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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었던 일회용컵 규제…한달반 성적표 '반쪽'


입력 2018.09.17 16:13 수정 2018.09.17 17:08        김유연 기자

규제 시행 한달…시민의식 개선·자발적 머그컵 사용

용량 '꼼수' 논란… 현장 커피전문전 여전히 '혼란'

스타벅스코리아 머그 나눔 행사.(자료사진)ⓒ스타벅스커피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 머그 나눔 행사.(자료사진)ⓒ스타벅스커피코리아

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한 일회용컵 규제 정책이 시행된 지 한 달 반 정도 지나가면서 일회용컵 사용량이 크게 줄었다. 매장에서 자발적으로 머그컵·유리컵으로 주문을 하는 이용객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원순환사회연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10곳 중 2곳 정도는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규모 업체의 경우 세척시설 등을 갖추지 못해 일회용 종이컵 사용이 늘었다.

17일 서울 을지로 일대의 커피전문점에서는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본격 시행된 지 한 달 반이 넘어서면서 혼란을 겪었던 초기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졌다. 일회용컵 사용이 눈에 띄게 줄었고 대부분 매장의 사람들은 머그컵·유리컵을 사용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주문을 받는 직원들도 머그컵 사용을 권장하고 있었다.

한 달 사이 소비자 의식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달 10∼15일 소비자 79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정부의 커피전문점 일회용컵 사용 제한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 10명 중 8명은 커피전문점의 일회용컵 사용을 제한하는 정부 정택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고객들에게 머그잔 사용을 설명해야 했지만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별도로 설명드리지 않아도 머그컵에 달라고 하시는 고객들이 많아 일회용컵 사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수백 명이 몰리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머그컵의 수량 부족, 인력 부족 등으로 머그컵만을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손님이 매장을 나가면서 마시던 음료를 일회용컵으로 옮겨달라고 하면서 오히려 일손이 늘었다는 지적이다. 밀려드는 컵 설거지로 인력 충원을 해야만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지난달 실시한 일회용 컵 규제 관련 실태조사 결과에서 1052개의 매장에서 전체 1만2847개 컵 중 1만461개(80%)의 다회용 잔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시행 이후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줄고 다회용 잔 사용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일회용컵 사용이 줄어든 대신 종이컵 사용이 더욱 늘었다. 소규모 업체들이 세척시설, 인력 충원 등의 여건을 갖추기 어려워 일회용 사용을 늘리고 있어서다.

머그컵과 유리컵을 사용하면서 용량의 차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다회용컵과 일회용컵의 용량에 차이가 없이 동일하게 제공한 매장은 커피전문점 6곳 가운데 1곳에 불과했다고 소비자시민모임은 전했다. 이들 매장은 실제 제공하는 커피 용량이 표시하고 있는 제공 용량보다 최대 40ml가량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회용컵 규제는 환경보호를 위해 좋은 것 같다"면서 "하지만 무조건 일회용컵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아닌 이용객들의 편의성에 의해 일회용컵 사용 여부를 허용하는 등 정부의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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