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자본주의 상징 ‘신용카드’...남북훈풍 타고 북한 진출 가능할까


입력 2018.09.24 06:00 수정 2018.09.24 07:16        배근미 기자

"남북경제교류 및 통일 대비해 대북 카드사업 활용안 적극 모색해야"

"북한 내 수요 불구 시스템 미비…선진금융 제공 및 신 수익원 효과"

북한 전자결제카드(체크카드) ⓒ여신금융연구소 북한 전자결제카드(체크카드) ⓒ여신금융연구소

최근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 정상화 기류를 타고 남북경협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향후 통일 등 경제교류와 새 수익원 창출 등에 대비해 북한에 적합한 카드사업 활용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최근 여신금융연구소가 발간한 ‘계간 여신금융’에 실린 ‘북한에서의 체크카드 사용 현황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북한시장에서는 개인 능력에 따라 부를 창출하는 구도가 정착됐고 대외무역과 서비스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신속한 정보와 외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금융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 등에 따르면 북한 내에도 자체 카드 결제 시스템이 존재한다. 90년대 중반 외국인 고객들에 한정해 신용카드 사용을 허용해 온 북한은 지난 2010년 조선무역은행을 통해 외국인과 북한 부유층을 대상으로 ‘나래카드’를 발행해 보급하고 있다. 외화를 매일 환율에 따라 입금한 뒤 잔고 내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체크카드 방식으로, 카드와 카드 간 송금과 핸드폰을 이용한 대금결제도 가능하다.

이후 2011년에는 고려카드, 2015년에는 조선중앙은행이 북한원화로 결재되는 전성카드, 선봉카드 등이 발행됐다. 평양시 내에 한정해 운영되는 북한판 온라인 쇼핑몰 ‘옥류’를 통해서도 체크카드와 유사한 형태의 전자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신용 공여 기능을 제공하는 신용카드 도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북한 내 카드 사용 촉진 등 상업금융업무 활성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자금공급 부족과 금융기관 신뢰도 회복 미비, 주민 및 기업체의 사금융 의존도가 높은 점 등은 여전히 한계로 꼽힌다. 이에 산업은행 한반도신경제연구센터는 지난달 한 보고서를 통해 우리의 금융 인프라 개발 경험이 북한 금융제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통일 이후 북한 내 소비증대와 금융시장 개선을 위한 체크카드 형태의 전자결제수단 보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민정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실제로 독일, 러시아, 중국과 같은 체제전환국의 경우 일반 주민들의 구매력 부족 현상을 신용카드 사용을 통해 보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북한 내 카드결제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통일 후 카드시스템 보급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재 국내 카드사들의 동남아 등 해외 진출 사례를 비추어볼 때 향후 북한 진출이 현실화될 경우 은행 계좌와 연계된 체크카드 사업 등 카드사업 영역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북한 내 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사업과 자동차할부금융 역시 불확실성 해소를 전제로 큰 무리 없이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이미 금강산관광 등 남북교류가 활발하던 지난 2000년 현대아산은 북한당국 등과 협의를 통해 금강산 온정각과 온천장 등에서 1000달러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당시 사업에는 국민카드와 외환카드, BC카드 등이 참여했다. 최근에도 BC카드 대주주인 KT가 남북경협 지원 등을 위한 ‘남북협력사업개발TF’를 신설하면서 재진출 분위기에 청신호를 켜기도 했다.

다만 일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류 뿐 아니라 향후 통일에 대비한 주민 대상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북한 내 카드지급결제시스템의 현황 및 운영방식에 대한 사전조사, 체제전환기를 거친 구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사례분석 및 학습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또한 국내 카드사들의 발달된 신용평가 기법을 적용해 현지 주민들의 신용평가자료을 구축하는 작업도 본격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센터장은 “(카드 이용 확산에 따른)신용카드의 등장은 자본이 부족한 북한지역에 상당한 소비 활성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카드사들 입장에서도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을 크게 확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북한에 신용이라는 사회적 자본과 선진 금융기법을 자연스럽게 체득시키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배근미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