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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재편 사활' 생보업계 재보험비용 '복병'


입력 2018.09.20 06:00 수정 2018.09.20 06:23        부광우 기자

올해 상반기에만 9667억원 지출…전년比 9.0%↑

IFRS17 앞두고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 부메랑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올해 상반기 재보험비용은 총 9667억원으로 전년 동기(8870억원) 대비 9.0%(797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올해 상반기 재보험비용은 총 9667억원으로 전년 동기(8870억원) 대비 9.0%(797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이른바 보험을 위한 보험인 재보험을 드는 데 쓰는 비용이 불어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1조원 가까운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보사들이 기존 주력 상품이었던 저축성 보험 영업을 축소하는 대신 보장성 보험 판매에 주력한 결과로 해석된다. 보험사의 재무 부담을 키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생보업계가 이에 대비한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재보험 비용이라는 새로운 복병을 마주하고 있다.

2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생보사들의 재보험비용은 총 9667억원으로 전년 동기(8870억원) 대비 9.0%(797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인수한 계약의 일부를 다른 보험사에 인수시키는 것으로 일종의 보험을 위한 보험이다. 즉, 보험이 개인이나 기업이 불의의 사고로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 주는 제도라면 재보험은 이에 따른 보험사의 보상책임을 분담해주는 제도다.

회사별로 보면 역시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의 재보험 규모가 단연 컸다. 삼성생명은 올해 상반기에만 재보험비용으로 1862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655억원)과 비교하면 12.5%(207억원) 늘어난 액수다.

이어 AIA생명(873억원)과 한화생명(850억원), 라이나생명(831억원)이 올해 상반기에 800억원 이상을 쓰며 재보험비용이 많은 편이었다. 이밖에 미래에셋생명(721억원)·오렌지라이프(662억원)·KDB생명(623억원)·NH농협생명(609억원)·교보생명(581억원)·DB생명(504억원) 등이 같은 기간 재보험비용 상위 10개 생보사로 꼽혔다.

이 같은 생보사들의 재보험 씀씀이 확대는 재보험만을 전문으로 하는 전업 재보험사의 수익 확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업 재보험사가 거둔 수재보험료는 4조3495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1654억원) 대비 4.4%(1841억원) 늘었다.

이처럼 생보사들의 재보험비용이 늘어난 것은 최근 생보업계의 상품 구조의 변화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생보사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집중적으로 팔던 저축성 보험 영업을 줄이고, 그 자리를 보장성 상품으로 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 상품의 특성 상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에 비해 보험사의 위험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보장성 보험의 판매가 늘면서 위험 분산을 위한 재보험비용도 함께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생보사 영업의 중심은 저축성에서 보장성 상품으로 확실히 옮겨가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생보업계의 저축성 보험 수입보험료는 16조9836억원으로 전년 동기(21조2689억원) 대비 20.1%(4조2853억원) 급감했다. 그 사이 보장성 보험의 수입보험료는 20조2668억원에서 20조6492억원으로 1.9%(3824억원) 늘며 저축성 상품의 실적을 역전했다.

이처럼 생보업계가 저축성 보험 판매를 졸라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본격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IFRS17에 있다. 2021년부터 보험업계에는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 때문에 과거 자산 규모 경쟁 속에서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생보사들의 짐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반대로 보장성 보험이 각광을 받는 주요 배경 역시 IFRS17이다. 현재 회계에서 보장성 보험은 판매 첫 해 보험사에게 손해를 발생시키지만, IFRS17가 시행되면 거꾸로 처음부터 이익을 안겨주는 효자 상품이 될 전망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IFRS17을 앞두고 보장성 보험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어 재보험료 비용 확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각 생보사의 리스크 관리와 언더라이팅 능력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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