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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새 출발' 푸본현대생명…홀로서기 '숙제'


입력 2018.09.17 06:00 수정 2018.09.17 07:02        부광우 기자

3000억 유상증자 마무리…현대차그룹서 푸본생명으로 최대주주 변경

재무 건전성 확보하며 재기 발판 마련…퇴직연금 의존 빨리 줄여야

현대라이프생명의 주인이 6년 만에 현대차그룹에서 대만 푸본생명으로 바뀌면서 푸본현대생명이 새 출발에 시동을 걸었다.ⓒ푸본현대생명 현대라이프생명의 주인이 6년 만에 현대차그룹에서 대만 푸본생명으로 바뀌면서 푸본현대생명이 새 출발에 시동을 걸었다.ⓒ푸본현대생명

현대라이프생명의 주인이 6년 만에 현대차그룹에서 대만 푸본생명으로 바뀌면서 푸본현대생명이 새 출발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통해 푸본현대생명은 대규모 자금 수혈을 받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개인영업 창구를 완전히 닫아버린 탓에 당분간 현대차그룹 식구들로부터 받아둔 퇴직연금에 목을 매야 한다는 한계는 푸본현대생명이 홀로서기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17일 푸본현대생명에 따르면 푸본생명과 현대커머셜로부터 각각 2336억원과 604억원씩 총 3000억원의 대금이 납입되는 것으로 유상증자가 최종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푸본생명은 지분율 62%로 푸본현대생명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어 현대커머셜이 지분율 20%로 2대 주주가 됐다. 반면 기존 최대주주였던 현대모비스는 이번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지분율이 30%에서 17%로 내려앉았다.

더불어 현대라이프생명이었던 회사 간판도 푸본현대생명으로 바꿔달게 됐다. 2012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이전 녹십자생명보험에서 현대라이프생명으로 이름을 바꾼 지 6년여만의 일이다.

유상증자 효과로 푸본현대생명은 재무 건전성 우려를 한 시름 덜게 됐다. 이번 자본 확충으로 푸본현대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200% 중반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여력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로 보험업계에서는 통상 과거 금융당국이 권고했던 150% 이상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RBC비율은 148%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이에 힘입어 수익성 회복에도 힘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초 재무 건전성 위기가 커지면서 전 직원 중 3분의 1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점포도 75개에서 10여개로 통폐합하면서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이런 아픔 덕분에 올해 상반기 푸본현대생명은 5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푸본현대생명은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후 매년 연간 순이익 실적에서 적자를 기록해 왔다.

문제는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초 현장 영업 조직을 정리하면서 개인보험 판매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이 때문에 푸본현대생명의 올해 상반기 초회보험료는 57억원으로 전년 동기(1296억원) 대비 95.6%(1239억원) 급감하면서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생보업계의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다.

이런 현실에서 푸본현대생명의 실적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퇴직연금이다.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퇴직연금 물량을 몰아주면서 사업 기반을 뒷받침해 온 영업 구조의 흔적이다.

실제로 푸본현대생명이 올해 상반기 퇴직연금을 통해 올린 보험료 수입은 4084억원이었는데, 이는 개인보험이 단체보험 등 다른 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입보험료를 모두 합한 금액(3875억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그리고 지난 6월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확정기여형(DC)·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적립금 1조2302억원 가운데 현대차그룹 계열사 비중은 97.9%(1조203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보면 외국 자본에 지배권을 내준 푸본현대생명에 더 이상 퇴직연금을 맡길 이유가 없어진 상황이다. 더욱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증권이라는 또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에 들어가 있는 돈을 언제든 현대차증권으로 옮길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푸본현대생명은 당장 생존을 위한 눈치 보기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퇴직연금 이탈을 최대한 막으면서 하루 빨리 자립할 수 있는 영업력을 갖춰야만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제대로 된 이익을 내지 못해 왔음에도 대만 푸본생명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다시 한 번 푸본현대생명을 키워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행동으로 평가된다"며 "이를 발판으로 영업 조직을 재구축하고 퇴직연금 의존을 줄여야 경영에 장기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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