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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남북정상회담] 평양공동선언, 北특기 ‘살라미전술’에 당했나


입력 2018.09.20 00:00 수정 2018.09.19 22:55        이배운 기자

한미 비핵화 협상카드 열세…비핵화 거부 명분 될수도

北 핵탄두 소형화·보관·은폐 능력 갖춰…‘셀프검증’ 합의는 불완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정상이 지난 19일 '평양공동선언문'을 발표한 가운데, 북한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요구사항을 쪼개 단계적으로 큰 이득을 챙기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펼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비핵화 의지 재표명은 이뤄졌지만 실효적인 비핵화 방안은 마련되지 못했고, 북한이 핵무기를 은폐하거나 합의를 번복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지적이다.

평양공동선언문 5조 서문은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5조 1항은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쥐고 있는 비핵화 협상카드는 ▲동창리 발사대 폐기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폐기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 및 폐기 ▲농축 우라늄시설 가동 중단 및 폐기 ▲핵무기 저장소 폐기 ▲핵무기 생산공장 폐기 ▲핵무기 일부 폐기 및 반출 ▲핵물질 일부 폐기 및 반출 ▲미사일 주요 부품 폐기 및 반출 등이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에 한미가 쥐고 있는 카드는 ▲미북수교 ▲제재해제 ▲대북 감시 및 정찰 금지 ▲전략자산철수 ▲주한미군 감축 정도다.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에 비해 열세인 셈이다.

한미가 북한의 '살라미 협상' 방식에 응해 먼저 협상카드가 바닥날 경우, 비핵화 드라이브는 제동이 불가피하다. 북한이 최종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등 무리한 요구를 내밀면 한미는 이를 거부할 수밖에 없고 북한은 이를 명분으로 비핵화 조치 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신고·검증 등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가 없고 북한이 주장하는 살라미식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수용해 줬다"며 "영변 핵시설 등 북한이 대상을 정한 뒤 비핵화 조치를 하고 국제 사회의 보상을 받는 실효성 없는 셀프 비핵화를 받아줬다"고 비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탄도미사일 공장 현장시찰 도중 소형 핵탄두로 추정되는 물체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탄도미사일 공장 현장시찰 도중 소형 핵탄두로 추정되는 물체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또 평양공동선언문 5조 2항은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고 명시했다.

이는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조건으로 둔 것으로, 미국이 먼저 보상을 제공해야만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및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조치를 내세우며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의거한 종전선언 등 보상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측이 과거 핵 합의를 뒤집은 사례에 비쳐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 후(後)보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의 '핵 리스트' 제출에 대한 내용이 부재된 점도 우려가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핵 능력이 매우 고도화돼 있어 소형화된 핵탄두를 손쉽게 은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시도를 방지하기 위해 북측이 사전에 핵 리스트를 제출하고 핵탄두 선반출 및 무작위 시찰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은 "동창리·영변 핵시설이 폐기돼도 북한은 비밀리에 핵무력을 보유할 수 있다"며 "이번 남북회담은 비핵화에 대해 아무런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에서 합의문에 이미 완성된 핵에 대한 제거방안이 없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대화를 하다보면 단계적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윤 수석은 "영변 핵시설은 북의 가장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핵시설"이라며 "앞으로 신규 핵물질을 생성할 근원을 차단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 '현재 핵'(제거 논의)은 북미대화 진척에 따라 달려있다.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 영변 핵시설 이외 북한의 핵시설과 관련 정보를 묻는 질문에는 "다른 구체적인 핵시설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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