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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기획]③ '가왕' 조용필의 마지막 꿈 '뮤지컬'


입력 2018.09.23 13:43 수정 2018.09.24 10:37        이한철 기자

1994년 첫 도전, 공연 앞두고 취소 아픔

24년 만에 공개적인 언급, 팬들도 기대감

'가왕' 조용필의 음악으로 만들어지는 주크박스 뮤지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PMC네트워크 '가왕' 조용필의 음악으로 만들어지는 주크박스 뮤지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PMC네트워크

"엉망으로 올리느니 늦기 전에 취소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1994년은 '가왕' 조용필(68)에게 큰 시련을 안겨준 한해였다. 오랜 시간 공들였던 뮤지컬 '서울신화'의 공연이 불과 보름 남짓 남겨두고 전격 취소됐다. 이미 예매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조용필 자존심에 큰 흠집을 남긴 사건이었다.

모든 것은 '완벽'을 추구했던 조용필 본인의 결정이었다. 당시 조용필은 "그 상태로는 실패할 게 뻔했다"고 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창작 뮤지컬은 5년은 매달려야 하는 작업. 솔직히 버겁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뮤지컬을 향한 꿈을 포기한 건 아니다. 한 차례 실패를 맛본 지 24년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그 꿈을 놓지 않고 있다.

조용필은 지난 5월 데뷔 50주년 전국투어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음악이 들어있는 것은 다 찾아다니는 편인데 그중에서 뮤지컬은 꼭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남다른 뮤지컬 사랑을 드러냈다.

심지어 브로드웨이로 날아가 한 달 내내 뮤지컬 공연만 본 적도 있다고. 최근에는 한 공연을 무려 11번이나 보기도 했다. 서태지 또한 그런 그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런 그가 다시 한번 뮤지컬 제작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번엔 좀 더 구체적이고 진취적이다.

조용필은 최근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직접 출연해 "제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 계획이 있다. 내용은 제 얘기가 아닌 러브스토리라든지 그런 거였으면 좋겠고 젊은 세대까지 흥행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이를 위해 작가를 공모할 계획도 있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간 "언젠가 노래를 그만두게 된다면 음악 프로듀서나 뮤지컬 제작을 꼭 해보고 싶다"는 뜻을 전하곤 했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한 건 처음이었기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용필은 최근 MBC 라디오 특집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 뮤지컬 제작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 MBC 조용필은 최근 MBC 라디오 특집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 뮤지컬 제작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 MBC

사실 조용필은 그동안 뮤지컬, 연극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해왔다.

1999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그림움의 불꽃' 공연은 뮤지컬계 거장 윤호진과 디자이너 박동우와 손을 잡아 완성한 무대였다. 스태프만 230여 명에 오케스트라, 무용단, 어린이 합창단까지 참여한 당시 공연은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듯한 연출로 팬들은 물론 공연 관계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은 안호상 전 국립극장장(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이다. 그는 '예술 행정의 달인' '공연기획의 1인자'로 불린다.

1984년 예술의전당 공채 1기로 공연계에 첫발을 들인 뒤 23년간 근무하며 극장 건립부터 공연기획까지 그만큼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인물도 드물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대중가수 최초로 조용필을 세운 주역도 바로 안호상 위원장이다.

2007년부터 5년간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거쳐 2012년 1월 국립극장장으로 취임, 국립극장의 창작 역량과 위상 강화에도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이미 모든 것을 이룬 조용필에게 뮤지컬은 마지막 숙원인 만큼, 뮤지컬 제작이 구체화될 경우 많은 관심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이미 모든 것을 이룬 조용필에게 뮤지컬은 마지막 숙원인 만큼, 뮤지컬 제작이 구체화될 경우 많은 관심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무엇보다 지난 10여 년간 조용필의 공연을 기획해온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모래시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그날들' '아랑가' 등 다양한 창작 뮤지컬로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날들'은 제7회 더뮤지컬어워즈 올해의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공연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뮤지컬 작품상, 극본·작사상, 연출상 등 주요 부문을 싹쓸이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고(故) 김광석의 노래로 만든 '그날들'이 제작됐을 때 이미 조용필의 음악으로 만드는 뮤지컬 제작에도 뛰어들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그간 쌓아온 역량과 경험을 토대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기대해볼 만하다.

조용필 음악은 세대를 뛰어넘는 강력한 힘과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만큼, 공연계뿐만 아니라 방송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과거 "조용필의 음악으로 이루어진 '맘마미아!' 같은 뮤지컬"을 1년이 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고 말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만큼 조용필의 말대로 작가 공모가 이루어진다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 분명하다.

1968년 데뷔한 조용필은 LP로 데뷔해 카세트테이프와 CD를 거쳐 디지털 음원까지 석권한 국내 유일한 가수다. 특히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히트곡을 쏟아낸 그는 '장르 통합'뿐만 아니라, '세대 통합'까지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가요계를 뛰어넘어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하는 '거장' 조용필의 모습도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어느덧 고희를 바라보고 있는 조용필, 그런 그에게 여전히 기대할 것이 많다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롭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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