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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복지 천국, 함께 살아서 행복한 사회


입력 2018.09.23 05:00 수정 2018.09.23 02:38        이석원 객원기자

<알쓸신잡-스웨덴⑯> 법으로 정해지는 반려동물의 권리들

매년 9월 모든 가축들에게 축복주는 스웨덴의 가톨릭

<알쓸신잡-스웨덴⑯> 법으로 정해지는 반려동물의 권리들
매년 9월 모든 가축들에게 축복주는 스웨덴의 가톨릭


스웨덴에서 지하철이나 버스에 강아지 등 반려동물을 데리고 타는 모습은 일상적이다. 그들에게 반려동물은 '가족과 마찬가지'가 아니라 그냥 '가족'이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에서 지하철이나 버스에 강아지 등 반려동물을 데리고 타는 모습은 일상적이다. 그들에게 반려동물은 '가족과 마찬가지'가 아니라 그냥 '가족'이다. (사진 = 이석원)

사람들의 복지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은 반려동물, 특히 개와 고양이의 복지 천국이기도 하다. 워낙 개와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유럽에서도 스웨덴은 독일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동물 복지 국가로 유명하다.

스웨덴의 동물 복지는 거의 인간과 같은 선에 있다. 스웨덴에서 반려동문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농업국(Jordbruksverket)은 동물 복지와 관련한 여러 가지 규정을 두고 있다.

개의 영양에 대한 규정은 개가 너무 살이 찌거나 마른 것도 제재의 대상으로 삼는다. 개에게 충분하고 적절한 영양 공급의 의무를 견주에게 지운다. 개가 머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상세한 규정들도 있다. 쾌적하고 위생적이어야 한다. 특히 대형견의 경우 개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의 넓이까지 상세히 규정한다.

또 개가 하루에 야외에서 활동해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이나 개가 목줄 등에 묶여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 대한 최대한의 시간에 대한 규정도 있다. 또 실내에서는 목줄을 묶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심지어는 개를 목욕시키기 위해 행동을 부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경우에 대한 안내도 있다.

어린 강아지가 어미의 곁에서 강제로 떼어지는 것도 법으로 금지한다. 생후 8주 안에 어미에게서 떨어뜨리는 것은 금지돼 있고, 6개월 이내에는 어미에게서 떼어놓지 말 것을 권고한다. 또 출산한 암컷의 경우 어미와 새끼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반드시 확보해줘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그런데 이런 동물 복지에는 견주 등 동물 소유자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책임과 의무를 규정한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개와 다른 사람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즉 자기가 아무리 예쁘다고 생각하는 개도 다른 사람에게는 위협이나 불편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당신의 개가 다른 동물이나 인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견주에게 요구하는 기본적인 소양이다.

스웨덴의 모든 개들은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문신이나 마이크로 칩으로 그 개에 대한 모든 정보 추적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물론 이는 공인된 수의사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서 등록된 개에 대한 복지의 문제와 함께 책임의 문제도 관리한다. 등록되지 않은 개는 불법 체류자와 마찬가지의 관리를 받는다.

매년 9월에 스톡홀름 중심의 공원 쿵스트래드고덴에서는 반려동물은 물론 가축들에게까지 축복을 주는 행사가 열린다. (사진 = 이석원) 매년 9월에 스톡홀름 중심의 공원 쿵스트래드고덴에서는 반려동물은 물론 가축들에게까지 축복을 주는 행사가 열린다. (사진 = 이석원)

그런데 중요한 것은 법과 처벌 보다 견주의 소양과 타인에 대한 배려다. 한국에서 요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목줄이나 입마개에 대한 규정도 지역이나 도시마다 조금 씩 다르다. 철저히 규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자율에 맡기는 곳이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도 결국 자율이 강력한 힘을 가진다. 물론 지역에 따라 개가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가했을 경우 견주를 처벌하기도 하고, 경찰에게 위험한 개에 대해 즉시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는 했지만 시행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견주 스스로가 자신의 책임을 다 한다는 기본적인 정서가 배어있다.

스웨덴 가톨릭에서는 매년 9월에 개를 비롯한 반려동물에게 축복을 주는 특별한 미사를 한다. 이 날은 북유럽 유일의 추기경인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 추기경이 직접 동물들에게 축복을 준다. 가정에서 키우는 애완 동문 뿐 아니라 가축도 해당된다. 모든 동물을 인간과 같은 신의 피조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의 잇따른 맹견 사건 사고는 한국의 일부 동물 소유자들이 이성적이고 성숙한 동물에 대한 정서와 인식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면서도 결국 사람들은 일부 맹견, 일부 정서가 불안정해진 동물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인간과 어우러져서 사는 동물이 아닌 그저 소유물이나 장난감, 대체 위로품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유럽 반려동물 권익단체에서 15년 째 활동하고 있는 피터 브롬크비스트 씨는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 ‘개 물림’ 사고가 빈번이 일어나고 그로 인한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단적으로 얘기한다. 그는 “제도나 법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스웨덴에는 오히려 한국보다 법이 강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식의 사고를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스웨덴에서 반려견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에바 뷕스트룀 씨는 “동물을 그들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세계에서 살게 했으면 그들을 돌봐야하는 의무가 있는데, 이는 소유하고 대리만족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며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멍청하고 나쁜 개 주인이 있을 뿐이다”고 말한다.

글/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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