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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고 다시 쓰고” 환경 규제 선제 대응 나서는 유통업계


입력 2018.09.14 06:00 수정 2018.09.14 07:22        최승근 기자

연말부터 대형마트,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제공 전면 금지

모바일 영수증 및 종이 쇼핑백 도입 확대하고 아이스팩 무료 수거도 진행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관에서 캐셔 직원이 고객에게 구매한 식품을 친환경 소재의 장바구니에 담아 전달하고 있다.ⓒ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관에서 캐셔 직원이 고객에게 구매한 식품을 친환경 소재의 장바구니에 담아 전달하고 있다.ⓒ현대백화점

유통업계가 환경 규제 선제 대응에 나서며 친환경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통업은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데다 비닐봉투 같은 일회용품 소비량이 많은 만큼 업계가 자발적으로 나설 경우 환경보호 등 시너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유통업계와 환경부에 따르면 올 연말부터 대형마트를 포함한 대규모점포와 슈퍼마켓의 일회용 비닐봉투 제공이 전면 금지된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비닐봉투 사용량은 414장으로 유럽연합(EU) 평균(198장)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지난달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40일의 입법 예고 기간은 지난 10일로 만료됐으며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연말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개정안의 시행까지는 아직 두 달 이상 시간이 있지만 입법 예고 이전부터 유통업계는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 접점이 높은 업종인 만큼 개정안 이전부터 선제 대응에 나서 소비자 혼란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소비자 인식이 개선되는 데 일정 부분 시간이 걸릴 것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유통업계 내에서도 일회용 비닐봉투의 사용을 줄이자는 주장이 줄곧 제기돼왔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힘으로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어려운 데다 누가 먼저 시작할 지를 두고 업계 내에서도 눈치싸움이 벌어지면서 선뜻 나서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다 지난 4월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환경보호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면서 업계가 먼저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종이 영수증 대신 모바일 영수증 도입을 늘리고 온라인, 홈쇼핑업계에서는 가정에서 처리가 어려운 아이스팩을 수거하는 사업도 시작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6일부터 압구정본점 등 전국 15개 점포의 식품관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일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친환경 소재의 장바구니를 제작해 고객들에게 판매하거나 증정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번 제도 도입으로 연간 800만장의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식품관에서 과일·채소 등을 고객이 직접 담을 수 있도록 비치한 얇은 속비닐도 비치장소를 줄여 연간 사용량을 30% 감축할 계획이다.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도 선제 대응에 동참하고 있다. GS25는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종이 쇼핑백을 도입했다. 아직까지는 비닐봉투 유상판매를 병행하고 있지만 가맹점들과 협의를 거쳐 향후 종이 쇼핑백 사용을 늘릴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일회용 얼음컵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완전 투명한 무지 형태로 바꿨다. 기존 얼음컵 표면에 표시했던 브랜드 로고, 바코드 등을 없애 재활용이 쉽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PB 생수 '옹달샘물' 뚜껑을 기존 녹색에서 무색으로 변경해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며 친환경 소재 일회용 비닐봉투 도입, 휴대용 장바구니 도입, 도시락 뚜껑의 친환경 소재(PET→PP) 변경 등을 추진한다.

가정에서 처리가 어려운 아이스팩을 수거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신선식품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아이스팩의 소비량도 덩달아 크게 늘었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쓰임새가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무료로 수거해 협력업체가 재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초까지 아이스팩 무료 수거 사업을 진행했다. 타사에서 제품을 구매해 보관 중인 아이스팩들도 크기와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포함됐으며, 일정 개수 이상일 경우 백화점 상품권이나 머그컵을 증정해 소비자 반응도 뜨거웠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이스팩을 버리려면 내용물은 종량제 봉투에 버리고, 비닐 포장재는 분리배출해야 하지만, 대부분 아이스팩 전체를 버리거나 냉동실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정에서 처치곤란인 '아이스팩'을 회수해 고압 세척한 후 식품 협력업체에 무상으로 전달해 재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현대홈쇼핑도 '아이스팩 재활용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했다. 개시 하루 만에 1100명의 고객이 참여해, 아이스팩 총 2만5000여개가 식품협력사에 무상으로 전달됐다.

롯데홈쇼핑은 이달부터 신선식품 배송에 재활용 비닐과 물로 구성된 친환경 아이스팩을 도입했다.ⓒ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은 이달부터 신선식품 배송에 재활용 비닐과 물로 구성된 친환경 아이스팩을 도입했다.ⓒ롯데홈쇼핑

가정에서 처리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아예 친환경 소재로 아이스팩을 만드는 사례도 있다. 롯데홈쇼핑은 이달 일부 신선식품을 시작으로 내달부터는 TV 방송 상품 중 전체 신선식품 배송에 친환경 아이스팩을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 아이스팩은 화학성분의 젤 형태로 구성돼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일반 쓰레기로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하는 친환경 아이스팩은 버려지는 페트(PET)병을 재활용해 개발됐으며, 내용물은 재활용 가능한 비닐과 물로만 구성돼 폐기 시 물을 따라내고 포장지와 내부 비닐을 재활용으로 분리 배출하면 된다.

기존 아이스팩 보다 단가가 약 27% 비싸지만 롯데홈쇼핑은 파트너사가 기존 아이스팩을 구매하는 비용에서 추가적으로 증가하는 비용 전액을 지원할 계획이다. 향후 친환경 종이 아이스박스 도입을 통해 스티로폼 사용을 최소화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류 상품 배송 시 사용하는 부직포 포장재를 친환경 종이상자로 대체해 매년 50%씩 사용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박스 포장에 사용되는 테이프와 완충재도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교체했다.

엄일섭 롯데홈쇼핑 CS혁신부문장은 “친환경 아이스팩 도입을 통해 환경오염 감소 효과는 물론 고객 편의 향상까지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재활용이 가능한 부자재 사용을 확대하고 친환경 인증 상품도 적극 론칭하는 등 친환경 경영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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