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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美금리"…생보사 투자성적 8년 만에 우상향


입력 2018.09.11 06:00 수정 2018.09.11 06:05        부광우 기자

올해 상반기 운용자산이익률 3.88%…전년比 0.33%P↑

2010년 후 첫 상승 전환…IFRS17 앞두고 가뭄 속 단비

국내 생명보험업계의 올해 상반기 운용자산이익률은 3.88%로 전년(3.55%) 대비 0.3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업계의 올해 상반기 운용자산이익률은 3.88%로 전년(3.55%) 대비 0.3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투자 수익률이 올해 들어 반등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2010년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른 재무 위험 부담에 내몰리고 있는 생보사들에게 이 같은 투자 실적 회복은 가뭄 속 단비가 될 전망이다.

1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88%로 전년(3.55%) 대비 0.3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보사별로 보면 푸르덴셜생명과 교보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이 각각 4.02%, 4.01%로 4% 선을 넘어섰다. 이밖에 ABL생명(3.94%)·AIA생명(3.94%)·삼성생명(3.90%)·DB생명(3.81%)·IBK연금(3.77%)·메트라이프생명(3.74%)·오렌지라이프(3.72%)·현대라이프생명(3.70%) 등이 올해 상반기 자산운용이익률 상위 10개 생보사에 꼽혔다. 반면 BNP파리바카디프생명(2.85%)과 라이나생명(2.87%), 하나생명(2.87%) 등 여전히 자산운용이익률이 2%대에 머문 곳들도 있었다.

생보업계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009년 5.43%에서 2010년 5.88%로 상승한 것을 마지막으로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해 왔다. 그 뒤로 ▲2011년 5.22% ▲2012년 4.75% ▲2013년 4.61% ▲2014년 4.51% ▲2015년 4.00% 등으로 해마다 떨어지다가 2016년에는 마침내 4%대마저 붕괴되며 3.92%까지 주저앉았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3%대 중반 선까지 하락하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생보사들의 투자 수익률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금리 상승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저금리 터널에서의 탈출이 시작되면서 그 영향이 서서히 생보사들의 투자 성적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앞으로 국내 금리까지 반등세에 동참할 경우 생보사들의 자산운용이익률은 좀 더 상승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성장률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한국은행은 지난 달에도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미국이 올해도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등 외부 압박이 거세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은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생보사들의 수익 구조에서 투자 실적은 본업인 보험 영업보다 중요도가 더 높은 상황이다. 보험 영업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투자로 메꾸는 식이다. 이 때문에 투자 영업은 생보사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영역이 된지 오래다. 자산운용이익률 회복에 생보사들이 목을 매는 배경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생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은 3조148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9500억원) 대비 6.7%(1987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11조6337억원에서 12조9921억원으로 11.7%(1조3584억원) 늘어난 투자영업이익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생보사들이 자산운용이익률 회복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얘기다. 보험영업은 손실이 10조462억원에서 11조3585억원으로 13.1%(1조3123억원) 증가하면서 오히려 전체 순이익을 깎아먹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와 더불어 생보업계 입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투자 수익률 개선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점점 본격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IFRS17에 있다. IFRS17이 적용되면 생보사들의 재무 부담은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자산운용이익률이 높아지면 이에 따른 짐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어서다.

2021년부터 보험업계에는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보험금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특히 과거 자산 규모 경쟁 속에서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생보사들로서는 고민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저축성 상품들의 높은 이자율과 저금리가 맞물리면서 역마진 우려를 겪던 생보사들은 조금이라도 투자 수익률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효과가 이제 막 운용자산이익률 상승에 반영되고 있는 시점인 만큼 생보사들의 투자 실적 개선은 이제부터 더욱 눈에 띄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며 "IFRS17로 인한 재무 건전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와중 때마침 저금리 기조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은 그 무엇보다 호재"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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