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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상]“사이클 올 때 됐다”…커지는 경기침체 공포


입력 2018.09.17 06:00 수정 2018.09.18 17:40        이미경 기자

1500조 가계빚 뇌관, 고용부진 등 내수불황 장기화 조짐

미중 무역갈등,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적 이슈에 흔들

미국 월가를 비롯해 전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리먼 사태가 발생한지 10년째를 맞았지만 위기설이 다시금 흘러나오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월가를 비롯해 전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리먼 사태가 발생한지 10년째를 맞았지만 위기설이 다시금 흘러나오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 리먼 브러더스 파산 신청. 4위 리먼과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되며 하루아침에 굴지의 IB 2곳이 침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핵폭풍을 몰고 왔던 리먼 사태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를 위기로 내몰았다. 미국의 대형 IB 2곳의 몰락으로 글로벌 증시는 폭락했다.

이때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 기준금리를 0~0.25%의 제로금리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연준은 금리 인하에 이어 대규모 달러를 찍어냈다. 이때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금리인하와 달러를 무더기로 발행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세계경기에 후폭풍이 지속됐다. 유럽의 구제금융이 잇따르면서 세계 경기는 몇년간 출렁이며 위기감이 지속돼왔다.

지난 2008년 이후 미국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최저 수준까지 낮추며 경기부양정책에 박차를 가했다. 한국도 뒤늦게 동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주요은행들은 통화를 잇따라 찍어내며 유동성을 확보했다.

시중에 돈이 대거 풀리며 경기는 살아났지만 거품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미국을 시작으로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재정위기에서 경기부양책에 따른 유동성 확대, 다시 긴축으로 방향을 틀면서 세계 경기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1500조 가계부채 '뇌관'…빚 부실화가 제2금융위기 불러올 우려↑

미국 월가를 비롯해 전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리먼 사태가 발생한지 10년째를 맞았지만 위기설이 다시금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가계부채는 1500조원으로 급증했다. 가계부채 규모로만 보면 사상 최대 규모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자리한 배경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이 95.6%(1분기)에 육박하고 빚 부실화가 가팔라지면서 국내 금융시장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저금리 여파로 유동성은 늘었지만 부동산 시장으로 쏠림현상이 지속되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소득 증가 속도보다 자산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저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났다.

대내적으로도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가장 심각한 것은 고용지표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취업자수는 1년전보다 300명이 증가했지만 최근 8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8월 고용은 60.9%이고, 실업자수도 8개월 연속 100만명대를 상회했다. 실업자수는 10개월 연속 100만명대를 기록한 외환위기 1999년대 이후 18년만에 최장 기록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수출보다 내수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 고용자수는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고 소비심리도 이번 정부들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저임금과 구조조정 등 여파로 고용 기여도가 높은 업종인 도소매, 숙박음식, 제조업에서는 고용이 오히려 줄어드는 효과로 나타났다. 대내외 불안으로 가계와 기업 심리는 위축됐고 그 영향은 소비와 투자 등 실물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경기가 좋지 안다보니 환차익이 줄어드는 등 국내투자에 대한 손실을 본 외국인의 자금유출이 많이 일어나며 외화유동성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앞으로 우리도 금리를 올려야하는데 가계부실과 기업부실이 은행 부실로 전이되면서 제2의 금융위기로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끝나지 않은 미중 무역갈등…국내 경제 리스크 고조

다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대외적인 리스크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외부에서 직접적으로 가하는 타격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을 대거 풀어 경기부양정책을 해오던 미국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며 긴축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서 보호무역에 따른 미중 무역갈등, 신흥국 경제위기 등이 대외적인 리스크 부담을 키우고 있다.

대외 변동성에 대한 우려는 국내 수출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고용 부진, 소비 둔화, 부채증가로 인한 가처분 소득 감소 등이 반복되면서 돈맥경화 흐름으로 이어지며 경제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무역분쟁의 중심에 있는 미국과 중국은 국내 수출의 1~2위 국가들인만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피해는 커질 우려가 있다.

미중 무역분쟁의 결과 중국 수출이 둔화되면 덩달아 한국의 수출도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중간 무역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글로벌 전반의 경쟁적인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글로벌 교역량 감소도 불안을 증폭 시키는 요인으로 부각된다.

한국 경제가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환율과 증시 등 금융시장이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IBK투자증권에서 발간한 한 보고서에서는 "경제구조 특성상 원화와 위안화가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데 무역분쟁이 격화된 올해 초 이후 상관계수는 더 높아졌다"며 "이러한 높은 상관관계로 인해 무역분쟁으로 인한 위안화 약세 흐름이 원화에도 전이된다는 점, 미중 관세 전쟁이 악화되면서 올해 하반기 원화 역시 급격하게 약세로 진행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주춤하며 협상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하는 문제"라며 "만약 무역전쟁으로 중국경기가 둔화되면 우리 제품이 중국제품과의 경합에서 가격경쟁력이 밀리면 수출산업이 상당히 타격을 입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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