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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셈코프마린과 복수전?…'치킨게임' 지양해야


입력 2018.09.25 06:00 수정 2018.09.25 12:57        김희정 기자

해양플랜트 ‘로즈뱅크 FPSO’결과 이달 말 결판

대우조선해양이 스타토일로부터 수주해 건조한 고정식 해양플랜트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스타토일로부터 수주해 건조한 고정식 해양플랜트 ⓒ대우조선해양

해양플랜트 ‘로즈뱅크 FPSO’결과 이달 말 결판

대우조선해양이 2조원대 해양플랜트 수주를 놓고 해외 조선업체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회사는 물론 국내 조선업계를 통틀어 올해 첫 해양플랜트 수주가 되지만 이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저가 수주로 또 다시 부실을 떠안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석유회사 셰브론이 발주한 ‘로즈뱅크 FPSO(부유식 원유생산설비)’ 입찰결과가 추석 직후 발표될 예정이다. 대우조선과 싱가포르 해양플랜트 업체 셈코프마린이 최종 후보에 올라 결승전을 치른다.

두 회사는 지난해 스타토일의 '요한 카스트버그' 해양플랜트 입찰에서도 결승전을 치른 바 있고, 당시 셈코프마린이 승리한 바 있어 대우조선으로서는 이번이 ‘리벤지 매치(복수전)’인 셈이다.

여기에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규모라는 '실리적 이익'까지 달려 있어 이번 로즈뱅크전이 자칫 ‘치킨게임’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이번 로즈뱅크 수주전의 승자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대우조선관계자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확률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모두 ‘저가 전략’을 내세웠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수주목표 73억달러 중 현재까지 35억4000만달러, 약 48%의 수주달성률을 보이는 대우조선으로서는 로즈뱅크가 절박하다. 해양플랜트 한방이면 올해 수주달성률에 근접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해양플랜트의 기술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주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는 아무도 해양플랜트 수주를 하지 못했다. 만약 대우조선이 ‘첫 수주’를 하게 되면 해양플랜트 물꼬를 튼다는 상징성을 함께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있는 해양플랜트 수주만을 목표로 ‘저가 공세’로 뛰어들었다가는 결국 세계 조선사는 ‘치킨게임’에 직면할 수도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과 셈코프마린이 첫 번째로 맞붙은 노르웨이 석유회사 스타토일이 발주한 '요한 카스트버그' 입찰에서 승자인 셈코프마린은 상상 이상의 낮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우조선도 낮은 가격을 제시해 조선업계에서 말이 많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셈코프마린의 계약금액은 약 4억9000만달러로 대우조선 입찰가격보다 1억달러 이상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셈코프마린이 이처럼 저가수주공략이 가능한 이유로는 저렴한 동남아 인력을 활용한 ‘인건비 절감’과 해양플랜트 건조경험이 풍부하지 않기에 정밀한 견적을 내는 데 서툴기에 그렇다는 분석이 있다.

대우조선에게는 그동안 해양플랜트사업에서 얻은 시행착오와 풍부한 경험‧기술력이라는 경쟁력이 있지만, 신생업체인 셈포크마린이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한다고 해서 이에 맞추려다 보면 결국 수주를 해도 과거처럼 적자를 낼 수도 있다.

대우조선이 일단 이기고 보자는 식으로 저가수주에 나섰다가 수익성을 맞추지 못해 결국 적자를 낼 경우 과거 해양플랜트 부실로 인한 재정 악화가 재현될 우려가 있다.

과거 대우조선을 비롯한 조선 빅3는 2014년 저유가 여파와 해양플랜트 시장에 대한 경험부족으로 대규모 적자를 경험한 바 있다. 이때 대우조선은 2015년부터 13조7000억원이라는 공적자금을 수혈 받아 회생한 이력이 있다.

국민혈세로 부실을 메운 대우조선해양이 또 다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면 전 국민적 비난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다시는 회생의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할 경우 단숨에 수주실적이 크게 뛰어오르는 효과를 얻지만 지나치게 수주에 집착하느라 저가경쟁에 휘말릴 경우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면서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이미 해양플랜트 부실로 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는 만큼 경쟁을 하더라도 수익성을 도외시한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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