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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픽업 美 수출길 봉쇄…미국산은 한국 수입 러시


입력 2018.09.27 11:42 수정 2018.09.28 09:41        박영국 기자

한미 FTA 개정으로 한국산 픽업트럭에 23년간 25% 고율관세 유지

GM, 포드, FCA 등 미국 빅3 일제히 내년 픽업트럭 국내 출시

쉐보레 콜로라도(위)와 포드 레인저.ⓒ한국지엠/포드코리아 쉐보레 콜로라도(위)와 포드 레인저.ⓒ한국지엠/포드코리아

한미 FTA 개정으로 한국산 픽업트럭에 23년간 25% 고율관세 유지
GM, 포드, FCA 등 미국 빅3 일제히 내년 픽업트럭 국내 출시


한미 양국이 지난 24일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최종 서명함으로써 한국산 픽업트럭의 미국 수출길이 23년간 봉쇄됐다. 업계에서는 이미 개정안이 공개됐을 때부터 각오했던 일이긴 하지만, 최근 미국산 픽업트럭의 국내시장 진출 소식이 잇따르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큰 모습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양국은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철폐할 예정이던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2041년까지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6년이면 자동차의 세대가 바뀌는 자동차 업계에서 23년간 차 값의 4분의 1을 관세로 내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시장 봉쇄와 마찬가지다. 더구나 자동차 업계 트렌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23년 뒤에 픽업트럭이라는 세그먼트가 남아있을지도 의문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는 전동화,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으로 급변하고 있는데 강력한 견인능력을 제공하는 고배기량 엔진에, 운전자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차종인 픽업트럭이 20년 넘게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의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미국산 자동차 부품 사용 비중을 기존 수준(한·미 부품 합계 35%)으로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협상이 ‘윈-윈’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가 미국에서 생산해 판매한다고 해서 그걸 ‘수출’로 분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내생산 수출이 가능하다면 자동차용 강판을 비롯해 대부분의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부품생산 및 완성차 조립 과정에서 막대한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현지생산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더구나 미국산 자동차 부품 사용 비중을 줄였으면 모를까 고작 기존 수준을 유지한 것을 놓고 ‘윈-윈’이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부터 미국산 픽업트럭의 국내시장 진출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미국 ‘빅3’ 모두가 픽업트럭의 한국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FCA(피아트크라이슬러)코리아는 지프 브랜드의 중형 SUV 랭글러의 픽업트럭 버전을 2020년 국내 도입한다. 이는 외신을 통해 공개된 픽업트럭 '스크램블러'와는 다른 차종으로, FCA코리아는 스크램블러의 국내 도입 여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포드코리아도 내년 하반기 중형 픽업트럭 ‘레인저’를 국내 시장에 들여올 예정이다. 포드코리아는 국산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보다 길이는 길고 폭은 좁은 레인저가 국내 도로 여건과 주차 환경에 적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GM(제너럴모터스) 역시 내년부터 미국에서 생산된 중형 픽업트럭 쉐보레 콜로라도를 한국으로 실어 보낼 가능성이 높다. 한국지엠은 지난 6월 레저용 차량 라인업 확대 계획과 함께 유력한 도입 후보군 중 하나로 콜로라도를 제시한 바 있다.

픽업트럭은 그동안 쌍용자동차의 고유 시장이었다.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 등으로 세대를 바꾸며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독점해 왔다.

연간 시장 규모는 2~3만대 수준으로, 올해 렉스턴 스포츠가 큰 인기를 끌며 8월까지만 2만6602대가 판매됐지만, 수요층이 한정돼 시장의 급격한 확대는 한계가 있다.

미국산 픽업트럭들이 국내에 쏟아져 들어올 경우 쌍용차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렉스턴 스포츠는 티볼리에 이어 쌍용차에서 두 번째로 판매가 많은 차종이다. 가격이 티볼리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 측면에서 쌍용차를 먹여살리는 차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미국과 한국에서 픽업트럭의 위상은 큰 차이가 있지만 수출길은 막히고 수입문은 활짝 열린 상황으로 인해 국내 업체와 산업이 피해를 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간 정치 상황을 고려하고 다른 업종까지 포함한다면 한미FTA 개정을 ‘호혜적 협상’으로 부를수도 있겠지만, 자동차 업종만 놓고 본다면 우리에게 불리한 협상”이라며 “차라리 FTA 개정협상을 지렛대로 무역확장법 232조(수입 자동차에 고율관세 부과)라도 막아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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