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자의 눈] 대북사업 공들인 신동빈의 '이루지 못한 꿈' (feat : 롯데면세점)


입력 2018.09.20 23:07 수정 2018.10.02 09:16        김유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데일리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데일리안


featuring(대중음악에서 다른 가수의 앨범 작업에 참여해 노래나 연주를 돕는 것)

최근 가요계는 유명 래퍼나 가수가 다른 유명 가수의 음악 작업에 참여하는 피처링이 하나의 대세다. 곡의 완성도를 높일 뿐 아니라 인기 스타들의 협업 자체가 이슈가 되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은 배가 된다. 오랜 시간 한팀을 이뤄 호흡을 맞출 필요가 없으니 시간과 비용면에서도 효율성이 높다.

그러나 피처링의 효과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피처링에 참여한 가수나 연예인이 구설수나 표절 시비에 휘말릴 경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또 유명세만 쫓은 무리한 조합이 오히려 '투머치'가 돼 반감을 살 때도 있다. 무조건 합쳐 놓기만 하면 되는 무딘 작업이 아니라 민감하고 정교한 조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유통 업계에도 잘못된 피처링 사례가 있다. '신동빈의 뉴롯데' 작업에 피처링한 롯데면세점.

재계 서열 5위인 롯데는 지난 방북 수행단에 들지 못했다. 일찍이 북방 경제협력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대북사업에 공을 들여온 롯데로써는 신 회장의 부재에도 나름 방북 수행에 의미를 뒀을 것이다.

하지만 면세점 특허를 둘러싼 뇌물 혐의로 옥중에 있는 신회장의 빈자리는 컸다. 수행단에 제외되면서 오랜 기간 준비 해 온 대북사업에서도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산업계 전에서 나오고 있다. 단편적인 시각에서 보면 결국 면세점이 발목을 잡은 꼴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선도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한 기업으로 꼽힌다. 이미 1995년부터 그룹 내에 북방사업추진본부를 설립하고 북한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북한의 '조선봉화사'(민경련 산하 무역회사)와 함께 초코파이 생산 투자를 추진하고, 1998년 '남북협력사업자'로 승인을 받아 공장 설립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경험이 있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에는 개성공단에 초코파이, 칠성사이다 등 제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데일리안 생활경제부 김유연 기자 데일리안 생활경제부 김유연 기자
신 회장 역시 대북사업에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북한 연구와 조사활동도 진행해왔다. 2015년에는 16개 계열사의 신사업 담당자들이 모인 '북한연구회'도 운영했다.

북한연구회 1기는 2015년 16개 계열사에서 신사업 전문가 20여명으로 결성됐다. 주로 북한의 정치, 경제, 문화 현황과 경제협력 방안을 연구했다. 특히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단동지역을 방문해 현지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2기까지 결성된 상태다.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호텔과 연해주 지역의 영농법인 및 토지경작권을 인수했다. 중국 동북 3성 지역에 위치한 선양(심양)에서는 '선양 롯데월드' 건설을 진행 중이다. 대북 사업 재개를 발판삼아, 이들 지역까지 영역을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막대한 타격을 입은 롯데는 한반도 정세 안정화 기반으로 대북사업 추진에 더욱 열을 올렸다.

지난 5월부터 롯데그룹 내에 북방TF를 구성하고 북한을 비롯해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3성 등을 아우르는 북방지역에 대한 연구와 협력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도 했다. 롯데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 러시아와 중국 등 북방지역 사업영역 확장의 청사진을 그리는 등 사드로 경색된 동북아 시장 진출의 반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번 방북에 롯데가 초청받지 못하면서 신 회장이 오랫동안 쌓아온 대북사업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오는 10월 열리는 항소심에서 신 회장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롯데면세점이 피처링한 작업에서 비효율의 실패를 맛본 신 회장이 과연 못 다 이룬 꿈을 이뤄낼 수 있을까.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유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