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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당권 잡으려 정치하는 것 아냐"…함의는


입력 2018.09.16 06:00 수정 2018.09.16 07:19        정도원 기자

"패전지장" 자세 낮춰…김병준 비대위에 덕담도

"친박과 싸울 입장 아냐" 전당대회 불출마할 듯

김무성 활동반경 DOWN, 중진의원들 활동반경 UP

"패전지장" 자세 낮춰…김병준 비대위에 덕담도
"친박과 싸울 입장 아냐" 전당대회 불출마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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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귀국했다. 홍 전 대표가 귀국장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뒷쪽으로 강효상 의원과 배현진 대변인 등의 모습이 보인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귀국했다. 홍 전 대표가 귀국장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뒷쪽으로 강효상 의원과 배현진 대변인 등의 모습이 보인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귀국 일성(一聲)으로 신중하면서도 면밀히 계산된 발언을 내놓았다.

홍 전 대표는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귀국하는 자리에서 "지방선거 참패는 모두 내 부덕의 소치"라며, 스스로를 패전지장(敗戰之將)이라고 표현하는 등 자세를 바짝 낮췄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향해서도 "고생하고 계신다"고 덕담했다. 그간 정치권 일각에서 홍 전 대표가 귀국하면 '김병준 비대위'와 각을 세우거나 충돌할 것이라는 전망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이러한 발언이 의아할 것은 없다는 게 한국당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한국당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원래 홍준표 대표는 정무감각이 예리한 분"이라며 "당대표일 때는 어차피 당헌·당규상 자신을 끌어내릴 방법이 없는 걸 알기에 강하게 치고나갔던 것이고, 지금은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라 자세를 바꿨다"고 분석했다.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도 부인에 가까운 입장을 취했다.

홍 전 대표는 관련 질문에 "당권을 잡으려고 정치를 새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당대회에 불출마하는 것인지 묻는 질문이 재차 나오자 "마음대로 해석하라"고 일갈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 정도면 (전당대회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알아듣게 이야기했다"며 "정치인은 장래의 가능성을 무 자르듯이 없애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 이상의 답변이 나오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전 대표의 정치적 중량감을 감안하면, 전당대회에 나간다면 반드시 선출돼야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만약 평화당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대표가 떨어졌거나, 민주당·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서 이해찬·손학규 대표가 떨어졌다고 생각해보라"며 "정치생명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당권 도전에 대한 당내외 여론이 좋지 않으며, 명분도 마땅치 않고, '대진표'도 불분명하다. 불출마에 무게중심을 두되, 당권 도전 가능성을 아예 없애면 정치 행보에 동력이 붙지 않고 여론의 초점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여지만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 일각에서 자신의 제명·출당(黜黨)론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친박들이 (내가 전당대회에 나올까봐) 겁이 나는 모양인가"라고 반문하며 "이제는 친박들과 아웅다웅 싸울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전당대회 불출마를 전제해야 해석이 용이하다.

이처럼 홍 전 대표가 당권 도전과 일단 거리를 둠에 따라,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의 행동 반경은 제한되는 반면 당내 여러 중진의원들의 가능성은 한층 열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홍 전 대표가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자신의 '재등판'도 한층 용이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홍 전 대표가 귀국 일성으로 당권 도전과 거리를 두면서, 김 전 대표도 노골적으로 '기지개'를 켜기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심재철·나경원·정우택·정진석·주호영·김성태 의원 등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는 당내 중진의원들은 당권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교안·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김태호 전 최고위원 등 원외(院外) 주자들에 의한 변수는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보수에 사람이 없어 어쨌든 새로운 인물을 당대표로 세워 '인재 풀'을 늘릴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중진의원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 같다"고 점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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