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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도 마다한 정의선, 美 관세폭탄 막으려 고군분투


입력 2018.09.21 10:59 수정 2018.09.21 10:59        박영국 기자

미국 수출길 막히면 한국지엠 군산공장 3개 폐쇄 수준 타격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1월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 현대차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1월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 현대차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미국 수출길 막히면 한국지엠 군산공장 3개 폐쇄 수준 타격

전 국민의 관심이 남북정상회담에 쏠려있는 시기.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한 다른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는 달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미국에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세 개를 폐쇄한 것과 맞먹는 경제적 타격을 막기 위함이었다.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6일 미국으로 출국해 18일부터 이틀간 윌버 로스 상무장관, 조니 아이잭슨 조지아주 상원의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잇달아 만나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차 관세부과(최대 25%) 움직임에 대한 국내 자동차업계의 의견을 전달했다.

정 부회장은 미국 정‧관계 인사들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통해 한국이 자동차 분야에서 여러 가지 양보를 한 만큼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호혜적 조처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은 현재 진행 중인 232조 관련 조사에 참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은 또 현대차그룹이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 운영을 통해 미국 자동차산업 발전과 고용에 크게 기여해 온 점도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의 관세폭탄 저지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함께하는 민관 합동 아웃리치(대외접촉) 움직임은 있었지만 개별기업 총수가 직접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자동차 고액관세 면제 여부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피하지 못할 경우 현대‧기아차 뿐 아니라 전체 완성차 업계와 부품업계, 나아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각각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을 운영하며 현지 수요에 대처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차량도 양사 도합 연간 60만대에 육박한다.

한국지엠 역시 스파크와 트랙스 등 미국 GM에 공급하는 물량이 연간 13만대에 달하며 르노삼성자동차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물량 배정에 따라 닛산 로그 미국 수출물량 12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총 85만대에 달하는 자동차 수출길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지 생산 자동차보다 25%나 가격이 비싸서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올해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로 고용과 부품업계 생태계 측면에서 큰 타격을 입었는데 군산공장 생산능력이 연 30만대였다”면서 “미국 수출길이 막힐 경우 현대‧기아차에서만 군산공장 2개, 국내 전체로는 군산공장 3개를 폐쇄하는 정도의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이 미국 관세폭탄 저지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정부도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한미 FTA 개정안 서명 절차에 착수하면서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협상에 활용할 지렛대가 사라진 만큼 좀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미 FTA 개정안에는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 철폐시한을 20년 연장하고 안전기준 미충족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을 제작사별로 5만대씩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우리보다는 미국 측에 더 시급한 이슈였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무역확장법 232조는 몇 개 완성차 업체에 국한된 게 아니라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이슈인 만큼 정부가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개별 자동차 업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도 외교‧통상 라인을 풀 가동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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