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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장하성 실장을 경제부총리에 임명하라


입력 2018.09.10 06:00 수정 2018.09.23 08:07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우리정부 경제팀, ‘애쓰며 이루지 못하는 과정’

경제사령탑은 가만히 있고 청와대 참모가 전면에 나서 구설 양산

<칼럼> 우리정부 경제팀, ‘애쓰며 이루지 못하는 과정’
경제사령탑은 가만히 있고 청와대 참모가 전면에 나서 구설 양산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중국 춘추시대에 왕양이라는 뛰어난 말몰이꾼이 있었다. 진나라 대부 조양자는 왕양에게 말을 모는 기술을 배웠다. 조양자가 말몰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왕양에게 대결을 청했다. 왕양이 흔쾌히 응했지만 조양자는 번번이 이기지 못했다. 말을 바꿔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조양자는 의심이 생겼다. 왕양이 비책을 모두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조양자가 항의하자 왕양이 말했다.

"마차경주에서 달리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말입니다. 말이 경주를 주도하고, 사람은 그저 말이 잘 달릴 수 있도록 방향만 잡아주고 방해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데 대인께서는 반대로 하셨으니, 어찌 시합에서 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노자 <도덕경> 제47장에 나오는 일화다. 이를 '불위이성(不爲而成)이라 설명한다. 즉 '애쓰지 않고도 이루는 것'을 이를 때 쓰는 이야기다. 말의 본성을 따라 말을 몰아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말을 모는 사람의 고집을 앞세워 억지로 끌고 가려 해서는 경주에서 이기지 못한다.

독자들께서 짐작하듯이, 우리정부 경제팀의 ‘애쓰며 이루지 못하는 과정’을 빗대고자 한 고사다.

경제정책은 ‘치수(治水)’로 비유되는 경우가 많다. ‘치수’라면 또 하나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중국 고대의 전설적인 군주 우임금과 관련된 ‘대우치수(大禹治水)’의 고사다. 그는 명군(明君)의 대명사인 요·순임금의 계승자이며 하나라의 창시자였다.

‘오리엔탈 데스포티즘’(Oriental Despotism : 동양적 전제주의)이란 용어의 근거가 될 정도로 중국에서 ‘치수’는 강력한 왕권의 상징이었다. “사기(史記)”에 의하면 그 시조가 우임금이다. 요임금은 나라에 물난리가 심해지자, 숭(崇) 부락의 수령 곤(鯀)에게 명해 물을 다스리게 했다. 그러나 9년 동안 애를 썼지만 황하를 다스리지 못했고, 오히려 수해가 더 커지기만 했다. 곤은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는 방법만 알았지 물길을 터서 큰물을 소통시키는 방법은 몰랐다. 그래서 홍수만 나면 제방이 터지고 피해가 더 심했다. 요임금의 계승자인 순임금은 물을 다스리지 못한 책임을 물어 곤을 죽이고 그의 아들인 우에게 명하여 수재 방지를 하게 했다. 우는 아버지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 제방으로 막기보다 물길을 터 큰물을 다른 곳으로 소통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우는 십수년간 노력한 끝에 치수에 성공했다. 그는 그 공으로 순임금에 이어 임금이 됐다. 아비 곤과 우임금의 차이는 물의 본성에 맞서느냐, 본성의 길을 터줘 소통을 이루느냐의 차이였다. 한쪽은 처형됐지만, 다른 쪽은 왕이 되고 추앙받는 중국의 시조가 됐다.

현정부의 경제정책을 보면 ‘당낭거철(螳螂拒轍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으로, 자기(自己)의 힘은 헤아리지 않고 강자(强者)에게 함부로 덤빔)’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오만을 부리며 감당치 못할 상대에 맞서는 사마귀의 만용을 본다. 물길을 막다가 뚝이 터져 물난리를 자초한 우임금의 아버지 곤을 본다. 만용의 대표적인 예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연타석 홈런이다. 그는 "시장은 정부를 이길 수 없다"며 호언장담했다. 시장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청와대 참모인 사마귀가 ‘담대하게’ 막고 있는 쇼킹한 장면이었다. 언론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이 16%나 오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해 온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한 뒤 바로 이어서였다. 장실장의 계속된 설화에 야당은 신이 났다. “대통령 지지율 깎는 일등공신", "유체이탈”이라며 신랄하게 공격했다. 장 실장의 ‘말폭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또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며 "저도 강남에 살기에 드리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듣는 국민의 어안을 벙벙하게 하고, 불붙은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발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사령탑은 경제부총리다. 장하성 실장도 김동연 부총리가 경제사령탑이라고 했고, 정부편제도 그렇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경제사령탑은 가만히 있고 청와대 참모가 전면에 나서 구설을 만들고 있다. 마치 전쟁이 났는데, 군사령관은 숨고 대통령 경호처장이 전투를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다. 국정 최고결정권자의 적극적 떠밀기나 적어도 묵인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경제사령탑도 설득시키지 못한 전략이 전쟁터인 시장에서 통할 것을 기대하는 모습은 사마귀의 만용과 어리석음을 연상시킨다. 그런 전략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지휘관의 영이 서지 않을 뿐 아니라, 효율적인 전력 활용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승패는 병가의 상사(勝敗, 兵家之常事)다. 그러나 왕조가 망하면 다음 기회가 없다. 진두지휘하는 경호실장이 패하면 최고권력자가 위태로워진다. 대통령이 바로 타겟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 참모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정권을 건 모험이며 필패의 전략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장하성 실장을 경제부총리에 임명하는 편이 낫다. 그에게 명실공히 경제운영의 총사령탑을 맞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덜 위험하다. 결국 실패해도 정권차원의 위험부담은 줄일 수 있다.

정권이 위태로운 것은 그들 리그만의 문제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치수에 실패한 나라의 백성이 물난리에 떠내려가듯, 국가가 경제운영에 실패하면 힘없는 국민들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현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지향했지만 실업률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다. 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공언했지만 소득양극화는 보수정권 포함 10년 중 최고다. 이제 부동산시장을 잡겠다니 부동산가격을 청정부지로 뛰고 있다.

치수에 성공해 왕이 된 우임금은 그 아버지 곤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다른 방법을 찾았다. 현명했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정부는 그 아버지격인 노무현 정부의 실패한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최소한의 선방을 위해서라도 더 현명해지고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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