성 악화가 고용위축으로 이어져
    '돈 많이 버는 일자리' 집착이 일자리 소멸 불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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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9-29 06:00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임금화, 고용 유연성 악화가 고용위축으로 이어져
    '고소득 일자리' 집착이 일자리 소멸 불러와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던 문재인 정부가 고용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 소득이 늘기는커녕 소득원이 돼야 할 일자리 자체가 기근 상태인 것이다. 굳이 2010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8월 고용동향 수치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추석 밥상머리에서 오간 자식 손주 취업 안부 인사를 통해 온 국민이 고용쇼크를 뼈저리게 체감하고 온 상태일 것이다.

    일자리 기근 현상의 원인을 찾으려면 교수 출신 청와대 참모의 경제이론보다 고용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치킨집 사장이 됐건 대기업 회장이 됐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용정책은 이들로 하여금 고용을 두려워하도록 만들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종업원에게 줘야 할 임금이 치킨집 사장이 챙겨갈 몫보다 높은 상황에서 일자리가 늘어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헛된 망상이다.

    규모가 큰 기업이라고 해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고집한다면 앞으로도 법이 강제하는 기준액은 계속해서 늘 것이고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가욋돈’이 많은 국내 기업들의 실정상 임금 수준이 높은 기업들도 언젠가는 걸리게 돼 있다.

    더구나 근속연수에 따라 일정 격차를 두고 임금이 높아지는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은 신입사원 임금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올렸다가 전체 임금이 도미노 식으로 오르는 ‘임금 폭탄’을 맞을 우려도 있다.

    친 노동 성향의 정부 출범으로 노조의 힘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고용 측면의 리스크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산별임금교섭체제’를 앞세워 개별 기업의 교섭권을 금속노조가 갖고 대기업들에게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인상까지 떠넘기려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력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고용 유연성 악화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지엠은 과거 사내하청 방식으로 생산수요 증감에 따른 인력수요를 조절하던 방식이 독이 돼 법정 공방과 노동계의 시위, 정치권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수년간 단계별로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특별채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벌여왔지만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근로자들은 추석 연휴 내내 단식농성을 벌이며 정부와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정규직 채용’을 약속받고 자동차 공장에서 일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지만, 어쨌든 법이 그렇다 하니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사내하청 사용이 업보(業報)가 됐다.

    자동차 업체들이 법적으로 논란이 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패소까지는 고려하지 않았겠지만) 사내하청 근로자를 투입한 이유는 자동차 업종이 업황, 개별 업체의 실적에 따라 인력 수요 변동이 큰 업종이기 때문이다.

    정규직 근로자를 최대 수요에 맞춰 고용해 놨다가 나중에 업황 악화나 실적 부진으로 수요가 줄면 고정비 부담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내하청 근로자로 나름의 고용 유연성을 확보한 것이다.

    그 덕에 뜨거운 맛을 봤으니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리 없다. 사내하청은 당연히 사라질 것이고, 그 수요를 정규직으로 돌릴 이유도 없다. 어차피 국내 시장은 포화됐고 국내 고용을 늘렸다가는 회사가 망하기 전까진 떠안고 가야 하니 해외에서 수요가 늘면 해외에 공장을 세우면 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자리의 양질화를 외치다가 장기적으로 일자리 자체의 소멸을 유도하는 구도다.

    공공부문 일자리 수십만개를 만들어 놓고 나중에 국민 허리띠를 졸라매 정년까지 먹여 살리도록 하는 방식은 민간부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기업 생존에 있어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다. 고용이 리스크가 된다면 기업은 성장을 멈추더라도 고용을 줄여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고용이 두려운 사회’를 만들어 놓고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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