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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뷰] UFC 아닌 테니스…결이 다른 '암수살인'


입력 2018.09.29 08:56 수정 2018.09.29 10:12        이한철 기자

정적인 공간, 치열한 수싸움 흥미

한국 스릴러 장르의 새 장 열까

영화 '암수살인' 스틸 컷. ⓒ 쇼박스 영화 '암수살인' 스틸 컷. ⓒ 쇼박스

"'추격자'를 UFC라고 표현한다면, '암수살인'은 테니스를 친 것 같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김윤석의 표현은 '암수살인'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추격자'처럼 쉴 새 없이 뛰어다니거나 화려한 액션은 보이지 않는다. 스릴러 장르에서 흔히 등장하는 피칠갑 장면도 없다.

하지만 '암수살인'은 정적인 장면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심리전이다. 손에 수갑을 찬 주지훈과 형사 김윤석, 교도소 면회실에 정적으로 앉아 있는 두 사람이지만 두 사람은 어느 때보다 격렬한 UFC 승부를 펼친다.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실화극이다. 신고도 시체도 실체도 없는 '암수살인'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형사와 살인범의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을 통해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미 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살인범이 한 형사에게 '암수살인'을 자백하고, 아무도 믿지 않는 살인범의 자백을 유일하게 믿고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의 실제 이야기가 '암수살인'의 모티브다.

우리의 일상에서 언제라도 벌어질 듯 생생하게 이어지는 스토리와 끈기와 집념으로 사건을 쫓는 형사 '김형민'(김윤석)의 모습은 관객들을 극중 벌어지는 암수살인 사건의 한 가운데로 데려가기에 충분하다.

영화 '암수살인' 스틸 컷. ⓒ 쇼박스 영화 '암수살인' 스틸 컷. ⓒ 쇼박스

살인범 '강태오'(주지훈)는 왜 수많은 형사 중 '김형민'을 골라 추가 살인을 자백했는지, 어디서부터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구분하기 힘든 '강태오'의 진술을 통해 과연 '김형민'은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보는 내내 수많은 의문을 던지게 만들며 관객들에게 압도적인 몰입감과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김태균 감독은 "'암수살인'이란 생소한 단어에 이끌려 영화를 만들게 된 건 이 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한 형사의 열정과 집념 때문이었다. 단순히 증거 조각에 있는 피해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딸, 엄마였을 한 사람에 집중한 형사의 모습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화의 특별함은 소재가 아닌 그것을 다루는 방향과 방식에서 두드러진다.

'암수살인'은 기존 장르영화가 달려가는 물리적 에너지 없이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다. 피해자를 증거 조각이나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사람으로 담으려 애썼다. 그만큼 일반적인 범죄 장르의 통념을 깨고 신선한 재미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범인을 찾고 추적하는 과정에서 화려한 액션이 수반되는 일반적인 패턴과는 다르게, 피해자와 사건 자체를 찾아가는 '암수살인'은 일반적인 범죄 수사 장르와 다른 새로운 차원의 재미와 긴장감이 있다.

영화 '암수살인' 스틸 컷. ⓒ 쇼박스 영화 '암수살인' 스틸 컷. ⓒ 쇼박스

영화 속 살인범 '강태오'는 이미 1건의 살인으로 유죄 선고를 받고 수감된 상황. 그가 던져준 살인 리스트에서 진짜 범죄가 무엇인지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 까다로운 수사는 피해자를 찾아 넋을 위로하려는 '김형민' 형사의 집념과 만나 빛을 발한다.

살인범의 자백과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견되는 증거들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살인범과 형사 사이의 팽팽한 공방전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들은 어느새 형사의 집념에 감정을 싣게 된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피해자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의 끈기를 밀도 있게 담아낸 '암수살인'은 과한 감정의 동요나 신파 없이도 인간적인 울림을 선사하며 깊은 여운을 자아낸다.

김윤석은 "지금까지 연기한 형사 역할들 중에서 '암수살인' 속 형사의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아니더라도 차근차근 느리더라도 나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며 일반적인 형사물에서 표현되는 형사 캐릭터들과의 차별점을 언급했다.

김윤석, 주지훈, 문정희, 진선규 등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배우들의 열연과 연기 앙상블은 '암수살인'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이다.

먼저 김윤석은 살인범의 자백을 믿고 유일하게 사건을 쫓는 형사 '김형민' 역을 맡아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집념으로 완성해냈다. 주지훈은 감옥 안에서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 '강태오' 역을 맡아 초 단위로 희로애락을 오가는 입체적인 얼굴과 표현력으로 그에게 내재되어 있었던 전인미답의 영역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리얼리티 넘치는 이야기와 김윤석과 주지훈이 선보일 강렬한 연기 시너지로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암수살인'은 10월 3일 개봉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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