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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유재명 "행복한 비명에도…중심 지켜야죠"


입력 2018.09.23 00:54 수정 2018.09.24 10:38        부수정 기자

영화 '명당'서 구용식 역

"선물 같은 작품"

배우 유재명은 "영화 '명당'은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정의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배우 유재명은 "영화 '명당'은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정의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영화 '명당'서 구용식 역
"선물 같은 작품"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배우 유재명(45)은 요즘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이다.

2001년 영화 '흑수선'으로 데뷔한 그는 '사생결단', '무방비도시',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관상', '베테랑'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유재명은 지난 2015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동룡이 아버지 역을 맡아 얼굴을 알렸으며, 이후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는 검사 이창준 역을 맡아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작으로는 JTBC 드라마 '라이프'와 '탁구공'이 있다.

특히 '응팔'과 '비밀의 숲'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번에는 전작과는 다른 역할로 돌아왔다.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을 통해서다.

'명당'은 2명의 왕을 배출할 천하길지 대명당을 둘러싼 욕망과 암투를 통해 왕이 되고 싶은 자들의 묏자리 쟁탈전을 그린다. 유재명은 극 중 박재상의 오랜 친구이자 뛰어난 수완과 말재주로 그를 돕는 인물 구용식을 연기했다.

17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유재명은 "시나리오보다 더 잘 나온 것 같다"며 "잘 차려놓은 상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 열일 행보인 그는 "매번 주어지는 작품이 소중해서 욕심이 나서 한 작품, 한 작품 하다 보니 많은 작품을 하게 됐다"며 "'명당' 속 역할은 내게 큰 캐릭터다. 감사한 작품이자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명당'은 영화 '하루' 이후 큰 역할을 맡은 작품이라서 부담스럽긴 했어요. 그러다 동료 배우들을 보면서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죠. 캐릭터들 사이에 씨줄과 날줄의 교차점을 보고 자신감이 생겼죠."

배우 유재명은 "여러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배우 유재명은 "여러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그가 맡은 구용식은 '비밀의 숲'이나 '라이프' 속 진중한 캐릭터와는 상반된다. 배우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배우는 구용식을 '서민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정의했다. "'살아야 한다'는 서민들의 원초적인 욕망을 지닌 사람입니다. 그간 머릿속에 남는 작품들을 했는데, 구용식도 그런 점과 맞닿아 있는 인물입니다. 묵직하면서도 눈물도 많고, 잔망스러운 행동도 하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시련을 겪으면서도 박재상을 저버리지 않는 점도 흥미로웠고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서민의 희망을 품은 인물인 점도 좋았습니다."

조승우와는 '비밀의 숲', '라이프'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이다. "승우 씨는 호흡하기에 최적의 배우입니다. 리액션만 해줘도 연기가 빛나는 배우이자 중심이 단단한 배우예요. 승우 씨와 호흡은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명당'에서도 독특한 케미스트리가 나와요. 둘 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닌데, 심심한 듯 재밌는 호흡이었죠. 담백한데, 감칠맛 나는 호흡이랄까요?"

지방 로케이션을 소화한 그는 "나무 아래서 짧은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았다"면서 "'명당' 전에 작업할 때는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어서 즐기지 못했다. '명당'에서는 많은 분께 존중받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명당'은 선물 같은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명당'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제작진, 배우들끼리 합도 좋았고요. 참 즐거운 작품이었죠."

배우에게 '명당'이 간절한 작품이다. "'응팔'로 얼굴을 알리고 '비밀의 숲'으로 중년의 섹시미라는 평도 얻었습니다. 하하.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명당'을 통해 스스로 반성하게 됐어요. 인생 스토리라고 할까요? 유재명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영화 '명당'에 나온 배우 유재명은 "가족과 함께하는 땅이 명당"이라고 얘기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영화 '명당'에 나온 배우 유재명은 "가족과 함께하는 땅이 명당"이라고 얘기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부산대학교 생명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에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며 연기에 흥미를 느꼈다. 졸업 후 상경한 그는 옥탑방에 살며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 옥탑방이 명당이란다. "힘들었을 때 절 도와준 사람들이 많아요. 그때 잘 되고 싶고, 잘하고 싶었던 순수한 마음이 있었죠. 지금보다 훨씬 더 뜨거웠고요. 그 시기를 보낸 옥탑방이 기억에 남아요."

배우는 또 "너무 많은 작품을 통해 소비되는 이미지도 있지만, 작품이 지닌 매력이 있다면 언제든지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고 싶다"고 했다. "이전보다 큰 역할이 들어 오게 되고, 부담감도 느껴요.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다 보니 처음 겪는 일이라 정신이 없어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셈이죠. 시간을 갖고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싶은데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 중심을 잡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인간적인 매력도 놓치지 않아야 겠죠?"

부동산 분야에 관심이 있을까도 궁금했다. 그는 "전혀 없다"고 웃은 뒤 "연기 외에 관심이 가는 분야가 없다"며 "평소엔 심심하게 지낸다"고 전했다. "운전도 안 하고요. 취미도 없어요. 연기를 통해 숨겨져 있는 본능을 끄집어내려고 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명당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할머니들이 동네 주변에서 모여 얘기하는 걸 보고 집을 택했다"며 인간미 넘치는 답변을 들려줬다. "그런 분위기가 좋았어요. 지금도 슬리퍼 하나 신고 동네를 돌아다녀요(웃음)."

배우 유재명은 "요즘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배우 유재명은 "요즘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그에게 '명당'이란 무엇일까. "'명당'은 우리에게 땅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져줍니다. 제가 서울에 올라왔을 때 방 한 칸이 참 중요했거든요. 편하기도 했고요. 근데 요즘은 땅이나 집에 너무 집착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가족과 함께하는 땅이 최고의 땅입니다."

배우는 또 "그게 뭐가 중요해. 우리가 사는 게 중요하지"라는 극 중 대사를 언급하며 영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같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동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를 응원해주는 마음, 이 솔직하고 담백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간 어머니에게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그는 '명당'을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고백했다. "연극만 하다가 가족들에게 소홀히 하게 됐어요. '명당'은 가족들과 친척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예요."

연극 연출 계획도 물었다. "작은 극단을 만들어서 연극을 다시 하고 싶어요. 지난 3월에 부산에서 연극을 한 적 있는데 참 좋았어요. 지친 마음 상태였는데 수혈을 받는 느낌이 들었죠. 1년에 한 편이나, 두 편 정도 하고 싶습니다."

유재명은 10월 21일 5년간 교제한 여자친구와 결혼한다. "첫 번째 결혼이라 잘 모르겠어요. 하하. 해본 적이 없어서."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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